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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Dec 28. 2021

고요히 앉아 마음을 들여다본다

2021년을 보내며

우리가 생활 속의 1, 1초를 즐겁게 누려야 하는 이유는, 인생이란 것이 본래 무수한 일상의 순간들로 이루어진 이기 때문입니다.


출근할 때나 길을 건너는  순간이 다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모두 삶의 풍경이고 생명 속에서 고동치는 음표임을 인식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누려야 하는 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생활을 향유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향유할 마음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발걸음을 생명의 리듬에 맡기고 일거수일투족을 그 리듬에 맞추어 살아가야 합니다.


“움직임과 쉼에는 다 양생하는 바가 있다[動息皆有所養].”는 말은 바로 이를 지적한 것입니다.


<팡차오후이 _ 나를 지켜낸다는 것>

한동안 거의 매일 쓰던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았다.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기보다는 딱히 쓸 말이 없었고, 쓸 말이 있었다고 해도 공개된 공간에까지 내 생각을 드러내야 하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한편으론 글을 쓰기에 마음이 너무 복잡했다. 어느 순간부터 글쓰기는 내게 중요한 일상이 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시간을 보내기 어려웠다.


팡차오후이 교수의 이 글을 읽고,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본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삶의 여유를 잃고 살았던 것 같다. 목표 지향적인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살아가는데 목적은 필요하지만 목적이 전부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삶의 매 순간을 목적으로 채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도 나는 뭘 해도, 심지어 걷는 순간에도 목표가 있었다. 나도 나를 바라보며 답답한 마음이 드는데, 나를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이 피곤해하는 건 당연하다. 여유가 있어야 다른 사람의 사정을 살필 수 있는데, 나는 그렇지도 못했다. 부끄럽다.





곧 있으면 2021년도 지나간다. 달력이 바뀐다고 새해가 오는 것은 아니다. 다가오는 2022년 새해에는 올해보다 여유를 찾았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도 그 여유가 묻어났으면 좋겠다. 주어진 상황을 불편하게 생각하지 말고, 담담히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내 삶의 조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나이는 내가 먹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주는 경험이 쌓여 얻어지는 것이라는 말이다. 송호성의 <독서의 위안>에도 비슷한 말이 나온다.



"공자에 따르면, 나이는 세월이 주는 게 아니라 세상이 주는 것이다. 젊은이는 자기 자신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지만, 나이 먹은 사람은 세상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사진 속 여인처럼 고요히 앉아 스스로를 그리고 삶을, 내 주변을 들여다볼 수 있기를 바란다. 남을 비판하기에 앞서, 먼저 따뜻한 시선으로 상대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품위와 품격은 외부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것임을 깊이 새기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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