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히 앉아 마음을 들여다본다

2021년을 보내며

by 서영수

우리가 생활 속의 1분, 1초를 즐겁게 누려야 하는 이유는, 인생이란 것이 본래 무수한 일상의 순간들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출근할 때나 길을 건너는 매 순간이 다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모두 삶의 풍경이고 생명 속에서 고동치는 음표임을 인식하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누려야 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생활을 향유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향유할 마음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발걸음을 생명의 리듬에 맡기고 일거수일투족을 그 리듬에 맞추어 살아가야 합니다.


“움직임과 쉼에는 다 양생하는 바가 있다[動息皆有所養].”는 말은 바로 이를 지적한 것입니다.


<팡차오후이 _ 나를 지켜낸다는 것>

한동안 거의 매일 쓰던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았다.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기보다는 딱히 쓸 말이 없었고, 쓸 말이 있었다고 해도 공개된 공간에까지 내 생각을 드러내야 하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한편으론 글을 쓰기에 마음이 너무 복잡했다. 어느 순간부터 글쓰기는 내게 중요한 일상이 되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더 시간을 보내기 어려웠다.


팡차오후이 교수의 이 글을 읽고,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본다.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삶의 여유를 잃고 살았던 것 같다. 목표 지향적인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살아가는데 목적은 필요하지만 목적이 전부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삶의 매 순간을 목적으로 채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도 나는 뭘 해도, 심지어 걷는 순간에도 목표가 있었다. 나도 나를 바라보며 답답한 마음이 드는데, 나를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이 피곤해하는 건 당연하다. 여유가 있어야 다른 사람의 사정을 살필 수 있는데, 나는 그렇지도 못했다. 부끄럽다.





곧 있으면 2021년도 지나간다. 달력이 바뀐다고 새해가 오는 것은 아니다. 다가오는 2022년 새해에는 올해보다 여유를 찾았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도 그 여유가 묻어났으면 좋겠다. 주어진 상황을 불편하게 생각하지 말고, 담담히 받아들이기를 바란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내 삶의 조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나이는 내가 먹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주는 경험이 쌓여 얻어지는 것이라는 말이다. 송호성의 <독서의 위안>에도 비슷한 말이 나온다.



"공자에 따르면, 나이는 세월이 주는 게 아니라 세상이 주는 것이다. 젊은이는 자기 자신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지만, 나이 먹은 사람은 세상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사진 속 여인처럼 고요히 앉아 스스로를 그리고 삶을, 내 주변을 들여다볼 수 있기를 바란다. 남을 비판하기에 앞서, 먼저 따뜻한 시선으로 상대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품위와 품격은 외부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것임을 깊이 새기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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