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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영수 Nov 25. 2021

가장 진실한 문장 하나면 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글쓰기

<노인과 바다>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Ernest Hemingway는 글 쓰는 어려움에 대해 이렇게 토로했다.


“때때로 새로운 소설을 시작했는데 잘 나가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벽난로 앞에 앉아서 작은 오렌지 껍질을 쥐어짜 불길 언저리에 떨어뜨리며 푸른 불꽃이 타닥타닥 피어오르는 모습을 지켜보곤 한다. 그리고 일어서서 파리의 지붕 너머를 바라보며 생각한다.


‘걱정하지 마. 항상 글을 써왔으니 지금도 쓰게 될 거야. 그냥 진실한 문장 하나를 써 내려가기만 하면 돼.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진실한 문장이면 돼.'


그러면 마침내 진실한 문장을 하나 쓰게 되고 거기서부터 다시 글을 시작했다. 그다음부터는 쉬웠다. 내가 알고 있거나 누구에게 들었거나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진실한 문장 하나는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처음부터 장황한 글을 쓰거나, 뭔가를 과시하려는 것이 아닌, 복잡한 무늬와 장식들을 잘라내고 처음에 썼던 단순하고 진실한 평서문 하나로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사실을 깨우쳤다.”





헤밍웨이는 글쓰기에 대해 ‘①정직하고 진실하게 쓸 것, ②비유와 수식어를 남발하지 말 것, ③생략과 압축의 묘미를 살릴 것, ④돈벌이를 위해 현실과 타협하지 말 것, ⑤정치색을 드러내기보다 글쓰기 자체에 충실할 것’을 신조로 삼았다.

글을 쓰는 일이 직업인 헤밍웨이조차 글을 쓰다 막힐 때가 있었고,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문제는 그 순간을 어떻게 이겨내느냐(태도), 진실한 문장을 찾아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느냐(방향)에 달린 것이다. 작가에게 진실한 한 문장이 필요하고 그 문장으로 인해 전체 글이 살아나듯이, 우리의 삶 역시 마찬가지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힘이 부치기만 할 때(특히 요즘과 같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는 더더욱) 헤밍웨이의 고민을 생각해 봐야 한다. 중요한 건 상황이 아니라 상황을 바라보는 내 자세니까. 마지막으로 헤밍웨이에게 어느 정도 다시 쓰는지 물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그전에 멈춘 지점에서 늘 매일 다시 씁니다. 여러 번 기회가 있어서 감사하죠. <무기여 잘 있거라>의 결말, 마지막 페이지는 서른아홉 번을 다시 쓰고야 만족했지요." 그의 작품은 이렇게 완성되었던 것이다. 그가 보기엔 여전히 미완성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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