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경세(安世經世) : 안보와 경제를 세계와 함께(2)

by 신윤수

1. 새우의 지정학 → 고래의 지정학


이제 우리는 고래가 되었다. 우리는 종전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라는 속담에 등장하는 ‘새우’가 아니라 누구와도 경쟁할 수 있는 ‘고래’가 되었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세계 10위의 경제력, 세계 6위의 국방력을 가진 나라가 어떻게 ‘고래 싸움의 새우’나 ‘장기판의 졸’이 될 수 있는지를.


아직도 우리 위치가 어딘지조차 모른 채 행동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 70여 년을 지내며, 남북이 아직도 싸움을 끝내지(종전)도 못한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도 생각해보자.


우리가 약소국일 때 주변 4개국이 강국이었지만, 우리가 이젠 강국이 되었으므로, 이 지역에는 우리를 포함한 5대 강국이 서로 경쟁(여기다 북한도 있다)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우리가 주변 나라 중 어느 쪽과 결합하느냐에 따라 이 지역에서 힘의 향방이 바뀐다는 것이다.



2. 지정학의 베스트셀러


요즈음 지정학 관련 책으로 김동기의 『지정학의 힘』과 피터 자이한의 『각자도생의 지정학』이 널리 알려져 있다. 김동기의『지정학의 힘』에 대해 내가 5월 14일자 발간자료에 잠깐 소개한 적이 있는데, 그의 시각에 문제가 있다는 견해를 표현한 적이 있다. 여기 옮긴다.



김동기의 『지정학의 힘』


이 책은 주요 학자와 주요국의 지정학을 자세하고 알기 쉽게 설명한다. 그런데 이 책은 표지와 결론 부분(329쪽)을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한 것은 이념보다는 지정학이었다’로 시작하고, 11장이 「한반도, 지정학의 덫」으로 되어 있다.


그는 ‘지정학의 덫에 갇힐 것인가, 넘어설 것인가’라며, 우리에겐 ‘한반도의 지정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한반도’라는 말은 1870년대에 일제가 정한론(征韓論)을 펴면서 만든 용어로서 쓰지 말아야 하며, 우리는 ‘한반도’가 아니라 역사적 강역에 터 잡은 ‘진짜 지정학’을 고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그의 지리와 역사에 대한 전제가 틀리다고 말한 것이다.


그 외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나중에 상론(詳論)할 예정이다.



피터 자이한의 『각자도생의 지정학』, Disunited Nations


이 책 한국어판 서문에는 내가 기겁한 내용이 실려있다. 그대로 옮긴다.


‘인구 구조가 회복될 가능성이 없는 고령화에 대처할 모델을 제공해주는 “유일한” 나라는 한국이 구조적인 경제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나라이고, 해외 시장에 한국이 계속 접근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나라이며,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상종도 하기 싫어하는 “유일한” 나라, 일본이다. ---일본은 앞으로 다가올 수십 년 동안 공해상에서 동북아시아 지역의 만사(萬事)를 중재하게 된다.’


‘한국의 존재 자체가 경제 이론과 지정학을 모두 거스른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독특하다. 앞으로 닥칠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한국은 그 독특함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


한 마디로 미군이 동반구에서 철수하면, 한국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지정학적 운명을 선택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우리 역사와 강역을 제대로 알지 못한 사람의 엉터리 주장이다. 나중에 상론할 예정이다.



3. 엉터리 지정학과 지경학에 속지 말자


우리는 역사적으로 대륙과 해양에 걸친 동아시아의 강자였다. 우리 옛조선과 고구려의 다물(多勿) 지정학을 되찾아야 한다. 다물(多勿)은 옛조선에서 제38세 단군이셨다. 〔옛조선 1205년(B.C. 2333년~B.C.1158년) 동안 1세 단군 왕검(王儉)부터 47세 고열가(高列加) 단군이 있었다.『규원사화』〕


한반도란 말은 일본이 1870년대 대륙침략의 경유지로 정한론(征韓論)을 주장하면서 만든 말이다. 우리 역사에서 우리의 강역이 지금처럼 한반도로 좁혀진 적이 없었다. 예를 들어 간도만 하더라도 1909년 일본과 청나라가 우리 몰래 간도협약을 하면서 넘어간 땅이다. 우리는 우선 잘못 그려진 지정학이나 지경학에서 벗어나야 한다.


바른 역사와 강역에 근거한 <강한 나라 지정학>, <K-지정학>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4.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는 우방이다


우리 지역에 남북한과 미일중러 등 6개 당사자가 있다. 나는 우리의 통일방안은 2+4=1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6월 20일 발간자료). 독일의 통일방안도 2+4=1이었다.


2차대전의 전범국(戰犯國) 독일을 분할점령한 미소영불 4개국이 모두 동의하여 독일통일이 이루어진 게 벌써 32년 전인 1990년의 일이다. (영국과 전쟁의 피해국이던 폴란드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우리가 전범국(戰犯國) 일본 대신 냉전의 희생물로 분할되었는데, 1950년부터 3년간 동족상잔(同族相殘)의 처참한 전쟁을 겪고도 아직도 종전조차 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는 미일중러 4개 주변국이 우리 통일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나는 주변 4개국을 뺀 국제연합(UN)이 과제를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 남북한이 한미일, 북중러로 편을 갈라 싸워야 하는가? 우리를 둘러싼 4개국은 과거와 달리 모두 우리와 정식 외교관계를 맺은 나라, 즉 우방국으로 바뀐 것을 혹시 잊고 있는 게 아닌가. 그들을 우리 통일과 평화과제의 우군으로 만들어야 한다.


나는 1980년대 초반 해병대 장교로서 전방에서 40개월을 복무하였다. 이때는 북한뿐 아니라 중국은 중공(中共), Red China였고, 소련도 러시아가 아니라 Red Soviet로서 분명히 적국이었다.


이때 중국(중공)이나 소련을 우방이라고 말했다면 그는 분명히 처벌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우리는 지금 모두 우방국으로 바뀐(또는 바뀌어야 할) 나라에 대해, 우리가 결국 보듬어야 할 북한을 핑계로 일부러 편을 갈라 취급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는 게 아닐까.


우리는 지금도 국가보안법을 유지하고 있다. 한참 전에 전 세계가 모두 치워버린 이데올로기, 이념 논쟁이나 매카시즘을 아직도 하는게 부끄럽지도 않나? 1950년대 매카시즘의 강풍이 지나갔고, 1989년 프랜시스 후쿠야마가『역사의 종언』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 자본주의가 사회주의 · 공산주의를 이겼다고 결론을 내렸는데 말이다.


북한의 경제 규모는 우리의 2%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직도 북한이 무서운가? 그들이 가진 핵무기는 위험하지만, 이건 그들이 지도층을 지키려는 몸부림에 불과하다. 아직도 실상을 알지 못하는 북한 주민에게 제대로 북한 지도층의 모습을 알리고 그들을 21세기의 보통 시민으로 만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만약 남한의 일반 시민들이 북한 방송 등을 그대로 볼 수 있다면 그들의 엉터리 선전이 있다고 해도 여기에 넘어갈 시민이 있을까? 북한의 실상을 알게 되면 통일 논의가 앞당겨져지지 않을까. (광복절 집회를 한다는 어떤 모임의 인터넷 자료에서, 남한에 직파간첩 12만명과 고정유사 간첩 200만명이 활동(?)한다고 적혀 있었다. 이게 뭔 소리(???)


그들 지도층과 북한 주민을 분리하자. 북한 주민의 인권을 지키려면 우리가 그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이 정부 들어 북한 인권대사를 임명하였고, 북한인권재단도 가동한다고 한다. 나는 2020년에 쓴『푸른 나라 공화국』29~30쪽, 2021년에 쓴『푸른 정치와 시민기본소득』44~45쪽 에서 이 문제들을 지적한 바 있다.



5. 국가보안법에 대한 생각


국가보안법을 생각하면 답답해진다. 내가 이런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바로 국가보안법 위반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초 광복에 따른 혼란기이던 1948년에 만든 임시법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이 부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쓴『헌법 위의 악법』(삼인, 2021)을 읽어 보았다. 이 책에는「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하는 이유」라는 부제가 붙어 있었다.


국가보안법 제7조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제7조를 소개한다. (1991.5.31. 개정 후 현재까지 같다). 유엔 등 국제 인권기구에서 여러 차례 이 법의 철폐를 권고하였다고 한다. 새 정부 들어「북한 어부 강제송환 사건」의 인권 위반 여부를 따지고 있는데, 차제에 사상·양심, 학문·예술의 자유를 규제하는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도 적극 검토해야 되지 않을까.


제7조(찬양ㆍ고무등) ①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ㆍ고무ㆍ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ㆍ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②(삭제)


③제1항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④제3항에 규정된 단체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질서의 혼란을 조성할 우려가 있는 사항에 관하여 허위사실을 날조하거나 유포한 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⑤제1항ㆍ제3항 또는 제4항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ㆍ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ㆍ수입ㆍ복사ㆍ소지ㆍ운반ㆍ반포ㆍ판매 또는 취득한 자는 그 각항에 정한 형에 처한다.


⑥제1항 또는 제3항 내지 제5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⑦제3항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다른 자유민주국가에도 이런 법이 있는지 모르겠다. 생각과 사상, 문서 소지만 하여도 엄하게 처벌하는 법률 말이다. 새 정부가 북한 인권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어 다행이다. 이와 더불어 일반 시민들이 북한에 대하여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 법을 폐지하거나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북한 관련 책을 읽거나 방송 청취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6. 안세경세(安世經世)는 평화와 공존 전략이다


새 정부의 안미경세(安美經世)는 미국과 안보를, 세계와 경제를 의론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미국과만 안보를 의론하면 미국과 대립하는 다른 나라와 우리가 본의 아니게 척지게 될 우려가 있다. 미국은 우리를 위해 피 흘린 혈맹이고, 핵무기를 가진 북한이 우리를 위협하는 한 여기 대응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동맹이고, 또한 외교의 원리인 원교근공(遠交近攻) 면에서도 미국과 동맹 강화가 필요하다. 어떤 조화의 이론이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과 우리의 이해가 상반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중공)·대만의 전쟁에 미국이 개입한다고 할 때, 우리는 어찌할 것인가. 노(No)라고 말해야 되나?. 우리가 남의 전쟁에 낄 이유가 없고, 우리는 원래 세계평화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안세경세(安世經世) 전략은 전 세계를 상대로 한 평화와 공존 전략이다.


미국과 우리 사이에는 미해결과제가 있다. 주권국가(세계 10위 경제력, 6위 국방력을 가진 나라)로서 우리는 전시작전통제권을 조속히 환수하고, 군사분야에서 미국과 대등한 협력관계로 바뀌어야 한다. 통일한국과 미군 주둔 문제는 독일 통일에 앞서 소련(고르바초프)이 통일 후에도 미군이 독일에 계속 주둔하고, NATO에 남아 있는 데 대해 동의한 사례를 깊이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차원에서 안세경세(평화와 공존) 과제를 고민해 보려 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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