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돌의 시에세이 – 행선(行禪) 편 -
강원도 태백의 삼수령(三水嶺)은 하늘에서 내린 비가 이곳에서 한강·낙동강·오십천으로 갈라지는 곳, 분수령(分水嶺)이다. 고도 935 미터. ‘피재’라고도 하는데 난리를 피해 넘어온 고개(?)라는 뜻이다. 이곳에서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이 헤어진다. (또는 만난다)
여기를 소개하는 것은 코로나 이전 백두대간·낙동정맥 산행 중 여기에 3차례 갔는데, 여기가 다른 산행 코스로 가는 ‘교두보’이었기 때문이다. 곧 이곳은 ‘출발의 장소’이자 ‘진격의 장소’라 할 수 있다.
내가 속한 ‘백두대간 팀’(낙동정맥 종주단)을 소개한다. 우리는 모두 고교 선후배로 구성되었고, 평균 연령이 거의 70세에 다하며, 가장 나이 많은 분과 막내는 25살 차이다. 팀은 58차례 산행(월 1회) 끝에 백두대간 종주(2013년 8월부터 2018년 6월까지)를 마쳤고(나는 2016년부터 참가하였다), 그다음에 28차례로 계획된 낙동정맥 산행을 하다가 현재 코로나로 중단되어 있다.
* 코로나 전 마지막 산행 : 2020년 1월 낙동정맥 18차(한티재에서 배실재까지, 총 11.8km)
지금도 우리는 ‘백두대간 팀’으로 부르는데, ‘낙동정맥’을 끝내면 ‘한남정맥’을 하고, 그러고 나서 다시 ‘백두대간’을 하자는 계획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우리는`나이야 가라’를 선언한 것이다.
나는 이곳 삼수령에서 세상 모든 것의 ‘헤어지는 이치’를 느꼈다.
삼수령(三水嶺)
하늘 열리던 날 / 빗물 한 가족이 대지로 내려와 /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들 / 한반도의 등마루에 떨어져 / 아빠는 낙동강으로 / 엄마는 한강으로 / 그리고 나는 오십천으로 가야 한다
헤어졌다 다시 만나는 / 정해진 대로 / 바다에서 기다리다 보면 다시 만난다지만 / 이거 해송이나 모래밭처럼 무료하고 갑갑하지 않을까
이번에 하늘에 올라가면 다시는 지상에 내려오지 않고 / 머나먼 하늘 블랙홀로 탈출할 수 있게 / 착실히 몸 단련을 해야겠다.
(2017년 5월 20일 산행에서)
원래 산 겹치는 곳에 고개가 있다(관악산과 삼성산의 무너미 고개). 무너미란 물이 넘는 것, 물이 갈라져 넘어가는 분수령(分水嶺)이다. 비 내리면 빗방울 중 어떤 것은 이쪽, 어떤 것은 저쪽으로 흩어지게 마련이다. 내린 물이 흐르다 보면 언젠가 바다에서 다시 만난다지만(글쎄다, 만나지 못할 확률이 더 크지 않을까?), 모든 건 원래 만나면 헤어지는 것, 곧 회자정리(會者定離)다. 혹시 지극한 정성과 바람으로 만나려고 노력하지만 다시 만나는 건 원래 하늘의 뜻이니 천상재회(天上再會)란 말이 있는 게 아닐까.
(산행경로) 두문동재-피재(삼수령)-건의령, 대간 : 16.5km, 접속 0.5km
소요시간 : 7시간(중식 포함, 후미 기준)
지역 특성상 기온이 서울보다 5~10도 낮고, 바람 부는 날이 많다
▲ 두문동재 1268 ▲ 금대봉 1418 ▲ 매봉산 1303 ▲ 삼수령 920 ▲건의령 8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