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돌의 시에세이 - 행선(行禪) 편 -
설악산 신선봉은 1204미터, 백두대간이 시작되는 곳이다.
여기는 신선이 사는 곳이지 사람 사는 곳은 아니다. 사람은 애원하면서 기어오르는 곳이다.
너덜바위라고 한다. 화산 폭발로 마그마가 굳어지면서 갖가지 형태의 바위들이 만드는 지형이다.
아래는 어느 여름날 그날따라 무척이나 더 힘들던 산행의 기록이다.
신선봉 너덜겅
너덜바위는 바다에서 온 물고기들
밀양 만어사(萬魚寺)의 돌처럼
지옥을 지나 천국에서 열렬하게 서 있다
심연으로 빠지는 뫼비우스의 매듭
연옥
여름 산국(山菊)이 주위를 감싸고 있다
나는 비늘처럼 지각을 부스러뜨려 놓은
신선이 싫다
무릎 시큰대어야 들어갈 수 있는 천국(?)
너덜겅 건너면 바로 신선봉
(2019년 7월)
최근 2년 동안 코로나 때문에 멀리 가는 산행이 힘들어지면서 백두대간이나 낙동정맥에 제대로 접근하지 못했다. 이제 코로나가 완화된다니 곧 산모임 선후배들과 새로운 산행을 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참고다. 여기 나오는 ‘너덜’은 ‘너덜겅’의 준말로 많은 돌들이 깔려 있는 산비탈을 가리키는 순수한 우리말이다. 영어로는 스토니 슬로프(stoney slope). 지식백과에서도 설악산 귀떼기청봉, 황철봉 일대와 이 시에 등장하는 신선봉이 우리나라의 대표적 너덜지역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나는 여기 사용된 ‘너덜’에서 동사인 ‘너덜거리다’를 연상했다. 등산하다 미끄러져 바지가 뜯기고, 무릎이 다 헤지는 광경이다. 그런데 너덜지역은 아주 미끄러우니 비나 눈이 오면 매우 조심해야 한다. 특히 눈 오는 계절에 바위 사이의 함정을 눈이 덮고 있으면 아주 위험하다. 산악인이 꼭 주의해야 할 포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