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

한돌의 시

by 신윤수

첫눈 오는 날 가지 않았죠 아니 가지 못했죠 몰랐어요 내가 있는 곳에는 눈이 오지 않았어요 비원 앞에서 두 시간이나 얼음상자 되어 기다렸다고 들었어요


(미안해요)


2월 마지막 밤 설악동 민박촌은 눈 세상이었죠 밤샌 그날은 술이란 술 모두 이 세상 끝이라고 마셔 버렸죠 창밖에는 세상 덮는 하얀 커튼이 쳐졌고 어느새 눈이 가드레일을 먹었어요 아침 되니 입산금지라 울산바위만 갈 수 있었어요 우린 서로 몸들을 묶었죠 생명줄을 걸었죠 이 사람 빠지면 저 사람 저놈 빠지면 이놈 눈 구덩 빠져 죽을까 봐 그러다 죽일까 봐 정과 마음을 서로 몸으로 이었어요 모두 눈사람이 되어 눈물도 언 산행이었지요 신문에 조난당했다는 기사가 났어요


(재밌었어요)


대전에서 5년의 마지막 밤이었죠 눈 오는 밤도 아닌데 내가 ‘눈이 내리네’를 불렀어요 알아요 그리고 떠났지요 그날 밤 내 가슴에는 정말 눈이 펑펑 내렸어요


(좀 아득했어요)


창밖에 눈 내리네요 먼 하늘에서 그대가 눈꽃송이를 보내나 봐요 고운 눈들이 훨훨 날아드는데 지금은 그냥 바라보고 있을래요


내일 다시 눈 내리면 하늘 색깔 보자기에 바닷가 모래밭과 동굴까지 싸서 가슴 깊숙이 넣고서 새벽달과 코스모스 같은 그대 모습을 그릴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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