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한돌별곡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윤수 Oct 28. 2022

비상경제민생회의 80분을 보며

어제 생방송으로 진행된 ‘비상경제민생회의’를 보았다. 벌써 11차라는데 그동안 무얼 했는지  한번 지켜보려 한 것이다.    


먼저 회의 이름이 이상했다. ‘비상’, ‘경제’, ‘민생’을 위한 회의라고 해서, 나는 한자(漢字)를 쓰는 다른 나라 회의인 줄 알았다.      


그런데 시민이나 기업의 목소리는 전혀 없고, 장관들이 발표하고 나면 주위에서 다른 참석자가 한두 마디 하고, 여기에 대통령이 코멘트하는 게 마치 `어린이 학급회의` 같았다. 나는 적어도 이 회의가 예전부터 쭉 해 오던  ‘청와대 서별관회의’일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장관들이 비상이라고 모인 회의가 이리 황당한가?  


11번째라는 게 이런 정도라니 전에도 이리 했다는 건가? 이게 경제장관회의나 국무회의 같은 평상(平常) 시  하는 회의와 무어가 다르지?  아무런 구체적 실행방안이 없던데 말이다.     



추상(?)의 회의     


‘비상’, ‘경제’란 말이야 그렇지만 ‘민생’이란 말은 한자로 民生일 테니 ‘국민 또는 시민의 생활 형편’이란 뜻이겠는데, 이 정부 들어 자주 쓰는 ‘공정’ ‘상식’ ‘자유’처럼 나 같은 시민에게 제대로 와닿지 않으려 노력하는 추상명사였다.       


여기에 알기 쉬운 회의 이름 하나 소개한다.     

‘더 나은 시민생활을 위한 회의’     


민생회의라는데, 늘 말 장사를 밥 먹듯 하는 장관들 외에, 국민도 시민도 서민도 없다니 그러고도 ‘민생회의’ 어쩌고 하는 게 웃긴다. 늘 만나는 관료들이 아닌 다른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데 말이다.      



모두 산업부가 되자     


좋게 들린 이야기다. 대통령은 모든 정부 부처가 산업부가 되어 경제활성화를 해야 한다고 했다. 교육부는 ‘교육산업부’, 국방부는 ‘국방산업부’ 등이 되어야 한다는 말일 게다. 좋은 말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자기 부처 고유의 업무와는 배치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 하면, 산업부가 생산 쪽이라면, 소비쪽 부처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잡아야 한다. 우리가 모두 생산과 소비를 하는 프로슈머(prosumer)이니 말이다.          



화가 났다      


나는 이 회의를 처음부터 긴장해서 보려 했으나, 긴장이 전혀 되지 않아 보다 말다 했고, 사회자부터 발표자까지 다 정해놓고 하는 일종의 ‘보여주기’ 같았다.      


비상(非常)이 아니라 너무 평상(平常)스러웠다.

경제(經濟)라더니 정치였다.

민생(民生)이라더니 관생(官生)이었다.      


* 참석한 나리님들은 어려운 자리였겠다. 나는 무슨 정책 발표장인 줄 알았다. 공중파와 종편이 모두 같은 화면이라 보는데 참 지루했다. (한돌 생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