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윤수 Feb 08. 2023

사랑해요, 지구님

한돌의 시

지구를 뜨거운 죽 식히듯 호호 불어주어야겠다

지진 태풍 쓰나미로 화내기 잘하던데

그러다가 가끔 자전하는 것도 잊어먹는다는데

지구를 장미꽃처럼 예뻐해 주어야겠다      


지구를 떠나간 애인 삼아 안아주어야겠다

이곳저곳 멍들고, 곪아 터지고, 물집 잡히고

산 들 개울 바다 여기저기 안 아픈 데 없다는데

지구를 콕콕 찝어 사랑해 주어야겠다     


지구에 건강침을 놓아주어야겠다

가장 좋은 초록색 나무침으로

막힌 혈 다스리고 피 돌기 좋아지게     


지구에게 털모자와 가죽신을 사줘야겠다

깜깜한데 하얀눈 이고 맨발로 얼음판에서 뛴다는데       


지구에 사랑의 편지를 보내야겠다

육지 바다 동식물 미생물 다 힘들게 키우는데

그러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팔다리 벌리고 납작 엎드려 쬐끔이라도 지구를 덜 춥게 해야겠다     


* 튀르키예, 시리아 지진 희생자를 애도합니다


(지구와 달) 픽사베이에서


(대청호) 픽사베이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새벽 냉수잔을 들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