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돌의 시
냉동실에서 꺼낸 가나 초콜릿이 딱딱하고 달콤하다
클라우드 맥주잔에다 날씬한 생수를 따라 마시며
누구의 <세기말 부르스>를 읽는다
무심천(無心川) 뚝방서 토끼 먹일 풀을 뜯던 7살 소년이
바로 나라는 게 신기하다
어떻게 60살 넘게 그리그리 살다 2017년까지 보게 되었나
보나 들으나 잘 요절복통되지도 않는 코메디的 사회
14살 늙은 강아지 꼬마 초롱의 훼동그런 텅 빈 눈을 보면 괜히 찡하다
또 하루가 돌아온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서른, 잔치를 끝낸-> 최영미가
이제 두 배의 시간을 보냈는데
37년 골초가 폐기종 진단받고 힘들게 끊어야 했던
마지막 담배연기가 아릿하다
내 아파트에서 계절은 우면산 능선을 따라 해가 옮아 다니는 것
치약 줄어드는 것
흰머리 하나씩 늘어나는 것
치약튜브 버릴 때면 이만큼 또 살아냈구나 하며 대견해 하는 것이 삶(?)
* 6년 전에 써 놓은 글을 옮기다 보니 지금도 그대로다. 이게 곧 삶이다!
(『봄눈의 시학』, 41~42쪽에서)
(2022년 12월 22일 동짓날 새벽, 집에서 우면산 일출을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