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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Sep 15. 2023

북한·러시아의 ‘위험한 만남(?)’과 남북 데땅트

그 나라 이야기 15

2023년 9월 13일 북한의 김정은과 러시아의 푸틴이 러시아 우주기지에서 만났다. 그런데 우리 언론은 이걸 ‘위험한 만남’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김정은이 푸틴에게 북한 방문을 정중히 초청하고, 푸틴이 이걸 수락했다고 한다. 푸틴은 2000년 7월 방북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다고 한다. 그럼 23년만이다.      


그들이 만나거나 말거나 우리가 관심둘 일인지 어떤지 모르겠는데, 신문을 보니 한미일 국가안보실장이 전화통화를 하며, 이랬다던가---     


북한과 러시아가 지난 13일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포함한 다양한 군사협력을 논의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3국 안보실장은 “북·러는 유엔 안보리 결의와 각종 국제 제재가 부여하고 있는 무기 거래 및 군사협력 금지 의무를 준수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분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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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웃기잔나      


우리와 러시아 이야기다. 1990년 한러수교 이래 33년간 두 나라 사이에 국방·외교쪽에서 큰 트러블은 없었고, 러시아 우주기술이 우리 위성발사체 개발에 도움을 주었고 (미국이나 일본 등은 전혀 도와주지 않았는데), 러시아에 진출한 우리 자동차, 가전, 생필품 등 업체가 활발한 실적을 올렸다(작년부터 다 철수했다던가).     


한러수교 후 러시아와 북한은  조약을 고쳐, 2000년 9월 ‘북러 우호선린협력 조약’을 맺으면서 자동 군사개입조항을 없앴다고 들었는데, 이번에 달라졌나? 멀쩡히 그동안 우호 국가를 부추겨 적국을 만든 것 아닌가? 그도 세계 군사력 2위인 나라를---        


33년 우호국가를 1년 몇개월만에 주적(主敵)으로 만드는 재주가 신묘(神妙)하다. 내가 보기로 그들의 정치체제나 인권, 자유 민주주의는 그들 스스로 정하면 되고, 그들과 우크라이나 사이 전쟁인데, 왜 우리가 나서서 걱정하나?      


그동안 북중러 그룹은 말뿐이었지 그 실체가 희미했는데, 우리쪽에서 핵주권 포기와  미국의 핵보복을 명시한 〈워싱턴 선언〉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인지를 하면서, 그 모습이 드러났다. 결국 자초위난(自招危難)인 셈이다.     


이번 북한과 러시아의 만남이 ‘위험한 만남’인지 아니 국제사회의 외톨이인 그들의 ‘신나는 만남’인지 모르지만, 국제사회를 의식하는지 그들은 공동 발표문조차 공표하지 않는데 우리가 자극해 대는지 모르겠다.     


이게 내로남불 아닌가? 한미일 만남은 몰라도, 북러의 만남은 위험하다니? 참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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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땅트라고 했던가     


지금은 사라진 말인지, 잊어버린 말인지 데땅트라는 말이 생각난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2004년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에 〈데땅트와 냉전〉이라는 칼럼이 있었다. 뒤에 붙여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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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부터 3년간 남한과 북한이 싸웠다. 왜 싸웠지? 이념이 달랐나? 자유세계(미국)과 공산세계(중국, 소련)의 대리전인가? 싸움의 원인이 아직도 불분명하다.

     

1953년 7월 27일 정전(停戰) 이래 70년 넘어 휴전상태인데, 내 의문은 왜 북한과 싸우려 드는지다. 왜 같은 민족끼리 싸우려 하나?

- 예전에 싸웠으니까

- 이념이 다르니까

- 핵무기로 위협하니까

- 자유·인권·민주주의 등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과 일본이 싫어하니까      


지금이야말로 남북의 데땅트, 긴장완화가 필요한 시기 아닐까? 1990년대부터 30년 이상 공들인 북방외교를 허물고, 한미일과 북중러로 편가르고 그 선봉으로 나서는 바보짓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생각해 보자. 단군의 홍익인간 재세이화(弘益人間 在世理化)의 정신과 우리 헌법의 세계평화주의가 무얼 말해주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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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거리)      


[생활속불어읽기] 데땅트와 냉전

2004.02.23      


국제정치사에 보면 ‘데땅트’란 말이 나온다. 냉전체제가 이완되면서 자유진영과 사회주의 진영이 화해와 공존을 시도했던 70년대의 국면을 가리키는 말이다. ‘데땅트(détente)’라는 프랑스어는 중고등학교 교과서에도 사용되고 있고 국제정치에서는 긴장완화를 가리키는 공식적인 용어로 굳어있다.     


프랑스어에서 ‘데땅트’란 말은 긴장완화나 휴식을 뜻한다. 국제정치용어가 돼버린 이상, 일상적인 프랑스어에서도 보통의 휴식을 가리키는 말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70년대 국제정치를 돌아보면 50년대, 60년대 냉전 상황과는 비교해보면 근본적으로 달랐다. ‘데땅트’하면 늘 따라다니는 용어는 바로 냉전이다. 우리가 지긋지긋하게 사용해왔고, 실제 현실로서 겪어왔던 것이 바로 냉전 아니던가. 냉전(the cold war)이라는 말은 1947년 미국의 평론가 리프먼이 논문에서 처음 사용했다.     


이 용어는 프랑스로 건너와서는 그대로 직역된 채 ‘라 게르 프로와드(la guerre froide)’라고 사용되었다. ‘라(la)’는 정관사이고 ‘게르(guerre)’는 전쟁, ‘포로와드(froide)’는 ‘차가운’이라는 뜻이니, 번역하면 말그대로 냉전이 된다. 그런데, 냉전은 엄밀히 말하자면 일종의 전쟁이다. 전쟁은 전쟁인데 교전이 이루어지지 않는 차가운 전쟁, 요즘말로 하면 썰렁한 전쟁이 바로 냉전이다.      


무기를 사용하는 열전(hot war)은 아니지만 정치, 경제, 군사, 이데올로기 등 모든 면에서 총체적인 긴장과 대립을 동반하는 냉전은 보이지 않는 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불만 붙이면 터지는 화약고 같은 그런 상황이었던 것이다.     


1950년 한국전쟁때 절정이었던 냉전은 60년대를 거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서구진영에서는 서독과 일본이 급성장해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영국, 프랑스, 중국은 새로운 핵보유국이 되었으며, 프랑스는 같은 자유진영에 속하면서도 종주국인 미국과는 각을 세우며 소위 반미 자주외교노선을 주창하게 된다.     


사회주의진영도 마찬가지로 균열을 맞게 된다. 중국과 소련은 같은 사회주의 형제국이면서도, 이데올로기분쟁, 국경분쟁을 포함한 치열한 중소분쟁을 치렀다. 세계는 양극체제를 벗어나 차츰 다극화 되었고 각 국민국가들은 이데올로기보다는 실리를 추구하기 시작한다. 국익을 위해서는 이데올로기적인 적대국과도 서슴없이 ‘적과의 동침’을 하는 그런 시대가 된 것이다.     


1972년 미국의 닉슨대통령이 모스크바와 베이징을 방문하면서 미국은 소련, 중국 등 공산주의 종주국과 화해와 공존을 시도하는데 이것이 바로 데땅트이다. 데땅트로 인해 냉전구도는 많은 변화를 겪고 새로운 국면을 맞았지만 그래도 데땅트가 냉전의 종식을 의미한 것은 아니다. 데땅트는 일시적이었을 뿐, 80년대 초반에는 또다시 신냉전시대를 맞게 된다.     


결국 냉전의 종식은 20세기의 말미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이루어진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소련의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이후 지속되어온 냉전구조를 타개하기 위해 1989년 12월 지중해의 몰타 섬에서 수뇌회담을 갖고 공식적으로 ‘냉전의 종식’을 선언했다. 반세기간 지속되어온 냉전체제는 이렇게 한순간에 무너져버렸다. 물론 그후 소연방이 해체되면서 더 이상 냉전체제는 가능하지 않았다.     


국제정치라는 큰 들에서 보면 냉전은 구시대의 유산이다. 하지만 시야를 좁혀 한반도를 보면, 우리사회가 냉전의 종식을 이야기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지금도 전쟁의 일시적 중단상태인 휴전상태이고 냉전의 적자인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존속되고 있으며 남북한의 대립도 본질적으로는 해소되고 못하고 있다.     


프랑스의 저명한 석학 레이몽 아롱(Raymond Aron : 1905-1983)은 냉전을 가리켜 ‘전쟁은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평화는 불가능한 상태(guerre improbable, paix impossible)’라고 정의했다. 참으로 명쾌한 정의다. 만약 아롱의 정의를 받아들인다면 지금 남북한의 상황도 여전히 냉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국정넷포터 최연구/ 프랑스 마르느 라 발레 대학교 국제정치학 박사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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