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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Oct 11. 2023

병역의무는 신성하고 명예스럽다? (헌법 제39조)

헌법재판소는 최근 남성만 병역의무를 지는 것이 헌법(평등권)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결정하였다. 그러면서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부연하였다.     


지금 전 세계 여기저기에 전쟁의 불길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그곳에도 전면전이 개시된 모양이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먼저 연합뉴스 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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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만 병역의무 병역법 합헌헌재 "평등권 침해 아냐"

송고시간2023-10-02 09:00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남성에게만 병역의 의무를 부과한 병역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달 26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병역법 제3조 제1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대한민국 국민인 남성은 헌법과 이 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병역 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여성은 지원에 의해 현역 및 예비역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쟁점은 병역의무 이행에 있어 여성과 남성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평등권을 침해하는지였다.     


(나머지 기사는 글 끝에 ‘읽을거리’로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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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병역제도(남녀 징병제)     


지난 주말(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의 전쟁이 벌어졌다. 이스라엘은 국민 모두(남성과 여성)가 병역의무를 지는 나라다. 여성은 출산하면 병역의무가 면제된다고 들었다. 출산과 육아가 병역을 보상한다는 이야기다.       


생각해 보면 인구를 유지하는 출산과 나라를 유지하는 국방이 등가(等價)이거나 출산은 결국 사회·국가 방어를 위한 이중적 기여라고 보는 것이다. 우리가 참고할 만한 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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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게임과 병역 특례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10여명의 병역특례자가 생겼다. 어떤 종목에선가 결승점에서  미리 세리머니를 하는 바람에 은메달에 그친 사람 이야기가 있었다. 단체종목인데 그는 자기 때문에 병역혜택을 잃은 동료에게 미안하다고 하던데.     


작년인가 대중음악으로 전 세계를 녹인 BTS에게 병역특례를 주는 문제로 잠시 나라가 소란해진 기억도 있다. 

그런데 병역이 도대체 무엇인데 이리 시끄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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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의무는 신성하고 명예스럽다?     


헌법에서 국방의무에 대해 규정한 제39조를 보자.       

①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

②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제1항을 보라.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국방의무를 지도록 했는데, 병역법에서 남성은 징병제로, 여성은 모병제로 정했다. 여기서 웃기는 건 여성은 병으로 복무할 수는 없고 장교나 부사관으로만 복무할 수 있다. 심각한 남녀 불평등이 있는데, 이것은 헌법 제8조(평등권) 위반이 아닌가.      


제2항은 황당하고, 논리적 모순도 있어 보인다. 병역의무를 이행하면 혜택을 주겠다가 아니라, 병역의무 이행으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데, 이것은 병역의무가 ‘신성하다, 명예스럽다’가 아니라 그 반대로 보는 게 아닌가. 제2항은 이리되어야 하지 않을까?     


② 누구든지 병역의무를 이행한 사람은 법률이 정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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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국방의무 조문 변경      


헌법이 도대체 왜 이런 모습일까? 1948년 제헌 헌법을 찾아보았다. 제헌 헌법 제30조는 이런 모습이었고, 이 조항은 1980년까지 계속되었다.      


30조 모든 국민은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토방위의 의무를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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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공화국의 1980년 헌법(제9호)에서 아래처럼 바뀌었다. 이 조항은 현행 헌법(1987년 헌법, 제10호)의 제39조로 조문 순서만 바뀐다.     


37조 ①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진다.

②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     


개정사유가 나와 있지 않다. 1980년 헌법은 제5공화국에서 대통령 7년 간선제로 바꾼 헌법이다(5천명의 통일주체국민회의가 7년 단임 대통령을 뽑는다).     


대한민국헌법 [헌법 제9호, 1980. 10. 27., 전부개정]     

제정·개정이유[전문개정]
 

우리는 지금 새 시대 새 역사를 향한 출발점에 서서 국가의 안정과 번영 그리고 정의사회의 구현을 통하여 새로운 민주복지국가를 건설하여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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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민주복지국가를 향한 국가적 이상과 목표가 실천가능하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함.
②국가의 의무와 책임을 강화하되,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대폭 신장확대하여 인권보호에 만전을 기함.
③우리가 처하여 있는 국내외적 여건과 북한공산집단의 위협에 대처하여 국가의 안전과 번영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하여 대통령제 정부형태를 채택하되, 임기는 7년으로 하고 중임이 불가능하도록 하였으며, 임기 또는 중임금지에 관한 헌법개정은 개정당시의 대통령에게는 효력이 없게 하여 장기집권을 배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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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특례제도가 필요한가?     


국위를 선양하는 일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현재 올림픽 메달리스트, 아시안게임 우승자나 클래식 음악 콘테스트 1등을 한 사람 등에 병역특례를 인정하는데, 작년에 BTS는 대중음악이라 병역특례를 줄 수 없다는 논쟁이 있었다.     


나는 누구나(남성과 여성 모두) 병역의무를 지고, 이스라엘처럼 임산부는 병역의무를 면제하는 정도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여러가지 대체복무제도로 병역의무를 대체할 수 있다(예: 간병, 육아 등)  


우리는 중국(14억 2567만명) 일본(1억 2329만명)과 인접한 나라다. 역사적으로 그들은 우리를 침략한 적이 있는 가상 적국이기도 하다. 그들과 싸우려면 여성도 전투원이 되어야 한다.       


한편, 북한은 현실적으로 핵무기로 남한을 위협한다. 북한에서는 여성도 장기 복무한다. 지금의 병역특례제도가 군 면제에 돈도 벌 수 있도록 몇 명을 위한 제도가 되어, 많은 젊은이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이제 병역특례제도가 없더라도, 누구나 좋아하는 영역에서 스스로 기량을 뽐내는 선진국형으로 바뀌어야 한다. 종전처럼 병역면제로 유혹하는 국가 주도의 스포츠 육성은 없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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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거리)     


남성만 병역의무 병역법 합헌헌재 "평등권 침해 아냐"

(앞에서 계속)     


헌재는 우선 "국민 중 병역의무의 범위를 정하는 문제는 국가의 안보 상황·재정 능력을 고려해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국군이 최적의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합목적적으로 정해야 할 사항"이라며 "헌재로서는 제반 사정을 고려해 법률로 국방의 의무를 구체적으로 형성해야 하는 국회의 광범위한 입법재량을 존중할 필요성이 크다"고 전제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집단으로서의 남성과 여성은 서로 다른 신체적 능력을 보유하고 비교법적으로 보아도 징병제가 존재하는 70여개 나라 중 여성에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나라는 극히 한정돼 있다"며 "병역의무 조항은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고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장기적으로는 출산율의 변화에 따른 병역자원 수급 등 사정을 고려해 양성 징병제의 도입 또는 모병제로의 전환에 관한 입법 논의가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해 진지하게 검토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현재 시점에서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존 징병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입법자의 판단이 현저히 자의적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번 헌법소원은 병역의무를 이행 중이거나 이행 예정, 또는 병역의무 불이행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남성 5명이 제기했다.     


헌재가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조항에 대해 정식 판단을 내린 것은 2010년과 2011년, 2014년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2010년에는 재판관 6대2 의견으로, 2014년에는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wat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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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법세기’는 ‘어느 법학사의 세상 읽기’를 줄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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