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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어법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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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수 Aug 31. 2023

임시공휴일 지정, 국무회의 심의도 없이

정말 사소한 이야기 하나 해야겠다.

윤 대통령이 추석연휴와 개천절 사이에 낀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정했다고 한다     


공무원이나 월급쟁이들은 신나겠다. 아니 어린이와 학생들도 신나겠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니까. 아니 관광지 식당들 신나겠다. 그런데 전에는 보통 이런 일의 주체가 ‘정부’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부가 아니라 ‘윤 대통령’으로 되어 있다.         


10월 2일 하루 놀면 모두 6일 연휴가 된다. 내친김에 그 주 수요일에서 금요일(4일부터 6일) 휴가를 내면 총 12일 쉴 수 있다. 이거야말로 아마 단군 이래 가장 긴, 신나는(?) 휴가가 될 것이다.     


대통령도 출근 안하니까 좋겠구나. 긴 연휴동안 푹 쉬면서 좋아하는 걸 마음껏 할 수 있을테니까 등등.     


그런데, 우리가 지금 이렇게 한가하게 쉴 여유가 있나? 오히려 하루라도 더 일해야 되는 것 아닌가. 지금 경제가 엉망이다. 산업생산도 소비도, 수출도 다 엉망이다. 벌어놓은 돈 있고 나라가 어찌 되든 하는 이들이야 상관없다고 하겠지만,      


좀 이상해서 찾아보았다.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약칭: 관공서공휴일규정)에는 이 사안에 대해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게 하고 있다.     


아마 국민생활의 모든 분야에 걸치는 사항이니, 국무회의에 부의해서 조심스레 다루라는 취지일 것이다.     


그런데 이 정부 들어 다 대통령 맘이고, 요식행위에 불과한 국무회의를 나중에 하거나 말거나 어쩌고 여기는 모양인데 그래도 법령에 버젓이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는 건 공정과 상식에 어긋나지 않나?       


한때 아시아에서 가장 앞선 민주주의라고 평가받아온 대한민국이 무너지는 현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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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 ( 약칭: 관공서공휴일규정 )

[시행 2023. 5. 4.] [대통령령 제33448호, 2023. 5. 4., 일부개정]     


제1조(목적) 이 영은 「국가공무원법」 및 「공휴일에 관한 법률」에 따라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공휴일) 관공서의 공휴일은 다음 각 호와 같다. 다만, 재외공관의 공휴일은 우리나라의 국경일 중 공휴일과 주재국의 공휴일로 한다.      


1. 일요일

2. 국경일 중 3ㆍ1절, 광복절, 개천절 및 한글날

3. 1월 1일

4. 설날 전날, 설날, 설날 다음날 (음력 12월 말일, 1월 1일, 2일)

5. 삭제 <2005. 6. 30.>

6. 부처님오신날 (음력 4월 8일)

7. 5월 5일 (어린이날)

8. 6월 6일 (현충일)

9. 추석 전날, 추석, 추석 다음날 (음력 8월 14일, 15일, 16일)

10. 12월 25일 (기독탄신일)

10의2. 「공직선거법」 제34조에 따른 임기만료에 의한 선거의 선거일

11. 기타 정부에서 수시 지정하는 날     


제4조(임시공휴일의 지정) 제2조제11호에 따른 공휴일을 지정하려는 경우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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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연합뉴스 기사다. ‘국무회의에서 의결할 듯’이라고 되어 있다. 이렇게 기자도 정부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정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국무회의도 없이 그냥 대통령이 불쑥 정하는 나라가 되었다. 이게 정상인가?     


(연합뉴스)

102일 임시공휴일 지정안건 내주 국무회의서 의결할 듯

송고시간2023-08-30 10:04

국민 여론 고려 '신속 확정' 기류…엿새 연휴 기정사실화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오는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안건이 다음 주인 9월 5일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심사·의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안건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즉시 재가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3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여당이 임시공휴일 지정을 건의해 적극 검토 중"이라며 "다음 주 확정이 적절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9월 5일 국무회의 안건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임시공휴일 지정 안건을 꼭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처리할 이유는 없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9월 12일 국무회의에서 다룰 가능성도 있지만, 정부가 공휴일을 신속히 확정해주기를 바라는 국민 여론을 고려하는 기류다.     


앞서 윤 대통령은 임시공휴일 지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여당에서 국민들의 휴식권을 확대하고 내수를 진작하기 위해 제안했고 정부도 여당과 생각을 같이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오는 9월 28일부터 10월 1일까지 나흘간 이어지는 추석 연휴와 10월 3일 개천절 사이를 공휴일로 지정할 경우 총 6일간의 연휴가 생기게 된다.     

hanjh@yna.co.kr     


* ‘어법세기’는 ‘어느 법학사의 세상 읽기’를 줄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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