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돌의 시
생명 끝나는 날 오면 결코 불사조는 되지 않겠다
몰약 향료 유황 향나무 말고 조용히 타서 어둠의 심연에 파묻혀 블랙홀이 되겠다
인생은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다고 했다*
이 세상 소풍이 아름다웠노라 말하겠다고 했다**
세상사 뜬 구름이니 공수래공수거라고 했다
나는 그저 가련다
말 않고 가련다
가서 어느 나무 밑에서 없으련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내 생명 수락산(水落山)이다
나는 산(生) 까치다, 물 먹는
산(山) 새다
죽으면 그냥 죽은 새다
까치는 불사조가 아니다
* 박인환 「목마와 숙녀」
** 천상병 「귀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