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의사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과학기술계 인력이 부족하다는 기사를 보았다.
갑자기 의사 2천명을 증원한다고 하여 의료계가 난리가 났는데, 정작 인력이 부족한 곳은 의료계가 아니라 과학기술계라는 것이다.
AI, 반도체, 우주항공, 바이오 인력 부족은 무슨 식으로 메꾸나? 의료분야 인력은 비록 부족하다고 해도 그럭저럭 꾸려왔고, 의료분야 AI화로 전문인력 부족 현상을 감당해 나갈 수 있지만 다른 분야는 그렇지 못하다.
국가전문인력 추계를 그렇게 하니까 정작 부족한 분야를 제대로 보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의료분야 인력 증원에 빠져버린 정부는 다른 분야 인재부족을 어찌하고 있나?
내년도 의사 정원을 현재대로 두고 다른 분야부터 정상화해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이과계 전 분야의 인력부족 현상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
[강경희 칼럼] 의사만 부족한 게 아니다 (조선일보 10/14)
‘2035년 의사 1만명 부족’ 논리
언제까지 반복할 건가
과학기술 분야 인재 부족은
그보다 훨씬 더 심각
AI·반도체·우주항공·바이오 육성 약속
그 소는 누가 다 키우나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나노 등 4대 신기술 분야의 인력 수급 전망을 발표했다. 오는 2027년까지 6만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한다. AI분야에서 초·중급 인력은 수요(4만4600명)보다 3800명 더 공급되지만 R&D(연구개발)에 투입할 고급 인력은 수요(2만1500명)의 23%만 배출돼 1만6600명이 부족하다. 빅데이터 분야 고급 인력 역시 3만명 필요에 20%(6100명)만 배출된다. 클라우드 분야에서도 고급 인력이 1만500명 부족하고, 나노는 초·중·고급 인력이 다 부족해 도합 8400명 모자란다.
반도체 분야도 심각하다. 오는 2031년 5만4000명 부족할 것이라고 한다. 숫자도 문제지만 석사 이상 인재를 얼마나 확충할 수 있을지가 난제다. 반도체 분야 취업자의 66%가 2년제 전문대학 졸업자이고 23%가 4년제 대학 졸업자다. 반도체 공정의 실무자 양성이 주를 이뤄 석사 이상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우리 인구의 절반도 안 되는 대만은 매년 반도체 인재를 1만명씩 배출하려고 총력전을 편다. 미국·중국·일본 등이 반도체 자립에 나서면서 가뜩이나 부족한 우리나라 반도체 고급 인력은 ‘영입 1순위’ 대상이다.
한 나라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인력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인재들이다. STEM인재는 의사 양성 이상으로 시간이 걸리고 역량도 요구된다. 인구 팽창기라면 의사도, 과학자도, 엔지니어도 다 늘릴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럴 수도 없다. 대학 입학하는 18세 학령 인구가 1990년 92만명에서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앞으로 더 줄어든다. 고령화로 의사 부족을 예상하는데 의사만 부족한 게 아니다. 국력과 국부를 책임질 과학기술자 부족은 훨씬 심각하다.
정부 역할은 나라 전체, 그리고 국가 미래를 넓게, 멀리 보면서 인재의 효율적 양성과 재배치가 이뤄지도록 인센티브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정부는 2035년에 의사 1만여 명이 부족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토대로 의대 정원을 매년 2000명씩 5년간 늘리겠다고 올 2월 발표했다.
지난해 서울대 공학·자연과학 계열 입학 정원이 1795명이고, 4대 과학기술원의 입학 정원을 다 합쳐 2000명이 안된다. 의사 부족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자조차 점진적 증원을 제안했다는데 정부는 ‘연 2000명 증원’을 강행했다. 최종적으로는 정원의 50%가 늘어나는 1509명 증원 입시안을 확정했다.
그동안 의료 개혁에서 의사들이 과도한 집단 이기주의를 보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의사들과의 힘겨루기에 매달리기보다 정부가 훨씬 귀담아들었어야 할 지적이 ‘입시 블랙홀’ 의대의 급격한 증원이 이공계 인재 양성에 미칠 쇼크였다.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