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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한돌별곡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읽고

by 신윤수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홀대가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은 젤렌스키의 퇴진을 바라는가?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버리는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은 이루어지는가? 이도 저도 아니라면 무엇이 어떻게 되는가?


1957년 옛 소련에서 태어나 우크라이나에서 공부한 학자가 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읽었다. (세르히 플로히, 글항아리, 2024)


돌이켜보면 1991년 소련의 붕괴 이후 세계 핵무기 3위였던 우크라이나가 핵을 포기한 결과가 지금 이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때의 이야기다.


독립국가 우크라이나는 소련으로부터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핵무기를 물려받으면서 출발부터 핵보유국으로 탄생했다. 소련은 우크라이나 영토에 1900개에 가까운 핵탄두와 약 2500기의 전술 핵무기를 배치해둔 상태였다. (위 책 118쪽)


우크라이나는 독립 선언 이후 줄곧 비핵화를 수용할 준비가 돼 있었지만, 핵무기를 파괴해서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보장 없이는 러시아에 핵무기를 넘겨줄 의사가 없었다. (위 책 129쪽)


클린턴 대통령 취임 몇 달 뒤 저명한 정치학자이자 국제관계 전문가인 존 미어샤이머는 우크라이나가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압박하지 말고 계속 보유하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논문을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했다.


미어샤이머는 그것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며, 양국간 전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재정복으로 “유럽 전체의 평화 전망을 해칠 우려가 있는” 재앙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핵무기는 러시아의 침략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하게 신뢰할 만한 억제 수단이다. 미국의 목표가 유럽의 안정을 강화하는 것이라면 우크라이나의 핵무장에 반대하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위 책 130쪽)


하지만 이 제안은 무시되었다. 대신에,


1994년 1월 체결된 우크라이나 비핵화에 대한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 협약이 기초가 되었다. 1994년 2월 우크라이나 의회는 리스본 의정서를 비준했고, 그해 10월에는 우크라이나가 비핵국가로서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하는 안을 승인했다. (위 책 131쪽)


보증자로 나선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주권, 현재 국경을 존중”하고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과 정치적 독립에 반한 무력 사용이나 위협을 자제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해 어떠한 무기도 사용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위 책 132쪽)


문제는 이 약속이 깨져 우크라이나가 공격받을 경우 우크라이나를 보호해주겠다는 약속이 빠졌다는 점이다. (위 책 132쪽)


물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조치를 취하겠다는 약속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침략하는 경우에는 적용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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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영토에 관한 이야기다. 2022년 2월 전쟁 초기 젤렌스키에게 망명정부를 구성토록 서방세계는 권고했다. 그만큼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그 이후 우크라이나가 잘 싸워 지금이 됐다.


크림반도 병합(2014)으로 제국주의와 민족주의는 러시아 외교정책의 핵심 요소이자 원동력이 됐다. 이 병합은 푸틴이 ‘위대한 러시아 프로젝트’(러시아계 주민이 정착했거나 역사적 또는 문화적 근거에 따라 러시아로 간주되는 영토의 병합)를 러시아-우크라이나 통합이나 유라시아 통합 프로젝트보다 우선시했음을 드러냈다.

사실 푸틴은 두 가지 모두를 추진하거나 심지어 크림반도 병합을 이용해 우크라이나의 나머지 지역을 러시아의 영향권 아래 두려고 했다. (위 책 203쪽)


젤렌스키는 1994년 부다페스트 각서에 서명하고 우크라이나에서 핵무기를 제거함으로써 강대국들이 떠안은 책임을 상기시켰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세계 3위의 핵 능력을 포기하는 대가로 안전을 보장받았다”면서

“우리에게는 핵무기가 없다. 우리는 안전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또한 스위스나 네덜란드, 벨기에보다 더 넓은 면적의 영토를 잃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수백만의 시민을 잃었다는 사실이다.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게는 없다. 이 때문에 우리가 가진 것이 있다. 유화정책에서 벗어나 안전과 평화를 보장하는 정책으로의 전환을 요구할 권리다.” (위 책 244~2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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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보듯이 우크라이나는 핵무기를 포기함으로써 자주 국방력을 잃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로부터 독립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입장은 애매하다. 그저 우크라이나만 고달프게 되었다.


북한을 보자. 2006년부터 2017년 사이에 6차례 핵실험을 거쳐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은 우크라이나를 타산지석으로 할 것이다.


북한의 김정은과 트럼프는 나름의 브로맨스가 있다. 여기에서 대한민국을 패싱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북한의 핵무기는 기정사실이다. 그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대응하여 남한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 핵무기에는 핵무기만이 대응한다. 이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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