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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한돌별곡

『컨플릭트』 (Conflict)를 읽고

by 신윤수

이 책은 ‘1945년부터 가자 전쟁까지, 전략은 어떻게 진화했는가’, 현대 전쟁사에 대한 기록이다.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앤드루 로버츠, 책과함께, 2024)


비전문가를 일깨우고 정치가와 지정학자의 길잡이가 될 책(헨리 키신저)이며, 군사와 역사라는 두 분야의 대가가 만나 통찰력 있는 역사적 분석과 예리한 전략적 판단으로 완벽한 결과물이란 평가를 받았다.


2022년 2월 24일 목요일 이른 시각, 러시아의 푸틴이 카이우와 우크라이나의 다른 요충지에 대한 신속하고 파괴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이 공격은 ‘기습’으로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한 달 만에 미국이 20년간 이라크 전쟁에서 잃은 것보다 더 많은 군인을 잃었다. 2023년 3월까지 러시아의 전사자 수는 소련이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에서 10년간 잃은 1만 3300명보다 다섯 배 많았다.


프로이센의 군사사상가 카를 폰 크라우제비츠는 전쟁을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라고 표현했고, 1945년 이후 정치가 끝나지 않은 것처럼 전쟁 역시 사라지지 않았다.


정치인 또는 군인으로 등장하는 지도자들은 다음 네 가지 주요 과제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첫째, 지도자들은 전쟁에서 전체적인 전략적 상황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전략적 접근 방식을 구상해 내야 한다.

둘째, 이러한 큰 그림에 대해 자기 조직의 전 부문 및 다른 모든 이해당사자와 적절히 소통해야 한다.

셋째, 전역계획(Campaign plan)을 철저하고 단호하게 실행하면서 큰 그림의 수행을 감독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도자들은 이 큰 그림을 다듬고, 조정하고, 정치화하면서 앞의 세 가지 임무를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14~15쪽)


이와 같은 네 가지 주요과제를 잘 수행하면 좋은 정치가 또는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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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에 대한 부분을 옮긴다. 9장 푸틴과 우크라이나의 생존전쟁, 2022- 부터에서다


2022년 2월 24일 목요일, 푸틴의 엄청난 오판이 시작되었다.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이 취약한 우크라이나 정부와 제대로 무장하지 못한 우크라이나 군대를 상대로 특수부대, 정규군, 제5열의 신속하고 압도적이고 전격적인 공격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랐다. (472쪽)


우크라이나 사태는 본질적으로 민주주의와 허무주의 사이의 투쟁이었으며, 민주주의를 자처하는 폭정이 승리하여 논리적·윤리적 공백을 확산시킬 수 있는지를 시험한 사건이었다.---우크라이나의 저항은 이들을 잠에서 깨우는 경종이다. (474쪽)


젤렌스키는 워싱턴과 런던에서 첩보와 피신제안을 받던 중 다음과 같이 자신이 어떤 지도자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발언을 했다. “싸움은 여기에 있다. 나는 탈 것이 아니라 탄약이 필요하다.” 이 말을 할 때만 해도 그는 이것이 21세기를 향한 자유의 함성으로 울려 퍼질 줄은 몰랐다. (480쪽)


머스크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는 젤렌스키가 외국 의회와 화상통화를 하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성명을 발표하는 것부터 군의 포격 임무와 공습을 조율하는 것까지 모든 면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면서 스타링크는 우크라이나의 생명줄이 되었다. (490쪽)


우크라이나가 키이우로 향하는 러시아 기갑부대 대열을 공격하는데 특히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드론이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처음으로 드론이 사용된 분쟁은 아니지만, 우크라이나에서의 드론 활용은 드론이 지상작전에서 중심적 역할을 한 최초의 분쟁이라는 점에서 전쟁의 또다른 중요한 진화를 의미하며, 미래에 대한 여러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499쪽)


3월 8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키이우에서 화상 연결을 통해 영국 의회에서 연설했다.---우크라이나 국민은 “숲에서, 들판에서, 해안에서, 거리에서 끝까지 싸울 것이다. 바다에서 싸우고, 공중에서 싸울 것이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리의 국토를 지키기 위해 계속 싸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젤렌스키의 지도력은 전 세계에서 ‘처칠 같은’이란 형용사를 만들어냈고, --- (512쪽)


러시아는 전략이나 전술을 효과적으로 수정하거나 개선하는 데 명백히 실패했다.---젤렌스키와 그의 팀은 우크라이나의 전술이 유연하고 영리하고 민첩하고 예측불가능하도록 보장해주었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군대는 학습하는 조직이었으며, 장기간 전쟁에서는 빨리 배우고 먼저 적응하는 쪽이 승리하는 경우가 많다. (538쪽)

한때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러시아군이 2022년 2월 24일 이후 우크라이나에서 지속적으로 저조한 성적을 거둔 데에는 수많은 이유가 있다. 러시아군의 능력에 대한 지나친 과대평가와 우크라이나군의 능력에 대한 현저한 과소평가, 지휘부의 단결력 부족, 너무 야심찬 작전 설계로 인해 현장 지휘관들이 따라갈 수 있는 능력을 초과한 점, 제병협동(기갑, 보병, 공병, 박격포, 포병 등을 함께 운용) 효과의 달성 실패, 전적으로 부적절한 훈련(우크라이나 북부, 동부, 남부 국경애 배치된 수개월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나?) 등이 그것이다. (538쪽)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단순히 자선이나 인도주의적 충동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우크라이나를 돕지 않으면 안보와 번영에 있어서 세계가 대단히 부정적인 방식으로 변화할 것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를 돕는 것이 자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냉철하고 냉정한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다. (558~5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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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미래의 전쟁에서 로봇과 AI, 드론에 대한 기술이 낯익었다.


키신저와 에릭 슈밋(Eric Schmidt)의 주장처럼 현대식 군대를 원하는 모든 국가는 AI를 수용해야 하며,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는 이미 전술적, 심지어 전략적 목적으로 AI를 개발하기 위한 군비경쟁이 한창 진행중이다. AI의 출현으로 세계는 “핵무기의 출현만큼이나 중대한 전략적 전환의 문턱에 도달했지만, 그 효과는 더욱 다양하고 더욱 확산되고, 더욱 예측 곤란할 것이다. (610쪽)


무인항공기(UAV 또는 드론)는 원래 공중정찰을 위한 것이었지만 치명적 시스템으로 빠르게 발전했고, 이제는 기뢰와 어뢰 기술을 결합하여 수중에서도 사용되고 있다.---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박격포, 기관총, 공중 폭격 및 기타 모든 종류의 무기를 합한 것보다 드론으로 인한 군인 사상자가 더 많았을 가능성이 높다. (6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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