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미 2+2 통상협의’를 어제 돌연 취소했다. 미국으로 출국하려던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미국의 e메일을 받고 인천공항에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이것이 단순 연기인지,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려는 고강도 압박인지, 미국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혼란스럽다.
일본의 사례는 트럼프의 변칙 플레이에 말리면 눈 뜨고 코 베이기 십상임을 보여준다. 일본은 25% 관세를 15%로 내리는 조건으로 미국산 농산물과 자동차, 트럭의 진입장벽완화 등을 제시하였는데 트럼프는 투자펀드를 4000억에서 5500억달러로 늘렸다.
미국은 한국에도 비슷한 규모를 요구할 듯하다. ‘백지 답안지’를 디밀었다고 한다. 한국 경제 규모의 2.3배 수준인 일본의 협상수준과 비교할테니 협상의 난이도는 만만치 않을 듯하다.
무엇보다 자동차 등 핵심 수출품목의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을 정도의 관세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이 미국 내 최대 투자국이라는 사실을 어필하는 동시에 조선·반도체 등 제조업 협력과 LNG 개발 참여 등을 레버리지 삼아 경쟁국보다는 나은 결과를 끌어내야 한다.
농산물과 소고기 등 민감 품목의 시장 개방도 조심해야 한다. 개방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보상과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모두 다 지키려다 다 잃을 수도 있다.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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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국에 '백지 답안지' 내민 미국…알아서 채워 와라?
(JTBC, 7/24))
"미 재무장관 긴급 일정"…'2+2 협의' 하루 전 돌연 무산
[앵커]
내일(25일) 예정됐던 한미 2+2 협의가 돌연 무산됐습니다. 미국 재무장관에게 급한 일정이 생겼단 이유인데,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출국 직전에야 이 소식을 들었습니다. 미국 측은 또 한국이 뭘 해줄 수 있는지 알아서 '백지 답안지'를 채워오란 식으로 요구한 걸로 파악됐습니다.
유선의 기자입니다.
[기자]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굳은 표정으로 공항에서 걸어 나옵니다.
내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국과 미국 간 재무·통상 수장의 '2+2 통상 협의'가 갑자기 미뤄졌습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 : 빠른 시간 내에 일정을 다시 잡자면서 그쪽(미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긴급한 일정 때문에 안 된다, 어렵다.]
우리 대표단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기 직전 미국 측 통보가 온 겁니다.
오후에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미국에서 돌아왔습니다.
카운터 파트인 루비오 국무장관을 만나지 못해 미국이 기선제압에 나섰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위 실장은 미국 행정부 고위급들과 만나 총론적 협의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위성락/국가안보실장 : 지금 한·미 간의 현안 협상이 막바지에 꽤 중요한 국면에 있습니다. 한·미 관계의 전반, 그러니까 무역·통상·안보·동맹 전반에 걸쳐서 총론적 협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 방문은 경제 관료들이 하게 되는 세부 협상을 지원하게 되는…]
이런 가운데 미국이 우리나라에 관세 협상을 위해 내줄 수 있는 것을 알아서 준비해 오라는 사실상의 '백지 답안지'를 내민 것으로 JTBC취재 결과 파악됐습니다.
한·미 협상 사정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JTBC에, "미국이 '정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우리가 내줄 수 있는 것을 먼저 정리해 오면 그 뒤에 관세 협상을 마칠 수 있다'는 취지로 요구했다"고 말했습니다.
대미 투자든, 수입 개방 완화든 우리가 가져오는 카드를 일단 보고 협상을 하겠다는 겁니다.
일본이 700조원이 넘는 투자를 약속하고 관세 협상을 마친 만큼 이보다 나은 조건으로 협상하기 위한 정부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관세 협상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오늘 저녁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납니다.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전략 등에 대한 얘기가 오갈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취재 주수영 구본준 황현우 영상편집 김지우 영상디자인 조영익]
유선의 기자 (yoo.seonui@jt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