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90호 수첩을 쓰는 중입니다만
얼마 전 문구점에 가서 메모 수첩 3개를 샀어요. 요즘 제가 쓰는 수첩입니다.
이 회사에서는 갈색, 남색, 검정 3가지 색밖에 나오지 않더라고요. 좀 더 화사한 색깔도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수첩을 사면서 늘 아쉬워하고 있네요.
서점이나 문구점 가면 수첩을 항상 둘러보지만 딱 제 마음에 드는 수첩을 발견하기가 힘들더라고요.
색깔이 예쁘면 규격이 마음에 안 들고 규격과 색깔이 예쁘면 수첩 하나에 만 원이 훌쩍 넘어가기도 하고요. 수첩을 자주 교체하는 편이라 가격도 적당하고 손에 잡고 쓰기도 편한 이 수첩을 자꾸 찾게 되네요.
문득 아침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쌀독에 쌀이 떨어지면 불안해하던 옛 어머님들처럼 나는 뭐가 떨어지면 불안할까 생각해 보니 '수첩'이더라고요.
마지막 페이지를 쓰고 있는데 다음 수첩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조급한 마음이 든답니다. 예전에는 한 권씩 사 왔어요. 수첩을 사러 갈 때마다 다른 수첩을 고를 게 있나 싶어서요. 막상 가보면 매번 사 오는 수첩을 집어오길래 이번에는 세 가지 색을 모두 사 왔어요.
제 책 <쓰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에는 86호 수첩까지 나옵니다. 그 후 수첩이 계속 늘어나서 지금은 90호 수첩을 쓰고 있어요. 수업하는 친구들은 제가 몇 호 수첩을 쓰는지 궁금한가 보더라고요. 계속 물어요.
어제도 제 책을 읽고 수첩을 사셨다는 그림책 작가분이 계셨어요. 독자에게 작은 거 하나라도 동기부여가 되었다는 사실에 뿌듯했습니다. 그림책도 보내 주시고, 소재 고갈로 고민스러웠는데 제 책이 도움이 되었다는 말씀도 남겨주셨네요.
아침에 메모에 관한 책을 뒤적이다가 공감 가는 내용이 있어 옮겨봅니다.
뭐가 소설이 될지 알 수 없고
어떤 메모가 살아남을지
예측할 수 없으니 무조건 적었다.
내 삶에서 겪게 되는 모든 감정을 적고,
내게 일어난 사건을 종이에 남기고,
뇌에서 빚어내는 온갖 망상도 써 두었다.
-소설가 김중혁
저도 그렇습니다. 메모 수첩에는 이것저것 다 담겨있어요.
어제만 해도, '오늘의 발견', 오랜만에 참석한 그림책 줌 모임에서 들은 이야기, 지인들에게 보낼 톡 내용, 블로그 이웃님이 운영하신다는 양산 책방 이름, 5개의 단상 등이요. 어제는 꺼내고 싶은 생각이 많았나 봅니다.
<쓰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 이 책에 담긴 많은 이야기들도 메모가 시작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어제 쓴 이 단상이 한 편의 글로 탄생할 수도 있고, 어느 글 속에 들어갈지도 모르겠네요.
메모의 효용을 함께 누려봐요.
-이 글은 며칠 전 블로그에 쓴 글을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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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7455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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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사람으로살아간다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