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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 앞의 계절 Jan 23. 2021

포스팅 알바

주의

                                             



  20년 12월에 일어난 일이다. 퇴직했다. 25일이 월급날이었다. 빠져나갈 돈들은 대부분 월말로 되어 있다. 보험, 관리비 등 모든 것들이다. 저축은 할 수도 없다. 뺄 건 빼도 꼭 나가야 할 돈들이 있다. 마이너스를 만들 순 없었다. 내 블로그는 문학책 블로그다. 돈과는 거리가 멀다.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한 블로그다. 내가 책을 좋아하고 시집 읽는 걸 좋아해서 시작했다. 그냥 필사 느낌의 블로그다. 이웃이 늘건 말건 신경 쓰지 않았다. 자기만족 블로그다.

블로그에 광고를 실어도 될까? 고민이 많았다. 결정하기까지 오래 걸렸다. 월말이 문제였다. 해서 생각한 것이 포스팅 알바였다. 남들은 블로그로 돈도 잘 번다고 한다. 난 해본 적 없다. 그동안은 필요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메일이나 쪽지로 블로그 포스팅 알바 권유가 온다. 실제 주변에서 블로그 임대를 한 달 해보았다는 지인의 이야기도 들었다. 그래서 해보기로 했다. 임대는 아니고 기존 내 블로그에다 광고 카테고리 하나 달아서 광고를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결정하기 전까지 고민이 많았다.

메일이 온 한 곳과 연락을 했다. 서너 사람을 거쳐 ㄷㅈㅇㄱㄱ라는 업체랑 계약서를 썼다. 난 계약서라는 걸 처음 봤다. 그런 거 잘 모른다. 난 한 직장을 35년 넘게 다녔다. 다른 쪽은 잘 모른다. 솔직히 사회를 잘 모른다. 누가 사기를 당했네, 누가 먹튀 했대. 이런 이야기와는 사뭇 다른 생활 속에서 살았다. 실제 경험해 본 적 없다. 이런 이야기들이 뉴스에 나올 때마다 다른 사람 이야기라고 치부했다. 포스팅 계약을 했다. 계약서를 쓴 사람과 실제 광고를 주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다. 중간에 서너 명이 끼어 있는 것 같다. 하청업체인가? 싶다. 여하튼 그렇게 계약을 했다. 그게 불공정 계약인지는 잘 모르겠다. 처음이라 잘 몰랐다. 그런대로 한 달은 잘 넘어갔다. 일요일 빼고 1-3건 까지 광고를 꾸준히 줬다. 광고글을 올리면 이상한 점이 금방 발견된다.  곧바로 댓글 아르바이트생들이 달라붙는다. 즉시 좋아요를 누른다. 아, 정말 이런 세계가 있구나 싶었다. 말로만 듣던 댓글 알바가 이런 건가 실감했다.   니는 주는 원고만 복사해서 올리면 끝이었다. 정말 너무 간단했다.

광고를 실을 때 이런 일도 있었다

 약 관련 광고였다. "우루사"라는 약 광고였다. 광고 원고가 왔다. 광고를 실을 때 맨 끝줄에 협찬을 받은 글이라는 사실을 난 꼭 상기시키곤 했다. 그것만은 지켰다. 광고를 싣는 것도 미안한데 그것마저 안 쓰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글만은 꼭 남겼다.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약 광고를 실으면서 그 글을 좀 빼 달라는 것이다. 그동안은 그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번 한 번만 사정을 봐달라고 했다. 통사정했다. 그래도 난 거절했다. 정말 기가 막힌 일이다. 참고로 난 술을 먹지 않는다. 내 지인들은 그걸 안다. 우루사가 어떤 약인 줄 대부분 사람들은 안다. 술을 먹지 않는 나도 안다. 그런 나에게 내가 먹어본 것처럼 글을 써달라는 것이다.

그걸 누가 믿겠는가? 물론 나를 모르는 사람들은 믿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읽는다 치더라도 그건 사기다. 내가 먹어보지도 않은 약을 내가 먹어본 것처럼 과대광고를 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할 순 없었다.  

여기에서 한 번은 두 번이 될 수 있음을 나는 안다. 수십 년 간 직장 생활을 해 온 나다. 경험한 적 있다. 어떤 일을 한번 눈감아 주면 그걸로 끝나지 않는다.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된다는 사실을 안다. 세상이 그렇게 만든다. 그 한 번을 거절했기 때문에 직장에서 난 많은 일들을 겪었다. 근무하는 내내 그 한번 때문에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만 했다. 승진, 월급, 부서이동, 많은 것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그 한번 고집 피운 걸 후회하지 않는다. 그 한번, 남들이 보면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 한 번의 고비가 나중에는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난 그걸 안다. 단호하게 거절했다. 설득이 되지 않자 그 문구를 그냥 써서 올리라고 했다. 그런 문구들이 공정의 문구라는 사실도 이때 알았다.

  말 많은 광고를 올렸다. 협찬의 글이라는 문구와 함께. 3분이나 지났을까 광고주에게 톡이 왔다. 그 광고를 비공개로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마 하고 말했다. 그렇게 그 글을 비공개로 놓은 다음 다른 건의 광고가 와서 광고 카테고리에 다른 광고들을 올렸다. 얼마가 지나자 광고주에게 또 톡이 왔다. 비공개했던 광고를 그냥 없애란다. 다른 광고를 대신 올려달라는 것이었다. 결국 그 우루사 광고는 삭제했다.  

  이 사건은 광고주가 나를 떠본 것이다. 그런 광고가 가능한 사람인지 시험을 해 본 것이다. 시험에 빠지는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위해 그들의 시험대에 올라갔던 것이다. 도마에 오른 생선처럼 말이다. 살아서 팔닥팔닥 움직일 것인지 아니면 휘두르는 칼에 두 동강이 날 것인지 모를 일이다. 시험대에 빠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함께 더불어 살고 있다. 어떻게 해야 잘 살아가는 것일까 고민이 됐던 사건이었다. 새삼스레 되돌아보게 되었다. 별것도 아닌 사건이었으나 별것이 될 수도 있는 그런 사건이었다.

  유투버들도 비슷한 사건들이 많다. 연예인들도 마찬가지다. 난 유명한 유투버도 아니고 연예인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내 돈 내산이 아닌데 내 돈 내산인 것처럼 꾸민다. 비일비재한 사건들이 많다. 정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하는 세상이다. 나도 정신 차리고 살아야겠다. 솔직히 말하면 광고 다는 것 자체도 쑥스럽고 창피한 일이다. 문학 관련 블로그를 하는 사람이, 순수해야 하는 사람이, 돈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고개를 들기 창피한 일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기도 한다. 얼마 되진 않지만 그 돈으로 많은 것을 했다. 엥겔지수 높이는 일에 거의 다 썼다. 적은 돈이지만 잠시 동안은 어깨가 펴졌다. 월급이 안 들어오니 시장도 마음대로 못 갔었다.  

한 달 정도 광고 진도는 잘 나갔다. 당일 지급이라고 계약서엔 쓰여 있었지만 대부분 다음날 입금된다. 다음날 원고를 넘겨주기 전에 입금된다. 입금이 안되면 광고를 안 싣겠노라고 했더니 그렇게 한 것이다. 그런 와중에도 난 필사를 계속했다. 광고성 글은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다. 기가 막혔다. 거의 통신 관련 광고였다. 비슷비슷한 광고들이다. 다른 광고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그랬다. 비슷비슷한 광고들이 어떤 역효과가 나는지 잘 몰랐다. 그쪽엔 문외한이었다. 1월이 되면서 광고 건수가 줄기 시작했다. 3건이 2건이 되고 1건이 되고 어떤 날은 아예 없는 날도 생기기 시작했다. 아마 그때쯤이면 내가 눈치를 챘어야 하는 거였나 보다. 내 블로그가 조금씩 삐걱거리고 있다는 것을. 그런데 난 그걸 몰랐다. 돈이 착착 입금되니 그건 신경 쓰지 않았다. 문제는 그거였다. 그 광고를 실어 옮기는 사이에 내 블로그는 엉망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1월 중순부터 광고업자랑 연락이 끊겼다. 광고비도 미입금 상태였다. 그야말로 먹튀였다. 계약서 쓴 회사에 연락했다. 광고주에게 연락을 준다고 했다. 그걸로 끝이었다. 그다음부턴 계약서 쓴 회사도 연락이 끊겼다. 회사랑 광고주랑 같이 연락이 끊겼다. 둘 다 먹튀였다. 황당했다. 기가 막혔다. 여기저기 알아봤다. 이런 경우들이 많다고 한다. 블로그만 엉망 만들어 놓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검색해서 다른 포스팅 업체에 전화를 해봤다. 자기네들끼리는 어떤 상태라는 걸 알 것 같았다. 그래서 전화해봤다. 그 업체 사람 말로는 이제 내 블로그가 그 사람들한테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상위에 노출이 되지 않는단다. 그동안은 상위 노출이 돼서 써먹었는데 이젠 그게 안된다는 것이다. 그들이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당분간은 그런 업체들이 달라붙지 못할 정도로 망가졌다고 한다.

좋은 점만 빼먹고 줄행랑을 친 것이다. 광고성 글을 올리는 사이 내 블로그는 엉망이 되었다. 순수하지 못한 블로그로 전락했다. 내가 광고를 싣는 사이 많은 이웃들이 떠났다. 한 명의 이웃이 떠날 때마다 반성했어야 했다. 그런데 난 그러지 못했다. 사고가 나서야 그게 보이기 시작했다. 사익을 취하는 내가 꼴도 보기 싫었을 것이다. 다 잃고 나니 보인 것이다. 가장 큰 잘못은 나에게 있다. 잠깐 돈에 눈이 멀었다. 남들은 건전하게 잘만 하던데 난 급하게 먹은 셈이다. 뭐든지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했어야 했다. 지금 와서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값진 경험이다.

역시나 세상은 만만치 않다. 만만치 않은 세상의 아침은 그래도 밝다. 어제는 어제의 태양이 뜬다. 오늘은 오늘의 태양이 뜬다. 이미 밖은 환하다. 주말이다. 쉼표다. 휴식이다. 쉬고 나면 또 다른 날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새로운 날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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