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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 앞의 계절 Jan 22. 2021

유럽 여행에서 느낀 점

                                           


사람은 평생 배워야 한다. 맞는 말이다. 모르는 것은 특히 더 그렇다. 알면서 바꾸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생각만으로 그치면 안 된다. 실천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람도 그렇다.  

우리 집은 정수기가 없다. 사지 않았다. 주변에서 사라고 권한다. 정수기 없는 집은 별로 없다. 대부분 정수기 물을 먹거나 생수를 사 먹는다. 난 주전자에 보리차를 끓인다. 식힌 후 유리병에 담아 냉장고에 넣고 먹는다. 우리 집 물병은 델몬트 병이다. 한때 잘 나가던 주스병이다. 병문안 갈 때 많이 사갔던 기억이 있다. 꼬마병이 아니라 2리터 정도 큰 병이다. 지금도 꼬마병은 많다. 내가 쓰는 큰 주스병은 지금은 없는 것 같다. 아들이 결혼했다. 그 집에도 정수기가 있다. 나더러 정수기 하나 사라고 한다. 선뜻 사 지지 않는다. 난 팔팔 끓인 게 좋다. 이것도 아날로그적 감성인가? 잘 모르겠다.  

  2018년도 3월에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 6개국을 다녀왔다. 2019년도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을 다녀왔다. 여행을 다니면서 느낀 점이 많다. 중국, 일본, 동남아만 다니다가 큰 맘먹고 떠난 여행이었다. 그동안 갔던 나라들과 유럽은 확실히 다르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식당 물병이다. 물병은 모두 유리병이다. 우리네 식당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우린 플라스틱에 길들여져 있다. 나도 그렇다. 가볍고 취급이 편해서 많이 쓴다. 환경문제는 별로 고려하지 않는다. 유럽 식당들은 눈 씻고 찾아봐도 플라스틱 물병은 없다. 취급도 불편하고 무거울 법도 한데 다들 유리병을 쓴다. 불편함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 점이 정말 놀라웠다. 종업원들도 유리병에 길들여져 있는 것 같다. 식당에서 물병을 볼 때마다 반성을 하게 되었다. 유리병으로 물을 마실 때마다 감탄을 자아내곤 했다.

병 하면 떠오르는 팝송이 있다.

Time in a bottle이란 노래다. 병 속의 시간이다. jim croce가 불렀다. 김기덕의 2시의 데이트 청취자였던 적 있다. 정말 많이 들었다. 시간을 유리병 속에 모아둔다는 발상은 감히 시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시간을 매일 모아서 당신과 행복하게 지내겠다는 내용이다. 이 팝송을 들을 때마다 언젠가 저런 은유적인 시를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 있다. 안타깝게도 나보다 먼저 시간을 병 속에 가둔 이가 있었다. 발표된 것들이 너무 유명하면 차기작들은 빛을 보기 어렵다. 그걸 뛰어넘는 작품을 써야만 한다. 부담감이 가중된다. 그래서 쓰지 못하고 있다. 안 써진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또한 이 팝송이 너무나 유명해서이기도 하다.

두 번째로 다른 점은 상점이다.

우리나라 상점들은 외관에 신경을 많이 쓴다. 내부보다 외부에 돈을 더 많이 들이는 경우도 있다. 입간판을 세운다거나 네온사인을 화려하게 단다. 살짝 낭비가 심하다 싶을 정도다.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한다. 유럽 상점들은 그렇지 않다. 문을 열고 들어가야 상품이 보인다. 물론 유리창으로도 보인다. 화려한 네온사인은 없다. 딱 필요한 만큼의 불이 켜 있다. 낭비로 보이진 않는다. 과대포장은 없어 보인다. 가격도 거품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내가 본 것이 정확하다고 말한 순 없다. 다만 내가 보기에 그렇게 보였다는 것이다.

이태리 갔을 때의 일이다. 가죽이 유명해서 가방을 보러 갔다.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상점들이 많았다. 다들 조그마했다. 직접 자기가 만든 가방을 전시해 놓고 파는 상점이었다. 자부심이 대단했다. 사람을 현혹시키거나 과대 선전한다는 느낌이 들진 않았다. 한 친구가 핸드백을 샀다. 스위스에선 시계를 샀다. 그곳도 이탈리아와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처럼 화려하지 않다. 파리 쁘렝땅 백화점엘 갔었다. 백화점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화려하다. 백화점들을 뺀 나머지 상점들의 이미지는 비슷하다. 내가 유럽 사람들을 좋게만 보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세 번째는 건물이다. 몇 백 년 된 건물이 아직도 멀쩡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박물관, 성당, 등등 다 열거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다. 집 주변엔 최근에 높은 건물이 많이 들어섰다. 요즘은 지으면 보통 25층 내지 30층이다. 땅을 판지 얼마 되지 않아 건물이 올라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순식간에 빌딩이 들어선다. 우린 옛것보다 새것을 좋아한다. 헌 집 줄게 새집 다오라는 놀이도 있다. 물론 우리도 보존할 것은 보존한다. 시대는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문명도 재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그런데 유럽은 우리와는 다른 것 같다. 스페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갔었다. 1882년에 착공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같을 때도 공사 중이었다. 가우디가 설계한 한 곳으로 유명하다. 함부로 건물을 짓는 것 같진 않다. 언제 완공될지 모른다고 한다. 낡은 것들을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고 한다.  보도블록이나 집, 건물들이 몇 백 년씩 된 것들이 많다. 기본적으로 자재가 다르다고 한다. 집이든 건물이든 처음 지을 때부터 아예 튼튼하게 짓는다고 한다. 당장 코앞을 보는 게 아니라 더 큰 미래를 내다보고 짓는다고 한다. 살다가 불편하면 조금씩 바꿔가며 산다고 한다.

난 아파트에 산다. 30년 됐다. 이 정도면 재건축해야 된다고들 말한다. 우리 주택은 30년이 한계인 것 같다. 유럽은 몇백 년이 지나도 끄떡없다는데. 우린 고작 30년이다. 무조건 유럽을 동경할 필요는 없다.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쁜 점도 있다. 우리나라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우리가 고쳐야 할 것은 고치는 게 맞다. 좋은 점만 배우면 된다. 고칠 것은 고치면 된다. 실천하면 된다. 행동으로 옮기면 된다. 우선 나부터 하나씩 하나씩 고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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