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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 앞의 계절 Feb 25. 2021

배에 똥이 찼어요

  


  똥 젤리 먹어 보셨나요? 전 딱 한번 먹어봤어요. 조카가 뭔가를 먹는데 이상한 모양이길래 '하나 줘봐' 했더니 주네요. 젤리를 똥 모양으로 만들어서 이름이 똥 젤리네요. 이런 기발한 생각을 도대체 누가 했을까요? 정말 그걸 만든 사람 칭찬하고 싶어요. 아이들이 원래 똥 이야기를 좋아하긴 하죠. 그래도 똥처럼 생긴 것을 입안에 넣고 씹게 될 줄은 몰랐어요. 봉지 뒤에 물티슈도 붙어 있는 거 있죠. 똥 젤리 먹고 입 닦으라는 건지, 진짜로 똥 싸고 똥 닦으라는 건지, 헷갈리네요. 냄새 안나는 똥, 그나마 달달한 똥 얘기였어요. 이제부턴

기똥찬 똥 이야기예요. 먹고 자고 싸고 이 중에서 잘 싼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몰라요. 어느 날, 오후 세시였어요. 근무 중이었거든요. 다른 부서 갈 일이 있어 막 일어나려는 참이었어요. 갑자기 바닥이 핑그르르 도는 거예요. '이상하다, 내가 왜 이러지?' 잠깐 그대로 얼음 땡이 되었어요. 그러더니 얼굴이 하얘지고 식은땀이 나면서 배도 갑자기 아파 오는 거예요. '이게 무슨 일이지,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거지' 하얘진 머릿속이 갑자기 복잡해졌어요. 평소에 감기 한번 걸린 적 없는 나였어요. 살짝 빈혈이 있긴 하지만 약 먹을 정도는 아니라고 했어요. 그것 빼곤 건강하다고 자부했거든요. 동료들도 그 점은 다 알고 있었죠. 먹은 거라곤 구내식당에서 점심 먹은 것 밖에 없었어요. 그것 때문인 것 같진 않았어요. 왜냐면 다른 동료들은 별 탈 없이 근무 잘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나만 그런 증상이 나타난 거예요. 그런데 참을만하지 않다는 게 문제였어요. 참다못해 결국은 진료를 받으러 갔어요. 허리를 제대로 피지도 못하겠고 배는 아프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나를 보더니 닥터가 말하더군요, '어디가 아프세요' '갑자기 어지럽고 배가 아파요' '혹시 빈혈 있으세요?' '네, 그렇긴 한데 약 먹을 정도는 아니라고 했어요.' '점심에 혹시 뭐 먹었어요?' '비빔밥요' '혹시 변비 있으세요?' '네, 심하진 않지만 있어요.' '누워 보세요' 하더니 배를 이리저리 꾹꾹 눌러보는 거예요. 그러더니 '엑스레이를 한번 찍어 봅시다' 그래서 엑스레이를 찍었죠. 결과가 나올 때까지 환자처럼 앉아서 기다리다가 다시 진료실로 들어갔어요. 의사가 엑스레이 필름을 끼더니 '여기 한번 보세요' 하는 거예요. 그 말에 나는 엉뚱하게 뼈들만 열심히 보고 있었죠. 그랬더니 '거기 말고 여기요'그러더니 한 마디 더 보태네요.'여기에 똥이 가득 찼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난 창피해 죽는 줄 알았어요. 생전 처음 있는 일이에요. 세상에,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일이에요. 그 말을 들은 순간부터 고개도 못 들었어요. 민망하고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어요. 고개 숙인 나에게 의사가 한마디 더 건네더라고요. '포카리 스웨트를 사서 마시면 수분 보충이 되니 많이 마셔요.''네' 나는 짧게 대답하고 얼른 그 자리를 벗어났어요.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정말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어요. 옛날에 아이들 키울 때는 그런 일 많았어요. 얘가 둘이라 번갈아 그런 일이 터지곤 했어요. 아이들은 수시로 배가 아프다고 칭얼거렸어요. 그리고 아이들 배는 좀 특이해요. 그 배는 이상하게 꼭두새벽에만 아파요. 잘 자다가도 꼭 새벽이 되면 깨서 배 아프다고 죽어라 비명을 지르곤 해요. 졸린 눈 비비며 도착한 응급실에선 그야말로 세월아 네월아 시계만 째깍째깍 거려요. 그러다 겨우 차례가 오면 인턴이 딱 한마디 해요. '배에 똥이 가득 찼어요' 하면서 관장을 시켜요. 관장, 얼마나 어려운지 해보신 분은 아실 거예요. 관장약을 투여한 후가 문제예요. 시간이 좀 지나면 똥이 나오거든요. 그런데 나오지 못하도록 똥꼬를 꽉 잡고 있으라는 거예요. 잡고 있으면 뭐해요. 그래도 다 삐져나오는데,,, 결국은 똥냄새가 진동하지요. 그렇게 똥과의 전쟁을 치른 후에야 겨우 응급실을 나갈 수 있어요. 아이들이 크니까 그런 일은 자연스레 없어졌어요. 한동안 배에 똥이 차는 일 따윈 잊고 살았거든요. 그런데 그 일이 성인이 된 나에게 일어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지금 생각해봐도 창피한 일이에요. 그런데 아직도 내 배는 빵빵합니다. 살짝 또 변비의 기운이 느껴지거든요. 나름대로 변비를 없애려고 이것저것 먹긴 하거든요. 그런데 효과는 별로라서요. 어떻게 하면 이 변비를 없앨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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