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주)하이트진로는 '일품진로 1924'라는 술의 출시를 발표합니다. 기존에 '일품진로'라는 이름의 제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뒤에 '1924'라는 글자만 붙여서 자매품을 출시한다는 것이더군요. 그러고 보니 요즘, 대형 마트나 편의점에서 '일품진로'의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더군요. 호기심이 발동을 합니다. '일품진로'와 '일품진로 1924'에 관련된 기사들을 훑어가다 보니 어느 경제지에서 '10년 숙성 [일품진로]의 원액이 고갈되었다.'는 기사를 만나게 되더군요. 원액 고갈이라.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라더니, 이 상황에 딱 들어맞는 말입니다. 그래서 10년 숙성이라는 타이틀이 필요 없는 '일품진로 1924'를 출시하게 된 것이군요. 이제야 이해가 갑니다.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좋은 술'이라는 타이틀이 아깝지 않은 술인데 말이죠. 이제 '10년 숙성'이라는 수식어를 다시 붙이려면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지요. 여하튼, 이왕 이렇게 '일품진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관련 이야기를 해 보지요.
하이트진로(주)의 [일품진로]는 증류소주로서 상당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으며, 팬들도 많이 거느린 증류식 소주입니다. 물론, 이 소주의 맛을 달가워하지 않는 불들도 계시지만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위 사진에서 보시는 제품은 2013년에 맛과 병 디자인을 바꾸어 출시한 제품입니다. '하이트진로'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시면, 2010년도에 당시 '일품진로'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타원형의 병 모양에 술 색깔이 지금보다 더 진하고 노란빛이 많이 돌더군요. 참고로, [일품진로]가 세상에 출시된 것은 2007년이라고 합니다.
사실, [일품진로]에 대한 이야기는 수많은 매체에서 다루었습니다. 2016년도에 점차 인기가 올라가면서 이 술에 대한 사연을 다들 궁금해했기 때문이지요. 이 포스팅에서도 여러 매체에서 다루었던 그 이야기들을 종합/정리하여 조금만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일품진로 비긴즈'에 대해 살펴보려면, '(주)진로'가 문을 닫기 전, 그러니깐 IMF 사태가 터지기 전의 '(주)진로' 시절로 올라가야 합니다. IMF가 터지기 전, 아마 1996년도 일 겁니다, '(주)진로'에서는 오크통에 1년 동안 숙성을 시킨 '참나무통 맑은 소주'라는 제품을 출시합니다. 개인적으로 당시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이 제품에 대한 자세한 기억이 나지는 않습니다. '참나무통 맑은 소주'는 프리미엄 소주라는 타이틀을 붙여 가격도 일반 희석식 소주보다 비쌌다고 하더군요. 이 제품이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IMF가 터지고 '(주)진로'는 망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05년도에 '하이트'가 '진로'를 인수하여 '하이트진로'가 탄생합니다. 오크통과 이에 담긴 소주, 그러니깐 '참나무통 맑은 소주' 원액이 '하이트'의 손으로 넘어갑니다. 자, 생각을 해보자고요. '진로'라는 회사는 '참나무통 맑은 소주'를 만들기 위해 소주로 가득 찬 오크통을 생산했겠지요. 그런데 IMF라는 난관을 만나게 되어, 이 오크통 속 소주는 본의 아니게 깊은 잠에 빠집니다. 진로가 하이트에 인수되기까지 제법 오랜 시간 동안 잠을 잤지요. 뿐만 아니라, 하이트진로(주)출범하고 나서도, 이 오크통 속 술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내부 그 누구도 방안을 내놓지 못합니다. 그렇게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크통의 기운을 머금은 이 술은 점점 독특한 맛과 향을 지닌 증류식 소주가 되어간 것입니다. 숙성이 된 소주도 중요하지만, 여기서 유념해야 할 중요한 점은 오크통의 존재입니다. 이 오크통에 따라 술맛이 많이 좌우됩니다. 즉, 이런 오크통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주조회사에게는 큰 자산인 것이지요.
여하튼,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경영진들은 이 술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상당한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과연 시장성이 있는지 의문스러웠던 거죠.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에서 희석식 소주가 가지는 위치는 어마어마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오크통에서 숙성된 소주가 비집고 들어갈 시장이 존재하느냐? 에 대해 제대로 답을 내놓지 못했던 거죠. 어쨌든, 재고를 남기느니 일단 판매라도 해 보자! 해서 [일품진로]라는 이름을 걸고 시장에 출시를 합니다. 시장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전통주'라는 이름의 '증류식 소주' 시장이 존재하기는 했으나 [일품진로]는 그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술이 아니었기 때문에 상당한 고전을 했다고 합니다. 다행인 것은 이 술에 대한 평가가 나쁘지 않았기에 마니아층이 형성이 된 것입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지금까지 온 겁니다. 그동안 알코올 도수에도 변화가 있었고요, 병 디자인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일품진로]는 기본적으로 '블렌딩'을 한 술입니다. 즉, 여러 오크통의 술을 혼합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즐겨 찾는 '양주'들처럼 말이죠. 아시다시피, 이 술은 어느 정도 일정한 질과 맛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여러 오크통의 술들을 가져다가 전문가가 블렌딩을 해야 하죠. 이 오크통이 어떤 상태의 것이냐에 따라, 그리고 오크통을 보관하는 곳이 어떤 곳이냐에 따라, 안에 들어 있는 술의 맛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블렌딩을 합니다. 혹시나, 오크통에 그대로 10년 동안 두었다가 병으로 직행한다는 오해는 없으시길 바랍니다.
맛은 제법 괜찮습니다. 전반적인 인상은 '위스키', 그러니깐 우리가 '양주'라고 통칭하여 부르는 그런 술들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오크통에 숙성을 하다 보니 그런 것이겠지요. 그래서 뚜껑을 여는 순간 그윽한 나무향이 납니다. 입안에 넣으면, 숙성된 소주의 맛과 함께 단맛이 치고 올라오는 것을 느껴지는데요. 원재료를 보시면, 액상과당과 설탕 등의 감미료를 넣었다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