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셋이 현란하게 03

D-1, 작별과 시작이 맞닿은 하루

by 호치아빠


입원 하루 전, 작은 가방 안에

열 달의 시간이 눌려 담겼다.


밤비는 평소보다 조용했고, 란이 옆에 바짝 붙어 있었다.

말없이 전해지는 감정이 가장 선명할 때가 있다.


(2025.06.01)

출발 전, 우리는 함께 사진을 찍기로 했다.

란이와 장모님, 장인어른, 그리고 밤비.

이 순간을 꼭 남겨두고 싶었다.

몇 시간 뒤면, 이 집의 풍경도, 우리의 일상도

다시는 지금 그대로일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산 호치의 물건, 그 작은버선도 다시 펼쳐보았다.

그 안에는 지난 열 달 동안의 시간들이 눌려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짐가방을 닫으며 문득,

‘우리가 부모가 되어간다는 건 참 조용하게,

그러나 깊게 다가오는 일이구나’ 생각했다.

침대 옆 서랍, 책상 위 물건 하나하나가 다르게 보이던 밤.


25주 즈음, 배가 가장 많이 나온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예고편이었다.

이제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출발하기 전 마지막 인사를 나누던 순간,

씩씩하던 란이가 장인어른 앞에서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마치 “잘 다녀오겠습니다”라는 말 뒤에 담긴

수많은 마음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이 날은 분명 병원에 가기 위한 날이었지만,

우리에겐 처음으로 ‘부모로서의 출근’이

시작된 날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