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셋이 현란하게 04

D+1, 가장 위대한 발걸음

by 호치아빠


오후 늦게 수술이 끝나고

병실로 돌아온 란이는 입술은 바싹 마른 채

아무것도 삼킬 수 없었고, 그저,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할 뿐이다.


나는 란이의 고통을 가늠할 수 없었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묵묵히 숨죽이고 기도하고

기다리는 것, 그것뿐이다.


수술 후 하루도 지나지 않았을 무렵.

란이는 다리를 천천히 들어 올리고 있었다.


오른쪽.

왼쪽.

아주 조금.


내렸다가,

올리기를 반복,

다시.

다시.

다시.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란이가 몸을 움직이는 이유는

단 하나, 호치를 만나러 가기 위해서.


아직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에서

수술 후 6시간이 지난 후 작은 보리차 한 병을

마실 수 있게 되었을 땐, 그 한 모금이

란이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나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오후.

신생아실에서 전화가 왔다.


“아기가 엄마를 찾는 것 같아요.

혹시, 지금 내려오실 수 있을까요?”


그 전화 한마디에

란이는 몸을 일으켰다.


침대에서 내려와

복도를 향해 걷기 시작했고,

한 손은 배를 감쌌고,

다른 손은 벽을 짚었다.


그 모습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나는 그날 처음 봤다.


“ 가장 조용한,

그리고 가장 위대한 발걸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