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가장 위대한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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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늦게 수술이 끝나고
병실로 돌아온 란이는 입술은 바싹 마른 채
아무것도 삼킬 수 없었고, 그저,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할 뿐이다.
나는 란이의 고통을 가늠할 수 없었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묵묵히 숨죽이고 기도하고
기다리는 것, 그것뿐이다.
수술 후 하루도 지나지 않았을 무렵.
란이는 다리를 천천히 들어 올리고 있었다.
오른쪽.
왼쪽.
아주 조금.
내렸다가,
올리기를 반복,
다시.
다시.
다시.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란이가 몸을 움직이는 이유는
단 하나, 호치를 만나러 가기 위해서.
아직 아무것도 먹지 못한 상태에서
수술 후 6시간이 지난 후 작은 보리차 한 병을
마실 수 있게 되었을 땐, 그 한 모금이
란이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나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날 오후.
신생아실에서 전화가 왔다.
“아기가 엄마를 찾는 것 같아요.
혹시, 지금 내려오실 수 있을까요?”
그 전화 한마디에
란이는 몸을 일으켰다.
침대에서 내려와
복도를 향해 걷기 시작했고,
한 손은 배를 감쌌고,
다른 손은 벽을 짚었다.
그 모습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나는 그날 처음 봤다.
“ 가장 조용한,
그리고 가장 위대한 발걸음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