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별 Mar 28. 2022

어려운 테스팅 노트 내 맘대로 활용하기

우마니 론끼, 비고르

  와인을 사기 전에 와인의 테스팅 노트를 읽어보는 편이다. 와인을 덥석 집어 사기에는 와인이 가격 대가 있는 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스팅 노트는 아무리 읽어도 어려울 때가 많다. 많은 와인을 마셔보거나 훈련을 받은 사람이 아니고서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내가 무척 좋아하는 가성비 좋은 와인을 살 때도 그랬다. 일명 정국이 와인이라고 불리는 와인이다. BTS 정국이 V앱을 하면서 마신 와인이라고 이름이 그렇게 붙여진 와인인데,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는 와인이다. 정국이 와인의 정식 명칭은 우마니 론끼 비고르 이다. 우마니 론끼는 생산자 명칭이고, 비고르가 이름이다. 처음 가본 와인샵의 주인 사장님의 뛰어난 언변에 홀라당 넘어가 사게 된 와인인데 사장님은 이 와인이 얼마나 품절 현상이 심했고 얼마나 자주 데일리로 마시는지 열변을 토하며 설명해주셨다. 하지만 사회 초년생인 내가 지갑을 그리 호락하게 열어줄리 만무하다. 먼저 인터넷으로 비고르 와인을 검색해보았다. 네이버 지식백과 와인 21에 ‘우마니 론끼, 비고르 2017’ 이 보였다. 와인 21 지식백과에 찾고 싶은 와인 정보가 항상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명하고 사람들이 자주 사 먹는 와인은 대부분 등록되어 있는 편이다. 그리고 스크롤을 내려 테스팅 노트를 살펴보았다. 테스팅 노트에는 ‘체리, 건 자두의 느낌과 부드럽고 은은한 스파이스 향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견고한 바디와 적절한 타닌, 산미가 좋은 밸런스를 보여주고 있다.’라고 쓰여있다. 지금은 체리, 건자두 느낌의 와인과 다양한 바디감, 탄닌, 산미가 있는 와인을 먹어보아 대략적으로 문장이 와닿지만 당시에는 모든 문장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테스팅 노트를 읽는 나만의 방법이 있었고, 지금도 그 방법을 사용하는 중이다.

   먼저 바디감, 타닌, 산미를 체크한다. 이 외에도 와인을 테스팅하는 여러 기준이 존재하지만 이 세 가지는 절대로 빠지지 않는 와인 표현법이다. 먼저 바디감이란 와인의 질감 정도를 표현하는 용어라고 흔히들 말한다. 이 말을 듣자마자 마시는 액체에 질감이라는 게 뭐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와인을 몇 병 마신 후에도 3가지 기준 중에 가장 와닿지 않은 개념이었는데 평소 좋아하던 *유튜버의 영상을 보고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바디감은 라이트, 미디엄, 풀로 나눌 수 있는데 영상에 나온 소믈리에는‘라이트 바디감은 물, 미디엄 바디감은 우유, 풀 바디감은 생크림을 먹을 때와 같다’ 고 비유해주었다. 타닌은 떫은맛을 말하는데 이 타닌 감은 포도의 껍질과 줄기, 씨앗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그래서 레드 와인을 만들 때 포도 껍질째 만들기 때문에 레드 와인에서 타닌 감이 강하다. 타닌 감 있는 레드 와인을 꿀떡꿀떡 먹으면 혀가 떨떠름한 맛이 난다. 흔히들 덜 익은 감을 먹으면 떨떠름하다고 하는데, 그 맛과는 조금 다른 맛의 떨떠름한 맛이라 생각한다. 모스카토 같은 달달이 와인으로 와인을 시작한 나에게 조금 생소한 맛이었는데 어느 날은 타닌 감 있는 와인이 아니면 와인을 먹은 것 같지 않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마지막으로 산미란 와인의 신 맛의 정도이다. 우리가 다소 신 과일을 먹었을 때와 비슷하다 생각하는데. 나의 입맛에 적절한 산미의 와인을 먹었을 때 입에 침이 고이며 새콤한 여운이 남는다. 이렇게 세 가지 기준으로 구매하고자 하는 와인의 맛을 대략적으로 파악한다. 앞서 이야기한 비고르 와인의 설명을 보고 개성이 강한 맛이라기보다는 바디감, 타닌, 산미가 적절히 다 있는 무난한 와인임을 대충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다음으로는 향에 대한 정보를 파악한다. 와인은 향도 중요하다 하는데 나 같이 가벼운 마음으로 와인을 마시는 사람이 향만 맡고 무슨 향인지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와인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들은 아로마 키트로 향에 대해 공부를 하는데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나에게 그런 공부는 부담스럽다. 대신 나는 테스팅 노트에서 나오는 향이 뭔지 파악하고 실제 마실 때 이런 향을 이렇게 표현하는구나를 느끼며 알아간다. 비고르 와인의 경우 체리, 건 자두와 스파이스 향이 난다고 한다. 체리랑 건자두는 자주는 아니더라도 먹어본 경험이 있으니 맡으면 바로 아 그렇구나 하고 느낄 수 있다. 스파이스 향은 알 뜻 말뜻 한 향인지라 마시며 이 와인에 있는 설명하기 힘든 이 향이 스파이스 향인가? 를 생각하며 마신다. 나중에 비고르 와인의 테스팅 노트 설명과 비슷한 테스팅 노트를 마시며 그때 먹었던 감각을 떠올리며 향에 대한 감각을 찾아간다.

   와인을 구매할 때 바디감, 타닌, 산미 그리고 향에 대한 정보만을 알아두고 나머지 정보는 일단 읽어보기만 한다. 와인은 확실히 깊게 들어가면 갈수록 복잡한 변수도 많고 공부할 내용도 방대하여 어려운 술이다. 하지만 그래서 하나하나 알아가는 재미가 있는 술이다.


* 유튜브 영상: 알베르트 몬디의 알베와 슈퍼 와인 전문가가 알려 드리는 와인의 모든 것!

매거진의 이전글 마시는 사람의 기분을 들뜨게 해주는 모스카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