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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윤섭 Nov 06. 2021

간호는 경영이다.

간호사의 또 다른 역할

 '저는 제가 담당한 구역에서 일을 하고 있다 보면 마치 경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1년 전 즈음이었나, 부서장님과 면담을 할 때 했던 말이다. 현재 대형병원에서 간호 집단의 업무 체계는 크게 2가지로 분류된다. 

 

 첫 번째로는 'functional'간호인데, 단어 그대로 기능적인 부분으로 업무를 분류해 역할을 달리하는 방법이다. 가령 그날의 나의 역할이 환자의 v/s(vital sign)을 확인하는 거라면 나는 업무 시간 내내 혈압 및 맥박수를 측정하게 된다. 물론 이렇게 역할을 분담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예시를 들자면 그렇다. 이 체계의 장점은 역할이 확실하게 나뉘어 있어 본인의 업무가 정확히 정해져 있어 업무 이해도가 올라가고 한 분야의 전문가 양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매일매일 IV insertion(정맥주사 - 혈관을 확보하는 행위를 말한다.)을 수행한 간호사라면 그렇지 않은 간호사보다 분명 더 능숙할 것이다. 하지만 단점으로는 쉽게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으며 타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는 'my patient'간호인데, 내가 속해있는 부서에서는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본인이 맡은 환자에 대한 처음부터 끝까지를 그 담당 간호사가 책임지는 제도이다. 장점이라면 역시 한 환자에 대한 모든 것을 담당 간호사가 관리하기에 환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책임의 위치가 분명해진다. 하지만 담당 간호사가 담당 환자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무너져버릴 수 있는 단점도 존재한다. 그리고 바로 응급실이라는 곳이 그렇다. 


 물론 병원의 어느 부서라고 바쁘지 않은 곳은 없다. 특수부서(수술실, 회복실, 중환자실, 응급실 등)와 일반 병동이라고 특출 나게 덜 바쁘거나 한 부서는 있다고 해도 정말 극소수이다. 하지만 응급실이라는 부서는 부서의 특성상 '위기 상황', '돌발 상황'이 잦게 일어나는 부서이고 또한 그런 일이 발생하게 된 환자들이 찾아오는 부서이기 때문에 더더욱 담당 간호사의 집중도를 떨어지게 하는 일들이 많이 발생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부서의 경우에도 굉장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해 간호의 질을 높이고 환자 안전도를 높이고자 하였지만,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느꼈던 가장 큰 장애물은 '비협조적인 환자, 보호자'였다. 그래서 간호사에게는 '설득, 경영의 기술'이 요구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환자의 전반적인 치료 계획과 지금까지 일어났던 상황들에 대한 완벽에 가까운 이해가 존재한다는 점을 전제로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변수가 너무 많기에. 가령 일을 하다가 곧 죽어도 입원하지 않고 응급실에 왔으니 응급처치만 받고서 귀가를 하겠다는 환자가 있다고 하자. 심지어 보호자가 없다는 설정이다. 나는 어떻게든 환자를 설득해 입원을 시켜보려고 했지만 환자는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으며, 이내 너무 힘이 든 나머지 나 또한 담당의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 하였으나 환자수의 폭주로 담당의도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일단 점점 쌓여가는 다른 환자에 대한 업무와, 지금 신경 쓰지 않으면 이 환자보다도 더 위급한 환자들을 위해 자리를 피해 본다. 그러고는 피를 뚝뚝 흘리며 내 옆을 지나가는 한 사람을 발견하게 되었으니, 바로 방금 전 입원을 거부한 환자이다. 귀가 처리를 빨리 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self로 정맥주사를 뽑은 채 응급실 밖으로 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이때 담당 간호사라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거짓말 같겠지만 위와 같은 상황은 응급실에서 정말로 밥 먹듯이 일어나는 아주 흔한 케이스 중 하나이다. 실제로 신규 간호사일 적에 나의 경우엔 나로서도 너무나 화가 난 나머지 주먹을 쥐고 환자와 싸울뻔한 일을 선임 간호사 선생님께서 말린 일이 있었다. 전형적으로 환자 경영에 실패한 케이스였다. 저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 내가 우선적으로 했었어야 하는 일이 무엇이었을까? 돌이켜보건대 지금까지의 저런 환자들의 경우 대부분은 '응급실이 어떤 곳인지를 모른다.'라는 점이다. 응급실을 감기가 걸렸으니 병원을 가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방문하는 동네 병원이 아니다. 특히나 대학병원 혹은 대형병원 같은 3차 병원의 경우에는 더더욱이나 그러하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그저 자신이 아프고 이 정도면 얼른 응급처치가 필요하니 응급실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오는 환자들이 10에 7은 된다. 그렇기에 알려주지 않으면 알지 못한다. 본인이 왜 기다림의 미학을 가져야 하는지를. 그래서 설명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설명을 하기까지에는 굉장히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왜냐면 내가 지금 이렇게 얘기하듯 그들은 그런 존재다라고 인정하며 설명을 하는데에 그들에 대한 우선적인 이해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경영인이 자신의 직원들의 성향과 특성 및 개개인의 장, 단점을 이해하고 그들이 장점을 더 끌어올리려면 그들에 대한 관심과 높은 이해도가 필요하다. 완전히 매칭 시킬 수는 없지만, 내 담당 환자들의 간호사로서 담당 환자들에게 필요한 올바른 치료와 케어로 나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그들에 대한 밑바닥부터의 이해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간호는 경영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위에서도 말했듯이 누구나가 이런 이해도를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그 경영인에게 합당한 임금과 적절한 여유를 줄 수 있는 주변의 환경이 필요하며 풍부한 자원 또한 있어야 한다. 밑천이 있어야 경영을 시작하지 않겠는가? 


 '간호사에게 필요한 자본'에서 계속  


 

 





이미지 출처 : https://www.lg.co.kr/about/lgway/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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