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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밭농부 Feb 18. 2021

풍산개들과 함께 "개모닝 입니다"

전원주택 경비견 풍산강아지들과의 귀엽지만 불편한 동거






새벽 4시반


" 개모닝입니다 "



 단톡방에 새벽마다 미라클모닝 인사가 올라온다. 다른 멤버들의 굿모닝 인사를 보고 나도 모르게 개모닝이라고 한 남겨버렸다. 개들이 깨워서 어쩔수 없이 일어난 , 약간의 푸념 섞있다.


 나는 전형적인 올빼미 족이라 새벽까지 책을 읽는 걸 좋아하는데,  요즘 때아닌 새벽기상을 하고 있다.

예전처럼 밤 늦게까지 책을 읽을 엄두 내지 못한다. 우리집 풍산강아지들이 몇시에 나를 깨울지 모르기 때문에 되도록 일찍 잠자리에 든다. 아침마다 안방문앞에서 왈왈 거리며 긁어대는데, 나날이 짖는 소리가 우렁차다. 행여 위아래 집에 피해가 갈까 벌떡 일어수밖에는데, 이만한 알람이 없다.



왈왈왈왈


강아지들이 가장 격하게 반겨주는 시간이다. 세상... 이렇게 반가울수 없다는듯이 핥아주겠다달려는데, 귀여우면서도 부담스럽다.  백호의 발톱은 날까롭고, 다홍이의 이빨은 아프다!!



" 나도 반가워~! 근데 노 땡큐야 ! 엄마 아프 . 만물어!! "


 어쩔수 없는 애기다. 얘네들도 정이 그립고, 관심이 필요한 것일테지...  한참을 쓰다듬고 안아주고나면  그때서야 둘이 놀기 시작한다.



새벽... 깜깜한 거실에 덩그러니 앉아있다.  기분이 그다지 상쾌하진 않다.


'나는 지금 왜 여기 앉아있는거지 ...쩝'



 물을 주고 개 밥그룻을 채워주고 나면 다시 들어가서 자고 싶 마음도 굴뚝 같지만, 얘네들이 다시 와서 깨워댈게 뻔하다.  어쩔수 없다. 개때문에 새벽같이 일어나게 된 약간의 억울함이 없지 않은데, 책이라도 읽어야겠다. 개집 옆에서 책을 펼쳤다.  방해 하지 않고 둘이 놀아주니 그나마 다행이다.






나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때아닌 새벽기상! 그야말로 개모닝 이다 ^^







우리집 삼남매가 블럭을 어질러놓는다. 읽다만 책들을 여기저기 늘어 놓는다.  그 뒤를 강아지들이 쫓다니며 물어놓고 뜯어놓는다. 손발이 척척 맞다..^^;






겨우 청소를 마치고 쇼파에 앉아 책을 펼쳤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힐링 타임 , 커피를 내려놓고 책을 읽는 시간.


하루종일 세아이와 강아지 두마리 뒤치닥 거리를 하느라 책을 들고만 다녔지 읽지는 못했다.

이제 평화롭길 기대하며 소파에 등을 기대는 순간, 백호가 내 앞에서 똥을 싼다!


마음속 표정이 꼬깃꼬깃 구겨진다.  애써 무시하며 다시 책을 읽본다.

몇줄을 읽었지만 나의 집중력은 이미 나빌레라~~!


'....에효 ...이제 한페이지 읽었는데 '

결국 일어나서 배변패드를 정리다.
밟고 다니기라도 하면 일이 더 커질테니까~


얘네들이 미운건 아니지만

지금 이순간 내 집중력을 흐트러뜨린 " 똥" 은 밉다.




나의 일상에 침투한 두악동들, 풍산강아지 백호와 다홍이는 순진한 눈빛으로 나의 관심을 끌려는듯 쫓아다닌다. 내 옷자락을 물고 걸레 빼앗으려 기회를 엿보고 있다.


표정이 사뭇진지해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난다.  



" 그래 나도 네가 좋아 ^^"



 귀엽다. 이쁘다고 쓰다듬어 주면 무릎에 와서 앉는 아가들이다.  나도 모르게 우리 아이들은 제쳐두고 강아지들을  쓰다듬어주고 있다.




" 엄마, 강아지 사더니 나만 안봐주고 ㅜㅜ 꺼이 꺼이 "


어느날 우리 막내눈에서 닭똥같은 눈물이 흘렀다.


에고... 내가 우리 애 앞에서 요녀석들을 너무 이뻐했구나...




" 아니야.. 우리 딸이 제일 예뻐... 백호 다홍이도 귀여운데, 우리딸이 제일 귀여워 !! 얘네들은 쪼금 귀여워 ^^ 엄마가 친해지려고 쓰다듬어주는 거야"


하원후 집에만 오면 서로 강아지들을 안아주겠다고, 쟁탈전을 벌이면서도 엄마의 관심만큼은 자기에게 묶어두고 싶은가보다.



 

처음에 데려올땐 인형같은 아가들이었는데 ^^


우리집에 온지 한달만에 몸집이 두배보다 더커진 느낌이다.

  늑대새끼처럼 생긴 다홍이 , 사자새끼처럼 생긴 백호! 야생성가득한 풍산강아지들의 면모가 조금씩 드러나며 부담스러워 지기 시작한다.  나름의 애정표현으로 달려들며 핥아주는 백호의 발톱은 날카로워 긁히기 일쑤고 ,  장난으로 살짝씩 깨물어주는 다홍이의 이빨은 진심 아프다.^^





" 얘들아.. 니들은 장난인데... 우리는 장난이 아니야. 니들도 나가고 싶지?? "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풍산개는 집밖에서 키우는게 맞다.



지난달 구입한 시골전원주택이 한창 리모델링 중이다. 이사 날짜가 맞지않고, 처음 계획보다 공사가 커져서  한달여동안 농장에 있는 농막에서 지내게 되었다. 달방이라도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가 않고, 아이들 신학기도 있으니 농막생활을 피할수가 없는데, 그게 참... 좁은 판넬집이어서 들어가고 싶지가 않았었다.  그런데 점점 몸집이 커지고 , 짖는 소리가 우렁차지는 풍산강아지들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하면서 나는 어느샌가 정들었던 아파트에서 이사나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


이제 이사가면 거실에서의 동거는 끝이다.



풍산개 3마리면 호랑이도 잡는다는데, 야성미 가득한 요 녀석들은 이제 마당으로 go go! 니들도 이제 밥값할때가 된거야, 집지켜야지 !!


 오늘 커다란 대형견 울타리를 주문했다. 이제 곧 성견이 될걸 생각해서 가장 큰사이즈로 샀다.  전원주택으로 이사를가면 마당한켠에 넓게 울타리를 쳐줄생각이다.


" 얘들아 !! 이제 우리,  마당에서만 만나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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