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라니 말도 안돼!

돈키호테 내 남편

by 책밭농부



신혼의 어느날이 었다. 남편이 뜬금없는 말을 했다. 시골에 가서 농사를 짓고 싶다고... 내 귀를 의심했다.


"농사 라니 말도 안돼! "


농담인듯, 진담인듯 한 말에 장난처럼 받아쳤다. 내가 꿈꾸던 결혼생활엔 분명 시골도, 농사도 없었는데 말이다.


"그런 얘기는 결혼전에 했었야지~ 그랬으면 내가 오빠랑 결혼을 안했을거 아냐~~"


한숨섞인 나의 푸념에 남편도 조금 놀라는 듯 싶었다. 눈을 한껏 치켜뜬채, 더이상 차가울수 없는 말을 잘도 쏘아붙였다. 잊을만 하면 꺼내는 남편의 귀농이야기가 무 듣기 싫었기 때문이다.

"내 나이 70이 되기전엔 꿈도 꾸지 마라" 라는 날카로운 엄포! 이 사람 이렇게 꿈이 없는 사람이었나, 나이가 몇살인데 벌써부터 시골에 가서 농사를 짓겠다니...실망감마저 느껴졌다. 결혼전 교수가 되고싶다던 남편의 포부가 그렇게도 멋있어 보였었는데, 완전히 속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나는 매몰찬 말들로 남편의 입을 막아버렸다.


하지만 나는 남편이 생각하는 '귀농' 을 오해하고 있었다. 남편은 꿈이 없는것도 아니었고 산좋고 물맑은 곳에서 조용히 살고 싶어서 '귀농' 을 이야기 한것도 아니었다. 이남자의 꿈은 더 큰 곳에 있었다.

결혼 후 세아이를 낳아 키우는 동안에도 남편은 늘 꿈에 목말라 했다. 틈만나면 새로운 꿈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말이 되는 소리부터~ 말이 안되는 소리까지... 그러다 보면 생각은 저 멀~~리 온갖 곳으로 방향성 없이 흩날렸다.


" 빤 도대체 커서 뭐가 되고싶은거야?"


라며 비아냥 거리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이상하게도 점점 남편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어쩔수 없는 돈키호테다.


'이 사람~! 뭐라도 하긴 해야겠구나! 이렇게 하고 싶은게 많은데,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어떻게 회사에서 하루 12시간씩 주어진 일만 하며 사는가 !'


언제까지고 꿈만꾸며 늙게 하고싶지는 않았는 생각이 들었다. 뭐라도 응원해 주고 싶었다. 돈키호테 처럼 엉뚱한 면도 있긴 하지만 책임감 강하고 누구보다 성실하다는걸 알기때문이다. 어느덧 나는 남편이 뭘하든 지지해줄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귀농은 여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나는 농사도 낯설었고, 시골에 가서 살 자신도 없었다. 귀농을 준비하는 많은 남편들이 부딪히는 가장 큰 벽이 '아내의 반대' 라는 것을 책에서 읽은적이 있다. 그 마음 누구보다 잘안다.

남편이 여러 꿈에 대해 이야기할때에도 농사이야기 만큼은 애써 모른척 했다. 교수가 되기위해 박사준비를 한다거나, 전재산을 팔아 유학을 가자는 말과는 달랐다. 막연해 보였던 그 말들과는 다르게 귀농은 왠지 말을 꺼내는 순간 현실이 될것만 같은 무서운 예감이 있었다.


그리고 결혼 9년, 그 예감은 결국 우리의 현실이 되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