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샀다. 전업주부였던 나는 집에서 할수 있는 재테크로 부동산을 열심히 공부하던때였다. 우연한 기회에 세종과 천안사이에 조그마한 땅을 계약하게 되었다. 뿌듯했다. 처음 가져보는 내땅! 나는 재테크책을 열심히 본 탓에 그 땅이 '돈으로' 보였다. 그땅에 10억이라는 이름도 지어줄만큼 . 앞으로 쑥쑥 자라날 금쪽 같은 내땅! 그런데 남편에게 그땅은 우리가 먹을 상추를 기르고 과실나무를 심을 '농장'으로 보였던게 분명하다.
좋아하는 캠핑도 마다하고 주말마다 그 조그마한 주말 농장에가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함께 산림조합에가서 과실수를 골랐다. 복숭아, 자두, 체리, 오디, 블루베리나무 . 곧 바로 재래시장에 가서 모종도 사다 심었다. 수박, 참외, 토마토, 상추, 호박, 고구마 ........360평땅에 참 많이도 싶었다.
남편은 세상 생기있어 보였다. 농장일이란게, 억지로 시킨다고 누구나 즐겁게 하게 되는 일은 아닐텐데 말이다. 우리집 생활비가 솔찬히 주말농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말리지도 못하는 나는 투덜거리면서 따라다녔지만, 좋아하는 남편의 모습이 싫지않았다.
"어차피 우리가 다 먹을거 잖아, 우리가 주말마다 나들이를 다녀도 이정도 돈은 써"
틀린말은 아니다. 신기했다.
"이게, 정말 재밌어?"
그렇게 우리가 심었던 아기나무에서 새싹이 돋았다. 너무 귀여웠다. 힘내라고 둘째가 쉬야도 해줬다.첬째는 나무마다 이름을 지어주었다. 토니, 자비스, 페퍼, 피터... 모두 체리나무 복숭아나무들에게 지어준 이름들이다. 어느새 우리는 작은 주말농장 10억이에게 너무나도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아침7시에 출근해 밤 9시가 되서야 집에 들어오는 지식노동자, 월급쟁이 회사원인 남편은 주말마다 쉴생각도 안하고 농장에 가서 일을했다.
" 오빤 꼭 귀농을 해야겠구나... 농사짓는 모습이 이렇게 이질감이 없을수가 있어? "
농담 같은 진담 , 그리고 감탄 !
"쉬고 싶지 않아? 평일 내내 그렇게 일하고도, 여기와서 이렇게 땀뻘뻘 흘리며 일하고 싶어? "
" 난 이게 스트레스 푸는거야 "
나라면 절대 하지 못할 대답이다.
울타리를 치고 말뚝을 박고 호수를 늘어뜨려 물을 주고 있는 남편의 모습. 파란고무장화에 목장갑을 낀 그 모습에선 어떤 이질감도 없었다. 내 남편은 그곳에서 완벽한 주인공이었다.
세상 평화롭고 , 편안한 모습! 9년을 함께 살면서 남편의 이런 모습을 본적이 있었던가?
일요일 밤마다 "내일이 또 월요일이네" 하며 회사 가기 싫다고 말하던 남편의 평소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그날 직감 할 수 있었다. 그것이 남편의 진짜 모습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