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망고가 난다고?

내가 시골에서 살 수 있을까?

by 책밭농부

고속도로를 끝도 없이 달리는 기분이었다. 진도로 내려가던 그 길...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진도라니, 나는 그전까진 진도가 어디에 있는지도 정확히 몰랐다. 여행을 좋아하는 남편덕에 3시간씩 달려 어딘가로 향하는건 이미 익숙한 우리였지만, 그날 진도행 여정은 유난히도 멀게 느껴졌다. 그렇게 느낀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 와~~ 가도 가도 끝이 없네, 멀긴 멀다. "


운전을 하던 남편이 말했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푸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 왜 하필 진도야... 너무 멀어! 앞으로 가족이나 친구라도 만날라 치면, 매번 이렇게 달려야 한다는 거잖아 "


정말 정신이 아득해서 말문이 막혀버릴 정도였다.


" 가수 송가인 알지? 진도가 고향이래..."


.........그게 나랑 무슨상관이란 말인가...ㅠㅠ


울고 싶었다. 아니 이미 마음속에선 울고 있었다.


"우리 농장에 진돗개도 키워야지? "


그입다물라... 그걸 말이라고...


귀농을 결심하고 어떤 농작물을 키울 것인가를 두고 한참을 고민했다. 책을 보고 인터넷도 찾아보며,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했다. 상추, 파프리카, 방울토마토, 버섯등...그러다 남편은 어느날 " 망고 "에 꽂힌것이다.


그리 놀라울 일도 아니었다. 뭐든지 쉽게 가는법이 없다. 이남자의 도전 욕구를 일으키려면,


' 그래~ 망고정도는 되야지... 에고...'


뭔가 불길한 예감이 밀려왔다. 왜 그런 예감은 꼭 맞는지... 망고농사를 생각하며 처음엔 제주도를 떠올렸다.


" 제주도에 가서 살까? "


그 또한 망설여지긴 했지만, 왠지 제주도는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었다. 제주도 한달살기도 유행이고, TV를 보아도 제주도에 일부러 내려가서 사는 사람들도 많은것 같으니, 왠지 낭만적인 느낌도 들었다. 그렇게 경우의 수를 또 조사하던 어느날 남편은 해남과 진도에 가야 겠다고 말했다 . 이미 기관 공무원과는 통화를 마친상태였다.


" 망고농사는 유리온실이 필요하대, 근데 엄청나게 비싸다네, 하지만 괜찮아 정부지원이 많은가봐 "


한번 마음 먹으면 빠르게 빠져드는 남편은 이미 꽤 많은 조사를 한모양이었다. 가능성이 보이자 , 곧바로 현장 탐사부터 가야했다. 진도 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호텔앱을 통해 방을 예약했다. 기가 막혔지만, 내가 아무리 말을해도 이남자귀엔 들리지도 않을것이란 건 이미 알기에 , 따라나설수밖에... 일단은 어차피 여행이니까.


자동차에 애 셋을 태우고 한참을 달려 내려갔다. 그 때의 그 아득함이란...땅끝마을이 가장 먼줄 알았지 그 밑이 또 있을줄이야 !


꼭 이렇게 멀리 가야만 하는가 ?!
대한민국에 논밭이 얼마나 많은데...


나는 우리나라에서 망고가 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귀농을 결심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것 같은데, 대한민국 최남단에서 망고농사를 짓게 될지도 모르는 이 상황이 얼마나 스팩터클하냔 말이다.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진도타워를 둘러보고 전망대에서 진도를 내려다 보았다.


" 내말이 맞지? 다리가 연결되어 있어서 자동차로 건너갈수 있으니 섬이긴 하지만 육지나 다름없어"


라고 나를 위로? 했다.




참 조용하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그리 멀지만 않다면 아이들을 데리고 귀농을 하기에 좋아보이는 곳이었다. 하지만 나에겐 역시 너무나도 낯설었다. 진도군청 근처로 차를 타고 갔다. 초등학교와 도서관을 둘러보기 위해서다. 남편은 마치 내려와 살것처럼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 잘 둘러봐. 어때? 이런 집도 괜찮다 그치? 이런땅은 어때? "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은 진도 곳곳을 여행했다. 군청을 벗어나니 이제 진짜 시골마을이 나왔다. 진도도 꽤 넓은 곳이었기에 섬 외곽을 따라 한참을 돌았다. 마음이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맨 밑 적막했던 해수욕장까지 같을땐...

그야말로 지구를 떠나고 싶은 심정이었다.


" 너무 외지다 "


집으로 올라오는 차안에서 내 기분은 말이 아니었다. 남편의 관심을 망고가 아닌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필사적으로 애썼다.


" 그냥 천안근처에서 버섯농사를 짓자, 멜론도 딸기도 괜찮잖아, 요즘은 새싹삼이 인기라던데..."


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 어차피 설득은 힘들다. 나는 화를 냈다.


" 나는 싫어...싫다고. 오빠한테 귀농하자고 한걸 후회해... 내가 그날 그 귀농책을 오빠한테 주는게 아니었는데..."




내가 시골에서 살 수 있을까?


귀농을 결심하며 시골에서 사는걸 생각해보지 않았던건 아니다. 대한민국에 논밭은 많지만, 도시근교는 비싸기도 하고 결국 농사와 땅값을 생각하면 시골로 가는게 맞다. 하지만 막상 눈앞에 닥치고 보니 , 적잖이 혼란스러웠다.


나에게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한편으론 두려운 마음도 었다.


'덜컥 내려갔다가, 혹시 후회하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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