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하필 귀농책이 눈에 보였다

나... 잘하고 있는 걸까?

by 책밭농부


내가 지금 이 짓을 왜 하고 있는거지?




여느때 처럼 도서관에서 귀농관련 책을 고르고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들이 나를 엄습해 왔다.

" 귀농이라니, 지금 무슨짓을 하고 있는거야. "

하지만 그런 혼란도 잠시, 마음을 다잡고 결국 귀농책을 대출해 내려왔다. 무언가에 홀린 듯...


' 이제는 남편의 꿈을 지지해줄때가 되었다'

라고 결정한건 나였으니까.

남편의 가슴에 불을 당긴건 바로 나였다. 어느날 갑자기


" 귀농하자 " 고 남편이 일방적인 통보를 한것도 아니었다.

늘 그랬듯, 재테크 책을 빌리기 위해 갔던 도서관 열람실에서 우연히 집어들게 된 책 한권! 그것이 시작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관심도 없고 보이지도 않았을 귀농책이라니... 아마도 운명이었을 것이다. 집으로 가지고와서 먼저 읽어보았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내가 그때까지 생각하고 있던 귀농과는 180도 다른 귀농의 또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귀농이란건 복잡한 도시를 피해 시골에 내려가 유유자적 사는것만이 아니었구나...'



"오빠, 이 책은 오빠가 꼭! 읽어봐야 할 것 같아 "


나는 힘주어 말했다. 그 책을 남편에게 주고나면, 뭔가 큰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감은 분명 있었다.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고 , 그렇게 남편의 가슴에 불을 당겨버렸다. 한동안 남편은 귀농에 관한 책들에 심취했다. 나는 도서관에 갈때마다 귀농관련서적들을 대출해다 주었고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해 주기에 바빴다. 남편이 책의 바다에 풍덩 빠져지내던 시간이다 . 먼 이야기 인줄로만 알았던 귀농에 대해 도전을 결심하기 까지 우리에겐 ' 확신 '이란게 필요했다. 그 확신을 갖기까지 귀농에 대해 일단은 많이 알아야 했다. 그 후 우린 주변상황을 탐색하며 존재하는 모든 가능성을 찾기 시작했다.


우리 귀농하자 !!


남편이 막연한 농담이 아닌, 확신에 찬 결심을 했을때...


" 그래 오빠에게 너무 잘어울리는 일이야...잘할수 있을거야 "


라고 대답했다. 그 마음은 진심이었다... 그런데 뭘까.......


믿음도 있고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도 분명 있는데, 내마음 한구석에서 밀려드는 두려움과 혼란들...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나 ... 잘하고 있는걸까"






" 내가 어느새 이일을 회사일 처럼 하고있더라구 "


남편은 귀농에 관한 자료조사에 푹 빠져들었다. 뿌듯했다. 남편이 너무 생기있어 보였다. 농사지을 작물을 고민하고 자료를 찾고 관련기관에 전화문의를 했다. 무슨작물을 농사지을것인가, 어디에가서 살것인가도 아주 중요한 문제였다. 전국의 귀농지원에대한 자료를 비교분석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지역의 귀농지원 만큼이나 중요한것이 , 그 터전에서 살게 될 우리 가족의 '삶의 질' 이었다. 셋이나 되는 아이들의 교육환경도 중요했다. 무언가... 희뿌연한 안개처럼 걷히지 않는 답답함이 있었다. 생각 해야 할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도 아직은 회사에 잘 다니고 있었기에 서두르지 않고 신중히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귀농! 일단 시골로 가야 했다.


어디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도시에서 농사를 지을수는 없는 노릇이다. 아이들을 시골에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있지만, 내가 시골에서 살아야 한다는건...좀 생각이 필요했다 . 사실 쉽사리 마음이 열리진 않았다. 이런저런 고민들이 밀려왔지만, 나는 귀농을 반대할 수 없었다.

남편의 꿈을 응원해 주고 싶은 마음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간단히 생각해도 답은 정해져 있었다. 이 남자의 기질을 아는데, 달달이 벌어오는 월급을 위해서만 살게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정년을 향해서만 달려갈 수는 없는 노릇아닌가 !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게 우리의 정답은 아님을 남편과 나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사실 나를 가장 혼란스럽게 했던건, 시골살이보다 더 근본적인 다른 문제였다. 그건 바로 나의꿈!


" 남편은 꿈을 찾아가는데~~

나는 정말 이대로 괜찮은가 ...?"


결혼후 지금껏 아이셋을 키우며 육아에만 전념을 했다. 이제 전적으로 남편의 꿈을 따라 가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나 자신은 접어둔채 아이와 남편 뒤에만 있는 인생 ! 이대로 괜찮을 것인가...


남편에게 몇번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 이건, 나혼자만의 일이 아니야. 우리가족전체의 일이야! 여기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


<여자들이 고민을 털어놓을땐, 이런 이론적인 말을 듣겠다는게 아니다 ^^;>



" 나도 알아, 중요하지... 우리가족의 미래가 달렸다는거 ! 근데 말야... 농부는 오빠꿈이지.. 처음부터 내 꿈은 아니었어... 강요하지마... 어느날 갑자기 오빠 꿈이 저절로 내 꿈이 되진 않아 "


남편이 꿈을 펼치면서 살길 바랬지만, 내가 귀농을 돕게 되면 나도 자연스레 농부가 되는 것이었다.


" 내가 농사지으며 행복할수 있을지.. 아직 자신이 없어... 생각이 필요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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