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절대 농사 짓지 마라

귀농은 낭만이 아닌 현실!

by 책밭농부

귀농을 결심하긴 했지만, 남편은 잘 다니고 있는 회사가 있었다. 나는 지금이 아닌 5년후, 가까워도 내 후년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되도록 천천히 생각하고 싶었다. 당장 저지르기엔 막연함이 너무나 컸다.


' 농사라니... 땅은 있어? 무슨 농사를 지을 건데? 농사지을줄은 알아? 판로는? 애를 셋이나 데리고 ? '


귀농은 절대 낭만만 가지고 할 수있는게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현실이다. 스스로 잘 다니던 회사를 박차고 나오려면 제대로 된 '확신' 정도는 있어야 한다. IMF나 명예퇴직, 혹은 사업의 어려움으로 귀농을 선택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이러한 외부적인 요소가 없는 이에게 귀농은 더 큰 결심이 필요하다.


" 천안으로 귀농한 사람들도 많던데, 찾아가 보자 "




남편은 회사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긴 했지만, 아주 열심히 다녔다. 자기일을 느슨하게 하는 사람은 아니다. 회사에서의 직위, 따르는 직원들, 자기일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도 강했으니 내려놓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였다.


" 정년퇴직하고 나면 어차피 없어질 것들이긴 한데, 부질없다는 거 알지만... 사실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을 내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니 쉽지가 않아..."


이해 할수 있었다. 시골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부모님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기위해 열심히 노력했을 것이다. 없는 살림에 혼자 서울에 올라간 남편은,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를 다녔고, 직장생활을 하며 석사를 마쳤다고 했다. 그때 고생한 이야기를 자주들었다. 남편은 시골 집안의 자랑이었다.


돌아가신 아버님께선 하나뿐인 아들에게는 절대 밭일을 시키지 않으셨다고 한다.


"너는 절대 농사짓지 마라 "


무슨뜻으로 그러셨는지, 충분히 이해 할수 있다. 그런데 인생 참 아이러니 하다. 그런 아들은 그토록 농사를 원하고 있었으니...


오늘날의 농사는 못배운 사람들이 하는것도 아니요. 꼭 가난하게 사는 것도 아니다. 복잡한 도시를 떠나 조용하게 살기위해 시골로 숨어드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긍정적인 생각들로 마음을 다잡았다.


" 지금까지 이루어온걸 버리고 리셋 하는 게 아니야 . 플러스하는 거지! "



농작물을 선택하는건 너무 중요한 사항이다. 키워야 할 작물에 따라 농사지을 땅이 달라질수 있다. 망고농사를 짓기위해 제주도나 해남 , 진도로 가야 하는 것처럼 !

그럼 무엇을, 어디에 가서 농사 지을 것인가, 땅은 무슨 돈으로 살것인가, 아이들을 키우기에 좋은 곳인가, 국가의 귀농지원은 어떠한가, 그리고 진짜 중요한 사항이 또 있다.


바로 현금흐름...


나무에서 열리는 과일은 심고 자랄때까지 몇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적어도 2~3년은 수입이 없는게 보통이다.


' 나무를 키우는 2~3년간 무슨돈으로 먹고 살것인가 ? '

비교적 현금 흐름이 빠른 밭작물도 있다. 예들 들어 상추, 버섯 같은것은 바로 바로 키워 바로바로 판다. 대신 쉴 수가 없다. 그만큼 빠르게 키워 유통을 바로 바로 시키려면 쉴 새 없이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민은 계속 되었다.


'자~~ 흔하게 먹는 채소를 기를것인가. 쉽게 농사지을 수 없는, 도전적이고 귀한 채소나 과일을 기를 것인가 ? '


고민을 한참 하던 그땐, 남편이 눈만 마주치면 말하곤 했다.


" 우리 무슨 농사 짓지 ?"


사실 나는 급할게 없었는데...


"천천히 생각해 "


그렇게 고민하던 중 남편은 우연히 ' 망고 ' 에 꽂혔던 것이다. 일단은 농사법을 배워야 했다. 게다가 망고는 특별히 어려운 농사라고 들었다. 선배농가에 가서 인턴농부로 일을하는 방법이 있었다. 말이 인턴이지, 결국엔 농장일꾼인것이다. 남편은 굉장히 진지했다. 모든 재산을 팔고 진도까지 내려가서 망고농장에서 일을하며 배우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 트럭을 하나 사야겠어 "

남편에게도 그 결심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미래를 위해 필요한 일이었지만 , 그래도 대기업 차장인데, 한달 백 몇십만원하는 월급을 받으며 몸으로 일하는 일꾼이 된다는 것은 그리 쉬운결심은 아니었을테다. 그토록 남편은 귀농을 원하고 있었다.

마음이 좀 착잡했다. 그래도 말릴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 남편이 집앞 로컬푸드에서 과일 한팩을 사왔다.


" 아빠가 엄청 맛있는 시크릿 사왔다 "


시크릿이란 아빠가 엄마 몰래 가끔 사다주는 젤리나 쵸코렛 같은 간식을 말한다. 아이들이 아빠 만큼이나 기다리는 달콤한 행복!! 아이들이 빛의 속도로 뛰쳐나왔다. 아빠가 내민것은 ? 작은 사과같이 생긴 무언가 였다. 아이들은 이내 실망하곤 아우성이다.


" 에이... 젤리가 아니네..."

" 이게 얼마나 맛있는데... 깜짝 놀랄걸 "


나는 그날 사과대추를 처음 보았다.


" 이게 뭐야 ? 사과대추??"

한입 베어무는 순간 느껴지는 달콤함과 아삭함!!

남편과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 맛있다 "



남편도 사과대추를 먹어본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아니...사과대추라는게 있는줄도 몰랐다. 시댁밭에도 대추나무가 있기 때문에 , 금방 딴 달달한 생대추를 먹어본적은 많이 있었다. 하지만 그날 맛본 사과대추는 정말 새로웠다


" 대추인데... 사과맛이나! "


사과보다 더 달콤했다. 흔히들 알고있는 왕대추와는 다르다. 그날 부터 남편은 사과대추에 완전히 꽂혔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내 소원대로 남편의 관심이 망고에서 다른곳으로 흐른것이다.

"앗 싸~~!"


나는 열심히 사과대추를 지지했다.


아...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마냥 좋아할만한 일은 아니었다.


'이건 뭐지?? 다 좋은데, 뭔가가 정해졌다는건 귀농이 5년후가 아닌, 내후년도 아닌, 눈앞으로 올수도 있다는 사실??'



주말 어느날, 남편이 말했다. 천안으로 귀농해 사과대추농장을 하시는 분들을 찾았다고, 남편은 망설이지 않고 전화를 했다.

그런데...

"내일 간다고?? 내일?? "

"차로 20분이야.. 가깝지? "

"아 그래?? "

"농장 사모님이 유쾌하시네..."

'하 하'


그렇게 추웠던 어느날, 우린 그 농장을 방문하게 되었다. 농장 어르신들과 농막 한쪽에 앉아 넷이서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은 고맙게도 차안에서 곤히 잠이들었다. 우리는 궁금한게 참 많았고 이런저런 질문들을 했다. 남편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 한수 가르쳐 주십쇼. 배우고 싶습니다 "


그분들은 가락시장 납품 1등을 했다고 했다. 농장경쟁력을 올리기 위해 농장을 더 키우고 싶은 마음도 가지고 있었다. 60언저리의 연세드신 분들이어서 온라인 판매 같은 일을 청년농부와 함께 하는것도 좋겠다는 말씀도하셨다. 그렇게 긍정적인 대화가 오고가고 우린 집으로 왔다.

남편은 또 하나의 큰 가능성을 보고야 말았다. 천천히 준비해서 내후년쯤 귀농하고 싶어했던 나의 계획은 이미 끝나버렸다.


나는 그저 남편을 바라만 볼 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농사법을 배울수 있으면 좋긴하지...적어도 맨땅에 헤딩은 안할테니..."


그렇게 몇번의 대화가 다시 오고 갔고, 남편은 적극적이었다.


" 우리 농장을 짓자..."

" ... 무슨 돈으로 ?"

"집을 팔아야지 !"

"........."


귀농은 조금 더 먼 일일줄 알았는데...


이남자, 결국 눈앞의 현실로 만들어 버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