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에서 맛본 담백한 편안함
멕시코 과나후아토
과나후아토는 앙증맞다. 마을 집들이 하나같이 오색창연 채색되어 그림처럼 예쁘다. 옛 도시 풍경들이 소박하게 전통을 물씬 풍긴다. 역사성이 건물 곳곳에 맺혀있고, 도로망 갈래갈래에 스며들어 있다. 세련미는 없지만 깊은 맛이 있다. 작은 도시지만 커다란 운치를 품고 있다.
과나후아토는 산기슭에 조정된 광산도시이다. 도시에 진입하려면 산등성이도 넘어야 한다. 마을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마을 밑으로 깔린 터널도 통과해야 한다. 특히 터널은 산기슭에 조성된 마을의 주요한 도로망이다.
관광객이 과나후아토 버스를 타고 마을로 들어오다 당황할 수 있다. 어두컴컴한 터널 주차장에 내릴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사방이 컴컴한 터널 안이다. 그러나 놀랄 필요가 없다. 현지인이 가는 쪽으로 조금만 따라가면 위쪽에서 빛이 어슴프레 비취는 계단이 보인다. 도심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다.
계단을 올라가면 갑자기 도시 풍경이 눈앞에 확 펼쳐진다. 마치 사막에서 신기루를 보듯이 한 순간에 딴 세상을 실감한다. 다른 도시에서는 접할 수 없는 이색적인 경험이다.
반대로 도심을 걷다 보면 군데군데 도보 길에 지하 계단들이 뚫려있다. 그곳 역시 계단을 내려가면 터널 도로가 나온다. 지하에 터널식 도로가 갈래갈래 깔려있다는 게 신기하다. 도심 밑 터널은 다른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과나후아토 도로망의 특징이다.
좁은 도로망이 언덕길을 따라 깔려있다. 도로 양쪽에는 사람들이 통행하는 인도가 있다. 놀랍게도 어떤 인도는 폭이 정말 좁다. 딱 한 사람이 지나갈 만한 넓이이다. 이러한 좁은 폭 인도에서 행인들이 마주치면 난감하다. 상대방을 수월하게 비켜갈 수 없다. 일방의 통행자는 반드시 양보해야 한다. 인도에서 발을 도로로 내려 상대방이 통행하도록 배려해야 한다.
이런 공간에서 서로 부대껴야 하는 주민들은 배려의 태도를 진작부터 몸에 익히지 않았을까. 과나후아토에서는 배려심을 도로 구조가 깨우쳐주고 있다.
차로도 폭이 좁아 일방통행길이 대부분이다. 좁고 굽이진 도심 도로를 큰 버스가 요리조리 능수능란하게 잘도 다닌다. 운전기사분의 운전 솜씨가 놀랍다.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숙련된 기량이다. 버스 운행조차 과나후아토 분위기이다.
좁은 공간 상황인 과나후아토 관광은 걸음에서 출발하고 도보로 끝난다. 현대인의 수족인 차량은 여기에서만은 맥을 못 춘다. 편리성을 포기해야 도시의 숙성된 전통과 해묵은 정체성은 감지된다. 거리를 멍 때리듯 걸어보아도 좋다. 걷다 보면 불현듯 눈길 가는 풍경이 나타난다. 감상에 빠져 들 순간이다.
걸으면서 접하는 마을 풍경은 예쁘게 색칠한 한 편의 그림이다. 형형색색 단장된 건물들은 마을 분위기를 화사하게 한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사진에 대한 문외한도 작품 사진을 창출할 수 있다. 마을 곳곳이 풍경 스폿이요, 건물 여기저기가 사진 배경이다. 무려 30도가 넘는 더운 땡볕임에도 도시를 쏘다닐 수 있는 원동력은 이처럼 마을 풍경에 취한 데서 나온다.
옛 도시 기풍을 지녔기에 현대적 시각에서 보면 세련되지 못하다. 건물들이 헤어져 낡았고, 도로 구조가 좁고 불편하다. 각종 도시 문명의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이러한 불편한 상황이 과나후아토를 과나후아토답게 한다. 이 도시가 과거의 지리와 문화, 역사를 가득 품고 있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낡음과 불편함이 오히려 과나후아토의 매력을 더욱 부추긴다.
도시들이 빠르게 현대화될수록 과거의 도시 유물은 역사밖으로 사라진다. 도시 개발이 가속화되면 도시의 전통은 자취를 감춘다, 예스러움을 잃지 않아야만 도시의 전통 공간들은 살아남아 계승될 수 있다. 과나후아토의 도시 구조는 현대식 도시 공간과는 딴판이다. 옛 도시 구조를 답습하며 부분적으로 개량된 도시이다. 과거의 도시 모습을 제대로 담고 있다. 역사적인 도시 공간의 특징이 고스란히 곳곳에 남겨져 있다.
때론 세련미보다 촌스러움이 더욱 깜찍하고
편리성보다 불편함이 더욱 편할 수 있다는 것을
과나후아토에서 몸소 배울 수 있다.
과나후아토는 1988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