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낡음에 깃든 그리움

멕시코 과나후아토

by 갈잎의노래

과나후아토에는 좁은 골목길이 많다.

산마을이라 골목길은 가파르고 높다랗게 굴곡졌다.

걷자면 가파른 오르막이라 때론 힘부침을 느낀다.



그럼에도 걷을수록 끌리는 매력이 있다. 눈앞 저만치에 있는 꺾인 골목길 저편이 보고 싶고, 이 길 모퉁이를 지나면 어떤 전경이 눈앞에 펼쳐질지 궁금하다. 어느 골목 길이든 조금만 애써 오르면 과나후아토의 전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오를 때의 노고에 대한 보상이 금방 이루어진다.



과나후아토 골목길을 무작정 걸어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골목길은 낡고 소박한 집들로 촘촘히 짜여 있지만 골목길 공간에는 낡음의 미가 은근히 풍긴다.


골목길 하면 다소 빈곤하며 낙후된 이미지가 떠오른다. 오랜 세월 동안 이어져 온 답습 공간이라 깔끔하기보다 구태스러울 수 있다. 담벼락 군데군데가 파손되었고 집 건축물도 부분적으로 쇠락하여 부서졌다.


그러나 여기저기 낡은 자취들이 과거의 세월을 말해준다. 낡음은 세월의 흔적이다. 추억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는 증거이다. 새 집에는 세월이 배어 있지 않다. 그래서인지 비좁고 낡은 골목길을 걷노라면 그리움의 내음이 가득 풍긴다. 골목길에 들어서면 무언가를 회상하고 그 무엇을 기억한다. 과나후아토의 골목길도 낡았지만 세월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과나후아토 골목길에서 별다른 치장과 화려함은 찾을 수 없다. 단 골목마다 길 형태가 제각각이고 골목길 양쪽에 들어선 집 색깔이 형형색색이다. 채색된 집들의 원색들이 조화되어 골목길에 생동감을 더한다. 길의 공간과 집의 색상이 어우러져 골목길을 멋스럽게 한다.



잘 조성된 대로변에 밀집된 집 풍경은 한 번에 조망된다. 그러나 골목 풍경은 수십 풍경이다. 동네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녀 보아야 다채로운 골목의 진풍경을 볼 수 있다. 골목길 마디마디가 색다른 공간이고 개성 있는 전경이다.


골목길은 그곳 사람들의 삶이 밀도 있게 부대끼는 공간이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집들이 오밀조밀 있어 골목 공동체를 형성하기 좋다. 삶의 공간 구조가 한동네 사람으로 돈독한 이웃사촌으로 맺어 준다. 그래서인지 골목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낯설지만 푸근하다.


골목길 산택은 아무 생각 없이 발길 따라 걸으면 된다. 갈라지는 골목길이 나오면 잠시 멈칫하다 곧 발길 이끌리는 대로 가든지 마음이 내키는 대로 걸으면 된다. 한 번씩 막다른 골목길에 부딪치기도 한다. 그러나 상심할 필요는 없다. 돌아가면 된다. 끊어진 길이면 돌아 나오면 되고 막힌 길이면 돌아가면 된다. 느리게 걸으며 골목에 배어 있는 운치를 음미하면 힘겨움도 저만치 물러난다. 이게 골목길을 걷는 맛이다.


골목길 산책은 원래 느리게 걷는 것이다. 골목길 구조가 구불구불 곡선형이라 애초부터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하는 길이 아니다. 빠른 길은 따로 있다. 큰 도로 길이다. 목적지 도달 자체를 우선시한다면 큰 도로가 정답이다. 가장 직선형이고 지름길이다. 골목길 산책은 발로 걷고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생각하며 걷는 길이다. 유유자작하며 걷는 곡선의 길이다.


사진작가 김기찬 사진집 ‘골목 안 풍경’을 떠올려 본다. 빈곤했던 시절 우리네 삶이 고스란히 투영되는 골목 삶의 현장들을 평생 동안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 속 골목 풍경을 보면 그곳 사람들의 삶의 희로애락이 찐하게 전해온다. 골목길에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체취가 느껴진다. 작가는 골목 안에서 자신의 고향을 보았다. 골목 안 사람들의 가난하지만 성실한 삶의 모습에서 따뜻한 인간성을 느꼈다고 했다.


과나후아토는 관광도시라 도시 곳곳 관광지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많이 오간다. 관광 루트는 늘 분주하고 밀집되고 활기차다. 이 루트에서 일탈하여 좁은 골목길을 접어들면 삽시간에 한적하고 한산하다. 관광루트에서 느낄 수 있는 기분과는 다른 감정이다. 공간 분위기가 다르면 느낌도 다르고 감상도 같지 않다.



한번쯤은 관광 루트에 묻혀버린 현지인의 또 다른 진짜 공간에 발디뎌 보는 것도 좋겠다. 큰 저택보다 오두막집의 온기가 더 따스할 수 있고, 최고급 호텔 뷔페식보다 허름한 시장가 국밥 한 그릇이 더 포만스러울 수 있다.


과나후아토 골목길 풍경은 말없이 숨어있다.

이곳에 발을 들이는 이들에게만 펼쳐 보인다.

낡음의 미와 소박함에 깃든 그리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