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어딘가에서 들렸다. 어디에서 이렇게 고운 선율이 울리는지 갑자기 궁금했다. 그 현장을 확인하고 싶었다. 얼른 귀를 쫑긋하여 음악이 울려오는 진원지를 찾아 이리저리 발걸음을 바삐 옮겼다. 들려오는 감미로운 음악이 끝나기 전에 그곳을 찾아야 한다. 귀동냥을 하며 음악이 울리는 방향을 향해 골목길을 내려와 큰길로 접어들었다. 저쪽 길 건너편에서 남성 중창단이 연주하고 있었다.
옅은 푸른빛의 복장을 갖추어 입은 남성 중창단의 연주는 감미로웠다. 악기 반주에 맞춰 부르는 노래는 세레나데풍 같았다. 세레나데는 이탈리아에서 유래한 음악 장르로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노래풍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창밑에서 애절하게 사랑을 갈구하는 음률이 특징이다. 세레나데는 사랑이 주제인 만큼 노래가 감미롭고 애절하며 호소력 있는 선율이 녹아있다. 듣는 이의 감정을 한껏 고조시킨다.
길거리 즉석 연주가 펼쳐지고 있다. 9인으로 이루어진 남성 현악 중창단은 바이올린, 챌로, 트럼펫, 기타 악기로 구성되었다. 중창단 앞에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 두 사람이 있었다. 연주는 두 사람을 축복하기 위해 마련된 축하 공연인 듯했다.
아름다운 악기 선율과 감미로운 노래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두 사람은 친밀하게 포옹한다. 서로의 애정과 신뢰를 확인한다. 연주음은 연인들의 애틋한 감정을 고조한다. 노래는 연인들의 아름다운 감성을 북돋운다. 아름다운 선율 속에서 두 사람의 사랑스러운 눈빛들이 오고 간다. 그것도 길거리에서 당당하게, 모든 이들에게 자신들의 사랑을 확인하고 선포한다는 듯이.
세레나데 연주단은 이 연인들을 위해 정성껏 연주한다. 두 사람의 기념비적인 결혼기념일일까, 아니면 중년 즈음에 새로운 만남을 기념하는 자리일까, 아니면 두 사람에게 꼭 기억하고 싶은 의미 있는 날일까. 어쨌든 이 두 사람을 위한 축하 연주가 두 사람 주인공을 중심에 두고 진행되고 있다. 악단의 선율은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을 기원한다. 노래의 열창은 행복한 만남을 축복하고 있다. 중창단의 웅장한 코러스는 앞으로 좋은 일들이 이 두 사람에게 가득하게 일어나기를 소망한다,
연주를 배경으로 노래하는 세레나데 음색에는 남성 특유의 목소리가 저음으로 묵직하게 깔려있었다. 음폭이 깊고 넓으면서 노래에 힘이 있었다. 특히 높은 음절에 이르러 여러 명의 목소리가 화음으로 조화되어 울릴 때에는 감성이 짜릿했다. 노랫소리는 멀리까지 은은하면서도 곱게 치장된 선율로 울려 퍼졌다.
오로지 두 사람만을 위한 음악 연주가 이 거리애서 펼쳐지고 있다. 길을 지나가는 행인들도 멈춰 서서 자연스럽게 연주 장면을 지켜본다. 그냥 우연히 이 거리를 지나치는 사람들이 얼떨결에 연주의 방청객이 되고 자연스레 두 사람을 위한 세레나데의 축하 관객이 된다. 감상의 대가(?)로 이벤트의 주인공들을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축복의 마음을 보낸다. 누이 좋고 매부 좋다 격이다.
이 점을 의도했을까. 악단은 거리 세레나데를 연출했다. 왜 조용한 실내 공간에서 연주하지 않고 시끌벅적한 오픈된 거리에서 공연했을까. 축복의 선율을 거리의 많은 사람들에게 울려 퍼지게 하고 싶었을까. 길거리 사람들이 감미로운 세레나데를 들으면서 세레나데의 주인공을 축하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을까. 모든 거리의 시민들이 축하의 관객이 될 수 있는 상황을 내심 고려했던 건가. 음악 속에 묻혀 행복한 의문들이 꼬리를 문다.
셈법이 무엇이든 괜찮다. 간간히 이런 음악의 향연이 거리 곳곳에서 펼쳐진다는 사실이 얼마나 낭만적이고 행복한가. 좋은 음악이 흐르는 공간에는 삶의 피로도도 가벼워진다. 음악의 감동이 거리 공간에 살아 숨 쉬는 도시는 시민들의행복지수도 더욱 높을 것 같다. 세레나데의 향연을 들으면서 이곳 사람들의 생활 음악 문화의 격조에 경의를 표한다.
과나후아토에서는 소박하지만 거리 음악이 도시 곳곳에 숨 쉬고 있다. 울려 퍼지는 음악소리는 이곳 방문자들에게 건네는 도시의 선물이다. 여행자의 잠자는 음악적 본능을 서서히 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