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는 현재로 되살아나고

멕시코시티 - 디에고 리베라의 대통령궁 벽화

by 갈잎의노래

디에고 리베라는 멕시코의 민중예술가이다. 그는 스페인의 침략으로 상실해 버린 고유한 멕시코의 원시성을 동경했다. 토착의 정체성을 파괴한 제국주의에 분노한다. 벽화로 새롭게 주체적인 역사성을 일구어 내려한다

대통령궁(국립궁전 National Palace)에 있는 그의 벽화는 멕시코 소칼로 광장에 있는 대통령궁 내부에 있다. 멕시코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지라 일반 박물관처럼 언제든지 자유롭게 드나들며 관람할 수는 없다.


디레고 리베라 벽화를 보기 위해 대통령궁 입장을 위한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신분증을 지참하고 대통령궁 맞은편 예약 사물실에 들러 신원 확인을 거쳐 관람을 신청할 수 있다. 접수가 되면 해당 관람 시간을 배정받는다.

관람이 예약된 사람들은 해당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 집결해서 관람 통솔자 겸 해설 가이드의 인솔을 받아 대통령궁에 입장하게 된다.


멕시코는 고대 마야 문명의 태동지이다. 그 후 멕시코 중앙 평원을 중심으로 태동된 아즈텍 문명도 꽃피운 지역이다. 중. 남미의 대표적인 고대 문명의 발상지로 잉카, 마야, 아즈텍을 들 수 있다면 멕시코는 마야와 아즈텍 문명의 발상지로서 역사성이 깊은 나라이다.


디에고 리베라의 역사 벽화는 대통령궁 실내 계단을 올라가는 계단면 정면과 좌우 측면에 그려져 있다. 놀랍게도 벽화에는 멕시코의 멕시코의 큰 역사 줄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한 편의 압축된 멕시코의 장엄한 역사 서사이다.


거대한 벽화 영역 곳곳에 묘사된 한 부분 부분도 소홀히 할 수 없다. 모두 역사적인 상황에서 유추한 묘사들이다. 벽화 장면 장면마다 그 시대의 역사성이 담겨있다. 사실적인 기법으로 역사적인 현상들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멕시코 대통령궁의 벽화는 그의 예술적인 가치관과 묘사 기법이 각인된 벽화이다. 벽화는 역사의 큰 흐름을 세 가지 테마로 설정하고 있다. 민족 고유의 원형인 고대 마야 문명의 시기, 스페인 제국주의의 침략과 정복기인 300여 년의 식민지 시기. 이후 1800년대 초반부터 벌어진 독립과 혁명의 시기로 압축하고 있다.

각각의 시기별로 벽화 내부에는 그 시대를 상징하거나 특징짓는 역사적인 상황들을 상징적이면서도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멕시코의 역사 통째가 벽화 한 폭에 개략적으로 고스란히 담겨있다. 대범한 구상이고 놀라운 시도이다.


첫 주제는 토착 원주민의 시대이다. 벽화에는 멕시코의 원초인 고대 문명과 그들의 삶의 문화를 형상화했다. 고대 마야 문명은 원초적인 현재 멕시코 정신의 원류이다. 수준 높은 문명을 발전시켰던 마야 문명은 인류의 초기 문명의 시원지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고유한 민족성이 담긴 토속 원주민들의 문화와 그들이 창조한 문명을 화가는 놓치지 않는다. 붓 끝에는 고유한 원초성을 회복하고 싶은 민족애가 강하게 깔려있다. 스페인에 정복되기 전에 원주민들은 이 땅의 주인으로서 이곳 대지에서 그들의 문명을 설계하고 그들의 문화를 가꾸어 온 사람들이다.


두 번째 주제는 식민지 시대의 아픈 상흔이다. 1520년 스페인의 에르난 코르데스는 멕시코를 침략하여 정복한다. 이후 멕시코는 300여 년간 스페인의 식민지가 되었다. 스페인의 무자비한 식민지 정복 과정과 식민지 지배를 받는 원주민의 처절한 비애가 벽화에 그려져 있다.



제국주의 스페인이 어떻게 그들의 땅을 처참하게 무력으로 무너뜨렸는지를 생생하게 표출하고 있다. 제국주의는 식민지 민족들의 역사와 문명을 왜곡하고 파괴했다. 억압자의 문명은 토착 문명을 초토화한 그 터전 위에 새롭게 건설되었다. 제국주의 문명과 문화가 피식민 국가에 이식되는 냉혹한 상황들이 상징적 사실화로 묘사되고 있다. 고유한 문화를 해체하고 황폐화시킨 지배자들에 대한 분노가 벽화 속에 격하게 녹아져 있다. 종국적으로 침탈되고 파괴된 전통 문명에 대한 복원을 염원하는 민족애가 꿈틀거린다.

세 번째 주제는 독립과 혁명의 열정이다. 이제 억압의 사슬을 떨치고 일어선다. 19세기에 접어들면서 독립의 기운과 혁명의 열풍이 멕시코에 불어 닥친다. 그간 숨죽이며 살아와야 했던 지배자의 억압 통치에 저항의 깃발을 치켜든다. 이달고 신부의 ‘돌로레스의 외침’을 계기로 독립 저항 운동이 펼쳐진다. 당당히 식민지의 굴레를 끊고 주체적인 국가가 되기 위해 독립의 종을 울린다. 횃불을 앞세우고 정복자에 저항하는 민중의 운동이 역동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이러한 독립 투쟁의 열기는 가속화되어 20세기에는 혁명 운동으로 까지 승화하게 된다.



자본주의의 진전에 따라 가속화되는 부패상들은 노동자들의 치열한 삶의 현실과 오버랩되고 있다. 이제 혁명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상징들이 나부낀다. 사회주의 혁명의 전주곡을 예고하면서 마르크스를 비롯한 여러 사회주의 혁명가들이 등장하고, 노동자들의 주체적인 저항 운동들이 강렬하게 묘사된다.


디에고 리베라는 벽화 예술가이자 미술 운동가이다. 그림의 주제는 넓고 화폭의 선은 굵다. 그는 역사에서 놓칠 수 없는 주요한 사건이나 상황을 나름의 방식으로 화폭에 구상한다. 의미 있는 역사의 구성물들을 벽화의 주제 속에 녹여 그 의미성을 과감하게 화폭에서 되살린다.


그의 그림 속에서 역사는 꿈틀거리며 숨을 쉰다.

지난 역사가 생동하는 현재의 역사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