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갈잎의노래 Jun 17. 2024

맛의 나라, 음식의 향연에 빠져들다

이스탄불의 먹거리


맛의 나라,

이스탄불은 식문화의 용광로이다.

음식의 향연장이고 미감의 각축장이다.

다채로운 도시 문화가 식문화에도 고스란히 스며있다.   

  

터키를 여행 중이면 서구식 패스트푸드는 과감히 잊어버려라. 음미하고 즐길 수 있는 산해진미의 음식 메뉴들이 지천에 널려있다. 음식을 맛보며 즐기는 식도락 여행객에게 이스탄불 만한 곳은 없다. 긴 여행길에서 잃어버린 입맛도 되살리는 곳이 이스탄불이다.     



터키, 이스탄불에서 맛보아야 할 먹거리들은 풍성하다. 이 많은 음식들을 모조리 맛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훗날 맛의 도시 이스탄불의 추억을 회상하기 위해서라도 몇 가지는 먹어 보아야 한다.  

   

무엇보다 이스탄불의 아침 식단은 메뉴가 감동적이다. 가성비 또한 어느 곳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소박하지만 내용이 충실하고 심플하지만 가지각색 구성 메뉴들이 화려하다. 식단을 보자마자 잠자던 식감은 살아나고 입은 행복에 겨워 침이 고인다. 영양까지도 만점이라 통상 서구식 간단 조식과는 식단 품위가 다르다.      

일반적인 아침 식단을 구성하는 메뉴들은 적은 양으로 담았지만 질적으로 알차다. 적지 않은 음식 가지 수가 다양하고 조화롭게 짜였다.     


식단에는 곡물 빵, 하얀 치즈, 전통 치즈가 있고, 절인 블랙이나 그린 올리버 열매, 빵에 맛있게 발라먹을 수 있는 버터, 크림, 꿀이 나온다. 야채로는 오이와 토마토 슬라이스가 있으며 추가로 오믈렛이나 삶은 계란도 제공된다. 여기에다 운치 있는 찻잔에 불그스름한 빛깔로 채워진 터키 차 한잔은 식단의 운치를 한껏 돋군다.



한 끼 아침 식단에 마음은 한없이 흡족하고 희열감에 젖는다. 터키 아침 식단은 부담 없이 즐기기에 좋고 기분좋게 만끽하기에  그만이다. 게다가 혹시나 놓치기 쉬운 영양까지도 꼭 챙긴 신박한 밥상은 여행객들에게 호사로운 성찬이다.     


위와 조금 다르게 '메네멘(Menemen)'이라는 아침 식단도 있다. 터키식 스타일의 오물이다.

이 요리는 볶은 양파와 후추를 토마토소스와 섞어 익힌 후 여기에다 계란, 허브, 파슬리, 후추, 잘게 간 홍고추를 첨가해서 만든다. 조리하기도 쉽고 가성비도 있어 아침 식사 메뉴로 애용된다. 메네멘은 지역명인 데 이 요리의 주원료인 토마토가 1920년대 이 지역 근방에서 처음으로 재배되어 이 지역명을 딴 요리 메뉴가 탄생되었다.     


간편 거리 음식으로서는 터키식 베이글이라는 '시미트(simit)'를 빼놓을 수 없다. 이스탄불 거리 음식의 대표주자 격이다. 이 빵은 참깨를 뿌리고 당밀과 섞어서 베이글 형으로 만든다. 빵을 파는 수레 옆을 지나가면 신선한 빵 냄새가 구수하게 풍겨 입맛을 달군다. 시미트는 길거리 간식거리로 먹기도 하고 이동 증일 때는 아침 식사 대용 먹거리로도 좋다.     



'고등어 케밥(Balik-Ekmek)'은 이스탄불의 명물이다. 가장 대중적인 거리 음식 중 하나이다. 생선 샌드위치라고 부르기도 하는 고등어 케밥은 선착장이 있는 에미뇌뉘 항구에 가게들이 즐비하다. 생선 굽는 냄새가 솔솔 풍기는 이곳을 거닐게 되면 도저히 한번 먹지 않고서는 배겨 내기 힘들다.

     


바케트 빵을 갈라 속에 구운 고등어 반토막과 신선한 야채를 채운 후 생선 냄새를 없애고 풍미를 내는 레몬즙을 뿌려 만든다. 고등어가 굽 때에 풀풀 나는 구수한 생선 내음이 바닷바람에 실려 선착장 곳곳으로 퍼져 나간다. 간단한 요기로도 좋고 별식으로도 먹어볼 만하다. 이스탄불에 오면 한번쯤은 맛보아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 먼 훗날 이스탄불의 향수를 지피는 추억의 먹거리이다.     


'되네르 케밥(Doner kebab)'은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졌다. 수직 원통형 프레임에 양념된 쇠고기 닭고기, 양고기 등을 저며서 켜켜이 쌓아 올려 만든 고기통을 약한 숯불에 천천히 돌려가면서 고기를 구워낸다. 고기는 바깥 부위부터 서서히 기름기가 빠지면서 담백하게 익기 시작한다. 



주문이 들어오면 바깥 부분의 익은 고기들을 칼로 얇게 저며 썰어 케밥 고기 재료로 사용한다. 익은 고기를 접시에 담아 야채를 곁들이고 필요한 양념과 향미를 추가해 빵과 함께 먹는다. 혹은 얇은 도우에 슬라이스 된 고기를 얹고 여기에 야채를 넣고 양념을 뿌려 말아 싸서 먹기도 한다.


먹는 빵의 형태와 고기의 종류에 따라 케밥의 이름은 다양하다,           

'자 케밥'은 토막으로 자른 양고기에 요구르트와 후추, 자른 양파를 섞어 재운 후 굵은 꼬치에 끼워 장작불에 구워낸다. 되네르 케밥의 고기는 수직형 고기통을 돌려 고기를 구워내지만 자 케밥의 고기는 수평형인 화덕에 고기를 가로로 얹어 화덕을 돌리면서 천천히 구워낸다.     



'쉬쉬 케밥'이라고 하는 꼬치 케밥도 있다. 쉬쉬는 꼬치라는 뜻이다. 양고기나, 닭고기, 쇠고기 등을 적당히 잘라 양념을 한 후 양념된 덩어리 고기 조각들을 꼬치에 끼운 후 구워낸다. 구워진 꼬치고기는 샐러드와 밥과 함께 식단으로 나온다.     


이스탄불에는 이곳의 풍미를 더하는 바삭바삭한 식감의 터키식 피자도 있다. 터키식 피자를 '피데'라고 하는 데 도톰한 빵 위에 치즈, 토마토, 양파, 계란, 다진 고기 등을 얹어 화덕에 구워낸다. 빵이 아니고 얇고 둥글게 편 도우에 토마토, 양파, 다양한 향채 등의 재료를 얹어 화덕에 굽기도 하는 데 이 같은 피자를 '라마준'이라고 부른다.     



터키는 디저트 문화가 발전했다. 종류도 다양한 디저트들이 디저트 가게마다 맛깔스럽게 진열되어 있다. 디저트 대부분이 우리 입맛에는 달달한 편이지만 묘하게도 몇 번 맛보기 시작하면 그 단 맛에 길들여져서 자꾸 맛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초콜릿을 맛보고 나면 그 맛에 자꾸만 끌리듯이 달콤함 속에 숨어서 입맛 당기는 기분 좋은 미감을 느낀다.      


디저트 가운데 대표적인 게 ‘로쿰’이다. 녹말에 설탕이나 꿀을 이용해 만든 일종의 터키식 젤리이다. 여기에는 다진 대추, 피스타치오, 헤이즐넛 또는 호두 같은 견과류가 들어가기도 하는데 꿀의 달콤함과 씹히는 견과류의 고소함이 맛의 조화를 이룬다. 달콤함과 고소함이 융합되어 달콤 고소한 맛으로 승하되었다.  

   


풍요로운 땅은 풍성한 식문화를 탄생시킨다. 터키대지가 굉장히 풍요롭고 땅이 비옥하다. 재배에 적합한 지형적 이점은 다양하고 풍성한 식재료를 공급한다. 온갖 식재료가 넘쳐나는 터키의 핵심 도시인 이스탄불은 음식의 천국이 되었다. 종다양한 식재료의 종류만큼 요리의 가지 수도 무궁무진하다. 이스탄불 식당 거리에는 눈이 감동하고 입 부산을 떨 만큼 비주얼하고 먹음직한 식단들이 즐비하다.


여행자들에게 먹거리 여행지로서 이스탄불이 각광받는 이유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터키 요리는 오스만 제국의 음식 문화에서 기원한다. 오스만 제국의 전성기 때는 중동, 중앙아시아, 북아프리카, 동부유럽, 지중해 까지 아울렀던 광대한 제국이었다. 따라서 넓은 제국의 영토에서 음식의 구성요소인 식재료돌이 풍부히 생산되고 교역되었다. 갖가지 음식들은 제국 내의 여러 지역 요리들이 전파되고 수용되면서 발전해 갔다. 특히 지리적으로 유럽과 아시아의 교차 지점인지라 유럽풍과 아시아풍의 식문화가 교류되고 융합되었다.    

  


여행지의 음식이 우리 입맛에 맞으면 기분이 좋다. 걸음에 활기가 돋고 체력에 힘이 솟는다. 여행길에서 음식 맛이 도무지 입에 맞지 않으면 마음까지 우울하다. 여행이란 한편으론 체력 싸움인지라 잘 먹어야 한다. 먹는 문제에 적신호가 켜지면 여행에 위기가 온다. 피곤이 몸에 스며들어 일상의 노곤함이 몸을 압박할 때도 맛깔스러운 한 끼 식단을 제대로 만나면 침체됐던 기력이 서서히 되살아난다.      


낯선 여행길에서 만나는 음식은 식단의 재료, 조리에 사용하는 양념, 음식 향료가 우리 구미에 맞느냐의 여부가 초기의 입맛을 좌우한다. 이스탄불 음식은 처음 접하는 낯선 먹거리이지만 대체적으로 우리 입맛에 거부감이 적다. 음식의 풍미를 높이는 다양한 향료들도 약간 익숙해지면 미감을 은근히 자극한다.   

        


터키는 프랑스, 중국과 더불어 세계 3대 요리 국가로 인정받는다. 터키 요리는 다양한 식재료를 이용한 조리 과정이 섬세하고 복합적이라 여성적이라 평가받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음식의 맛이 감칠 나고 조미 향이 진득하게 깊다.


맛의 비결은 마음 쓰임과 정성에서도 비롯된다. 얼렁뚱땅 손놀림 기교에서 대충 만들어지는 음식은 명품 요리로 등극하기 어렵다. 풍부한 재료 장인 정신이 정성스럽게 어우러져야 제대로 된 음식의 맛이 완성된다.       

    


우리의 속담에도 ‘음식은 손맛’이라고 했다. 손으로 정성껏 버물려 무친 나물 한 채반, 반죽한 밀가루를 수없이 성의있게 치대서 만든 꼬들꼬들한 면발의 국수 한 사발이 그토록 입맛을 끌어당기는 이유이다.


명품 요리는 신선한 식재료에 요리 기술과 조리 정성이 조합되어 탄생한다. 마음의 결이 요리 과정에 진정성 있게 스며들 때 음식의 격은 살아나고 음식의 맛은 감칠 난다.


터키의 맛, 이스탄불의 미식은 요리하는 자들의 진심과 요리 기예, 신선 식재료가 어우러져 탄생했다. 음식 삼박자의 융합으로 태어난 맛의 예술이다.     



맛있는 내음이 도시를 감싸 미감의 도시 이스탄불.

제대로 맛의 고향을 찾은 입은 감복하여 끊임없이 군침을 흘린다.     


맛집 덕후에게 이상향이 따로 없다

이곳 그곳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터키 100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