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블루모스크는 이런 곳이다. 건축미의 웅장함과 예술 장식의 섬세함에 감읍하는 곳이다. 하기소피아 성당의 맛수로 등극될 만하다.
이스탄불에는 블루모스크가 있다. 하기야 소피아 성당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하기아소피아가 비잔틴 제국(동로마 제국)을 상징한다면 블루모스크는 오스만 제국을 대표한다.
모스크는 무슬림을 위해 처음부터 정통 사원으로 건립되었다. 모스크의 정체성으로 볼 때 아야소피아가 서자라면 블루모스크는 적자인 셈이다.
블루모스크의 본명은 술탄아흐메트 모스크이다.
오스만제국의 14대 술탄인 아흐메트 1세 때 지워진 사원이다. 그의 이름을 따서 술탄아흐메트 모스크라고 불렀다. 오스만 제국의 뛰어난 건축가였던 미마르 시난이 설계하고, 그의 제자였던 건축가이자 자개 기술공이었던 메흐메트 아아가 건축했다.
모스크 내부 장식은 핸드메이드 타일 2만여 장을 사용했다. 전반적으로 푸른 색채 타일로 꾸며진 관계로 모스크 내부에는 은은한 청색의 빛이 감돈다. 이를 두고 애칭으로 ‘블루 모스크’가 탄생했다.
모스크를 장식하는 타일에는 자연적인 꽃과 식물, 과일 등의 다양한 문형들로 채워져 있다 타일 하나하나의 문형에는 섬세함이 배여져 있다. 장엄한 자태로 우뚝 선 모스크의 외형은 남성적인 웅장함을 드러내지만 내부 벽면의 다양한 장식 문형들은 여성처럼 섬세하다. 세밀함과 치밀함으로 꾸며진 벽면 장식은 놀랍도록 디테일하다. 구조물 부분 부분, 조각조각에 꾸며진 미세한 조형들과 조밀한 채색들은 보는 이의 눈을 몰아지경으로 빠져들게 한다.
블루모스크 감상에서 건물 중앙 돔 풍경을 빠뜨릴 수 없다. 모스크 내부 중앙 홀 천정을 올라다 보면 웅장한 전경에 압도당한다.
이슬람 율법에서는 종교적인 형상을 금지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모스크의 내부는 종교적인 장식물이 그다지 없다. 내부는 천장 쪽 높은 돔 공간을 중심으로 사방 공간이 막힘없는 하나의 큰 공간이 된다. 내부 공간에 특별한 장식 구조물이 없어 시원하게 뻥 뚫린 실내 공간은 개방감과 자유로움을 안겨다 준다.
맨 중앙 돔의 통창으로 바깥 햇빛이 빨려 들어온다. 내부로 들어온 햇살은 실내 청타일에 반사되어 푸르스럼한 색채로 변색한다. 햇살과 어울린 푸른빛은 돔 아래로 흐트러지면서 실내는 블루의 향연으로 빠져든다. 볕과 푸른 벽의 만남으로 블루빛의 풍광이 펼쳐진다.
블루가 그윽한 공간에서 몽환적인 경험을 하게 되면 말 그대로 ‘블루모스크’가 왜 애칭이 되었는지 납득하게 된다. 이 명칭에 부응하는 푸른빛의 예술이 이곳에서 펼쳐진다. 푸른빛으로 물든 블루모스크는 푸른빛의 세계이고 푸른색의 감동이다.
장엄한 위용을 지뉜 블루모스크에서 감지되는 푸른 색채는 청결하고 고귀함을 느끼게 한다. 방문객들에게 단아함과 청순한 마음가짐을 채비토록 암시한다. 건물 곳곳에서 품어 나오는 푸른 색감은 블루모스크의 상징성과 예술성을 한껏 고양하고 있다.
블루 빛에 감염된 천정 면에는 가지 각색의 아벨리스크의 문형들이 자리 잡고 있다. 예술적인 장식 그림들에서 치밀하고 섬세하게 구현된 무슬림의 미적 세계를 감상하노라면 그 디테일성에 현기증마저 느끼며 몰입해야 한다.
블루모스크의 건축 과정에는 재미난 에피소드도 있다. 건축할 때 모스크 사원 주변 첨탑(미나렛)을 6개 세웠는 데 당시 첨탑이 6개가 있는 곳은 이슬람의 성지 메카 밖에 없었다. 이슬람 국가에서 첨탑의 개수는 사원의 권위를 상징한다. 이로 인해 메카의 카바 신전의 첨탑 수와 동일하게 첨탑이 세워진 데 대해 주변 이슬람 국가들이 불만을 토로했다. 메카의 권위를 침범했다는 이유였다. 그러자 술탄아흐메트는 카바에 첨탑 하나를 얼른 지어 주었다. 메카의 신전 카바는 추가로 첨탑 한 개를 더 공급받아 7개로 늘림으로써 모스크의 맏형으로서 권위를 확보하게 되었다. 이후 2개를 더 추가해서 지금은 메카의 카바 신전의 첨탑 수는 9개나 된다.
블루모스크는 하기아소피아 성당(지금은 모스크로 되었다)과는 배틀 관계이다. 블루모스크가 이슬람의 사원이라면 하기아소피아 성당은 기독교 성당이었다. 블루모스크가 청색의 푸른빛을 머금은 건축물이라면 하기아소피아 성당은 황색 계열의 옅은 브라운 톤이다. 건축물 색채에서도 반대 계열의 색상인 청과 황으로 대조되고 있다. 블루모스크가 이슬람 계열인 오스만 제국의 영광을 상징하는 건물이라면, 하기아소피아 성당은 기독교를 웅변하는 비잔틴 제국의 기념비적 건축물이었다.
하기야 소피아는 비잔틴의 영광스러운 구조물이었기에 비잔틴 제국을 멸망시킨 오스만 제국은 이 성당을 능가하는 위대한 사원 건축물을 짓기로 작정했다. 그 결실이 블루모스크이다. 현재 하기아소피아 성당은 1600여 년의 역사를 지뉘지만 블루모스크는 400여 년의 역사이다. 하기아소피아를 넘어서기 위해 지어진 건축물이라 성당이 지어진 후 1200여 년이 지나 비잔틴 제국이 멸망한 후 건축되었기 때문이다.
건축 재료는 붉은 화강암과 대리석, 반암 등을 이용했다. 세라믹 타일을 사용하고 나무의 특징들을 살렸다. 이만여 개의 블루 타일을 내부 인테리어에 사용했는 데 이 푸른 타일이 모스크가 그윽한 푸른빛을 품도록 하는 요인이 되었다. 블루모스크는 1985년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록되었다.
블루모스크에 대한 예찬은 종교를 벗어난다. 특정 종교 신념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건축 미학적으로 아름다운 구조물 자체에 경탄을 보낼 따름이다. 오스만 제국의 역사가 담긴 건축물로서 놀라운 건축 기법과 예술적인 내부 장식에 경이로움을 표할 뿐이다.
블루모스크는 무슬림의 예술적인 감각과 건축학적 지혜가 합쳐져 지어졌다. 역사, 예술, 건축공학, 종교가 뭉쳐서 탄생한 고상한 건축 미의 구현이다. 중동 특유의 장식 예술과 실내 인테리어 장인 기술이 녹아있는 건축의 미학이다.
기독교와 무슬림 양대 종교는 역사적으로 서로 배척하는 지점에 서 있었다. 우연하게도 양대 종교를 대표하는 종교 건축물이 이스탄불 도시 내에서 지근거리에 마주하고 있다. 서로 이질적인 형식의 종교 건축물인 성당과 사원은 도시 한쪽 공간에 화해롭게 자리하고 있다.
블루모스크
하기아 소피아
성당과 사원은 포용의 몸짓으로 평화로운 데 종교적 외피를 쓴 인간들은 왜 다른 종교 앞에서 마음의 담을 쌓을까. 무엇 때문에 신앙 차이를 빌미로 서로 배척하면서 갈등의 질곡으로 치닫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