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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잎의노래 Jun 24. 2024

흩어지는 하얀 연기는 아련한 그리움을 지피고

이스탄불의 물담배


이스탄불에서는 담배를 한번 피워보아야 한다.


평소 담배를 피우든 피지 않든 상관없다.

이곳 흡연은 한번쯤은 체험할 가치가 충분하다.

여기의 흡연은 흡연에 앞서 무슬림들의 담배 문화이다.     


담배 소리만 들어도 체질적으로 기겁하는 사람만 아니라면 된다. 흡연 이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담배 피우던 시절의 향수를 불러올지도 모른다. 이스탄불 흡연은 특별한 문화 체험이다.      


흡연의 폐해성이 이루 말할 수 없는 데

웬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이스탄불 흡연은 우리와 다르다. 이곳에는 우리와는 다른 이색적인 흡연 문화가 있다.      

이른바 물담배이다.


물담배는 터키어로 나르길레(nargile)라고 하는 데 그냥 담배를 피는 것이 아니고 흡연 기구를 통해 담배를 피우는 방식이다.    

 


흡연 기구 본체에는 튜브와 호수가 달려 있고, 호수 끝에는 담배를 필 수 있는 빨대 꼭지 부분이 있다. 본체 튜브 위쪽에는 숯불과 연초, 각종 향을 담을 수 있는 장치가 있다. 물담배 도구는 예쁜 장식으로 만들어졌다. 본체는 고상한 색의 크리스탈 유리로 제작되고 튜브에는 예쁜 문형들이 새겨져 있으며 호수에는 고운 자수가 수 놓여 있다.      


흡연자는 꼭지처럼 생긴 마우스피스를 물담배 빨대 장치에 꽂아 피면 된다. 물담배 장치 하나를 두고 여러 사람이 흡입꼭지를 각자 가지고 번갈아 가며 흡연할 수도 있다. 한 개 흡연 기구를 두고 집단 흡연을 하며 담소도 즐길 수 있어 사교에도 어울린다.     


담배를 필 때 연초와 함께 숯불 위에서 태워지는 갖가지 향료는 은은하게 피어난다. 풍기는 맛과 향은 재료에 따라 다양한 데 딸기, 오렌지, 민트, 체리 등 여러 가지이다.     


한번 크게 쉼 호흡을 하고 연기를 들이키 담배 냄새와 함께 다양한 천연 재료들의 향이 입안을 한가득 채운다. 흡입한 연기를 길게 내뿜으면 흰 연기와 함께 향긋한 내음이 품어져 나간다. 우리식 궐련 담배가 니코틴 연기 내음뿐이라면 물담배는 기분좋은 갖가지 향 내음들이다. 살짝 몽롱한 기분 속에서 심신이 느슨하게 풀어지는 기분을 느낀다.   

       


흡연 시간도 짧지 않다. 개비 담배처럼 수분만에 금방 끝나는 게 아니다. 담배와 향료 재료를 천천히 태우면서 그 연기를 흡입하기 때문에 보통 1시간 정도 필 수 있다. 현지인들은 소파에 앉아 느긋하게 쉬면서 흡연을 즐기거나, 터키식 전통 게임을 하며 즐기기도 한다. 담배를 피기 위해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여유롭게 쉬기 위해서 물담배를 핀다는 말이 더 정확할지 모른다.    

 

담배를 흡입하고 내 품을 때 연기 대롱이 본체의 물속을 통과할 때면 물속에서 물방울이 발생하여 포글포글 소리를 낸다. 물과 담배 연기가 만나서 나오는 화음이다. 물이 끓을 때 나는 소리 마냥 귀엽게 요동치는 물방울 소리가 경쾌하다.      


이스탄불에 와서 체험해 보면 좋은 것들이 여러 가지 있다.

터키식 전통 목욕탕인 하맘에서 목욕해 보기, 이슬람 신비주의 종파의 수피춤 관람하기, 터키 전통 춤 공연 보기, 터키식 물담배 피워보기 등. 중동식 흡연 문화인 물담배도 이곳에서만 체험해 볼 수 있는 당당한 문화 체험이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물담배 경험은 이곳의 문화를 제대로 느껴볼 절호의 기회가 된다.       

   


물담배를 피우는 전용 카페도 있다. 차와 음료도 서비스하면서 물담배 도구들도 잘 갖추고 있다. 이런 카페는 오래 앉아 있어도 불편하지 않게 편한 소파로 실내를 안락하게 꾸몄다. 내는 이슬람의 문화가 물씬 나는 각종 장식을 곳곳에 설치해 이곳 문화 향기를 맡을 수 있다.     

 

내부 벽면과 가구에는 은은하고 화사한 터키식 색감으로 채색되고 갖가지 조형물과, 문형, 장식품들로 꾸며져 분위기가 한층 로컬적이다. 채색이 화려한 이슬람풍의 은은한 조명 빛은 실내를 화사하게 밝히고 감상적인 분위기를 빚어낸다. 노곤한 여행길의 쉼터로서 호기심 어린 물담배 흡연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물담배를 피 편안한 양탄자 소파에 몸 편히 기대어 물담배의 향취에 잔뜩 취해보는 호사스러움을 제대로 누리게 된다.          


여행의 회포를 풀고, 연속적으로 이어진 고단한 여행길에 쉼표를 찍고, 강행군으로 경직된 심신을 풀기에는 느긋한 물담배 체험은 나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중동은 이슬람의 계율에 따라 음주가 엄격히 규제되기 때문에 기호품으로 물담배를 피우는 아랍권 국가들이 많다. 각종 향료가 첨가된 물담배의 향기는 현지의 문화 내음이다. 눈으로 현지의 유적지를 감상하듯, 입으로 현지의 음식을 맛보듯, 코로 현지의 향기를 맡아보기에는 물담배가 제격 아닐까.       

   


지금은 흡연 권장이 터부시되지만

과거에는 흡연은 개인의 기호품이자 취향에 속했다. 흡연자에 대한 거부감도 지금보다는 훨씬 적었다. 애연은 일종의 멋으로 여겨졌다. 담배는 사람들과 짧게 소통하는 사교 수단이기도 했다. 담배를 주고받으며 서로 친분을 표했고, 머리를 맞대 담뱃불을 붙이고 함께 흡연하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이어갔다.  

   

금연이 대세인 시대에 흡연을 권장한다.

이스탄불에서 담배 한번 피워보는 건 어떨까.     


흡연도 같은 흡연이 아니다.

이곳의 흡연은 이곳의 문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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