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불러일으키는 게임
장점 3개 말하기 하자!
어렸을 적부터 엄마가 자주 하는 말씀이었다. 가족이 모이거나 엄마를 포함한 어떤 모임이 있을 때, 엄마는 보통 단점을 지적하고만 있는 사람들 앞에서 혹은 별 이야기 없는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도 장점을 말해보자고 하셨다. 물론 엄마도 평소에는 항상 타인의 장점만 말하는 사람이 아니시긴 하지만, 어쨌든 사람들은 엄마의 그런 '의외의' 질문을 들으면 당황한다. 혹은 엄마와 가까운 우리 가족은 그 말을 질려하기도 했다. ''또 장점 3개야??'' 하면서.
그 질문을 들은 사람들은 평소에 놓치고 살았던 "타인의 장점"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참 사람이 우스운 게 특히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는 좋은 점보다 나쁜 점이 그렇게나 많이 보이고 지적하고 싶더라. 왜 내 생각처럼 상대가 행동해주지 않는지 상대를 고치고 싶거나, 상대의 말이나 행동에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분노에 입을 닫고 화를 삭이려 노력한 적도 있을 것이다. 그때 도움이 되는 것이 상대의 장점 3가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 게임은 처음에는 이게 도대체 뭔 짓이야? 싶다가도 점점 깊어지는 생각과 서로를 향한 칭찬 가운데 훈훈해지는 분위기에 우리가 잊고 살았던 새로운 훈훈한 감정들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가끔은 감정에 북받쳐서 나와 맨날 싸우기만 했다고 생각하던 엄마의 장점만을 떠올려보자니 눈시울이 붉어진곤 했었다.
아, 당신도 참 괜찮은 사람이었다. 아니, 좋은 사람이야.
그런 생각이 든다. 단점이 없는 사람이 없듯이 장점이 없는 사람도 없다고. 그런 게임에 점점 익숙해지고, 세상을 좋은 쪽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하고, 내가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에 남들에게서도 좋은 점만 바라보려고 하니 세상 모든 사람들이 참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러다가 사기를 당한 적도 있기는 하다. 모두가 좋은 사람일 거라는 건 사실 모두를 좋게 보고 싶었던 내 논리적 비약이지만 그러면 어떠랴. 미친 사이코 같은 인간도 내가 그를 좋게 봐준다면 나에게는 해를 가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 뭔가를 당해야만 다시 당할 수 있지 않도록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우리는 순수했던 아이에서 누군가에게 데고 당하면서 무던해지려고 노력하는 어른으로 성장해왔지만 어른이라고 다 행복한 건 아니었다.
순수의 반대는 무던함이 아닐까?
'순수'의 반대말을 검색해보니 '불순', '타락', '퇴폐'라는 말이 나왔다. 순수와 비슷한 말로는 '순진'이라는 말이 있다. "너 참 순수(순진)하다"라는 말이나 "너 참 불순하다(타락했다/퇴폐적이다)"라는 말은 다 욕인 것처럼 들린다. 사람들은 어른이 되며 '무던함'을 추구하며 살거나 그렇게 되려고 노력한다. 순수하면 더 상처를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순수의 반대는 무던함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느끼기에 같은 나이어도 '참 어른스럽다'라고 생각이 드는 사람은 그렇게 무던한 사람들이었던 것 같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 나는 순수함과 무던함 사이에서 내 성격을 고르라고 한다면 순수한 편에 항상 더 가까웠다. 그래서 생각이 정말 많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철이 없다"거나 "참 잘 당하고 살겠다"거나 "순진하다" 혹은 "괴롭히고 싶은 사람"이라는 말까지 들어본 적도 있다. 나를 괴롭히고 싶은 사람이라고 말해준 지인에게는 참 고맙다. 사람은 누군가가 말해주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자신의 모습들이 있다. 나를 어느 정도 아는 사람들이 나를 보면 놀리고 괴롭히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그제야 들기 시작했다. 괴롭힘을 당해왔다고 생각했던 건 내 성격 때문이었다. 어찌 보면 '순수'한 성격 때문에.
그래서 난 요즘 무던해지려는 노력을 한다. 내가 쓰는 글의 대부분은 나의 '순수함'을 기반으로 나온다. 순수함을 떠올리자면 창의성, 아이와 같이 질문하는 성격, 다른 사람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려고 하는 것, 나쁜 말을 들으면 기분이 계속 나빠 울고 싶어 지는 것 등이 떠오른다. 순수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참 웃을 일도, 울 일도 많다. 그와 반대로 무던함을 떠올리자면 어른인 것 같은 느낌, 어떤 일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강인함, 다른 사람의 말을 적당히 흘려보낼 줄 아는 지혜, 행복을 더 크게 느끼지는 못하는 상태라는 생각이 든다. 무던하게 산다면 더 이상 크게 웃고 크게 울 일도 없지만, 그렇게 흘러 흘러 행복도 조금씩 잃고 살게 된 것은 아닐까?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내가 나 자신에게 하루에도 수십 번 묻는 질문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이다. 그리고 내 주변 사람을 둘 때에도 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 상당히 노력한다. 생각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나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 자신의 '진짜' 성격을 잘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물어보지 않고서는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없기도 하다. 일단 자신의 장점 세 가지에 대한 글을 짤막하게라도 써 보면 어떨까? 나는 우울할 때마다 내 장점을 생각해보고 내가 정말 행복해지는 일들을 떠올려 보면서 그 일들을 하나하나 해가려고 노력하며 우울함에서 벗어나곤 한다. 그렇게 내가 좀 더 단단해졌다면, 주변의 사람과도 장점 3개 말하기 게임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처음에는 어색해도 결국에는 웃을 것이기 때문에 그 게임을 매우 강력히 추천한다.
단단해질 수 없는 것이 사람이다. 가끔은 불처럼 화가 나서 모든 것을 태워버리고 싶기도 하고 그 분노에 진짜 누군가는 타버리기도 한다. 가끔은 물처럼 아무런 요동도 치고 싶지 않기도 하고 그 침착에 누군가는 잠겨버리기도 한다. 가끔은 바람처럼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기도 하고 그 변덕에 누군가는 휩쓸려가기 싫은 마음에 발을 떼지 않기를 노력하기도 한다. 가끔은 흙처럼 묻어지고 싶은 마음이 당신을 사람들 사이에서 진짜 묻어지게 할 수도 있다. 어찌 한결같은 사람이 있으랴. 단단해질 수 없는 것이 세상살이라지만 행복해져라도 보자. 당신의 장점 3가지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