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렇게 된 건 당신 때문이고 덕분이오

나를 떠난 당신에게 쓰는 편지

by Lydia Youn
내가 이렇게 된 건 당신 때문이고 덕분이오



당신이 듣고 있던 그 음악이 아직도 나를 그런 종류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만들었고, 당신이 좋아했던 그 옷을 나는 아직도 입고 다니고, 당신이 좋아했던 그 음식을 아직도 나는 먹고 다닌다오.


이제는 거의 잊어가고 잊혀가지만, 당신과 함께 했던 거리는 아직도 가고 싶진 않기도 하덥디다. 가고 싶지 않았던 마음을 억누르고 다시 가본 거리는 여전히 좋더군요. 전에는 당신을 잊으려는 노력이 너무 내 마음에 들어차서 그 거리를 분노와 눈물로 걷곤 했는데 말이지요.


잊어가고 싶던 당신이 거의 잊히니 당신의 모습도 이젠 희미해져 가오. 잊히니 더 붙잡고 싶은걸 보니 난 아직도 잊고 싶지가 않은가 보오. 아직도 내가 당신의 사진을 붙잡고 있는 것을 당신은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오. 당신이 떠난 지 몇십 년이 지났지만 나에겐 아직도 당신은 우리가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던 그때의 당신 같아서 나는 아직도 눈물이 흐른다오.


정녕 잊기가 싫어서 잊기가 싫어서 그때의 우리를 액자로 붙잡아보지만 액자에 떨어지는 눈물은 결코 당신의 붉은 뺨에 닿을 수가 없다오. 나는 당신이 가끔 나에게 말하는 것이 들린다오. 나를 아직도 사랑하느냐고. 그 말에 나는 오늘도 액자 위로 눈물을 흘린다오. 정녕 당신의 뺨에 닿을 수가 없어도 당신의 목소리가 아직도 나를 사랑하느냐고 하는 소리를 내 평생에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오.


우리의 사랑이 다른 사람에게는 어떻게 비쳤을지 모르겠소. 하지만 정녕 나는 당신을 사랑했다오. 당신이 떠난 후 나는 점점 더 당신을 사랑하오. 만날 수 없는 곳에 간 당신을 이제는 만나러 갈 수 있을 것 같소. 이 생에 내가 바라던 하나는 당신과의 만남이었음을 나를 떠나도 당신을 아직도 사랑하느냐고 묻던 당신은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오.


당신의 기일에,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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