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일,
엄마는 기분 좋게 비싼 소고기를 사 오셔서는
우리 딸이랑 먹자고 하신다
와인을 찾는데 유독 이런 날엔 집에 와인 한 병이 없고
누군가가 마시다 만 페트병 소주를 꺼낸다
우리 집에 있는 가장 예쁜 잔도 꺼낸다
소주를 붓는다
잔이 예쁘고 작아서인지
딸을 위한 귀한 한우가 맛있어서인지
그 순간이 달아서인지
“아무리 한우라도 그렇지 바다도 아닌데”
술이 물 같다고 하신다
술이 물 같았던 때가 있다
가끔 너무 슬프거나 너무 행복해서
현실감각이 잊힐 때
소고기를 다 먹고
한우의 마법이 풀린 건지
마법의 소주를 너무 많이 마신 건지
갑자기 술이 조금 쓰다
물 같던 소주의 도수를 보니
20도!
마법이 풀려도 그다지 쓰지 않았던걸 보니
정말 행복한 생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