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타인과 함께한 첫 식사
어제, 내 인생 최초로 남자인 동행을 구해서 반나절 정도를 함께 여행했다. 여자 동행과는 여행을 함께 한 적이 셀 수 없이 많았었는데, 남자는 처음이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큰 틀에서는 여자보다 불편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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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유랑에서 알게 된 사람인데, 그가 남긴 글은 정말 담백했다. 목적이 여행과 쇼핑이며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동행을 구한다는 담백한 글. 술 한 잔 하자거나 남녀를 따지는 글이 아니어서 좋았다. 그 글을 보고 그는 여자와의 만남보다는 쇼핑과 여행에 더 관심이 있겠구나 싶었고, 그래서 내가 먼저 연락을 했다.
그리고 역시 내 판단이 맞았던 것인지 그는 몇 시간 만에 나의 좋은 친구가 되었다. 알고 보니 같은 나이였고, 인아웃 도시와 날짜, 체류기간, 사는 곳, 삶의 방향성, 앞으로의 목표나 고민, 음식 취향, 책 취향, 좋아하는 날씨, 여행 취향, 하고 싶은 일까지 비슷했다.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한 번도 마주한 적 없는 타인과 ‘안녕하세요’로 시작해서 ‘다시 보자’는 말이 진심으로 나오는 친구가 되기는 쉽지 않다. 좋은 친구가 생긴 것 같아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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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인데, 내 인생에 진짜 ‘친구’인 남자는 한 손에 꼽을 정도도 되지 않는 것 같다. 남녀 사이라서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넘어가기엔 친구 하고 싶은 좋은 남자들도 많았다. 하지만 연인이 되지 않는 이상 왠지 모르게 남자와의 인연은 길게 가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나를 칭찬하며 나에게 잘 보이려는 남자보다는 담백하게 서로 이 얘기 저 얘기를 할 수 있는 남자가 좋다. 남들 다 하는 뻔하고 재미없는 소개팅 질문 말고 나를 깨어나게 할 수 있는 질문을 하는 남자, 뻔한 예쁘다는 귀엽다는 말 말고 남들은 잘 모르는 나의 진짜 장점을 알아볼 줄 아는 남자. 그런 사람과 친구 하고 싶고 연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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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부분은 남녀에 국한되지 않는다. 겉모습을 보고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연인이 될 수도 있지만 오래갈 수는 없다. 화려한 겉모습이든 그렇지 않든 겉사람 안에 있는 진짜 속 사람이 좋은 사람과의 만남이 앞으로 더 자주 있기를 바라며, 내 모습이 겉보다는 속에서 더 빛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