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글을 쓰는 걸 좋아하는 나는 내 글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을 매우 좋아한다. 내게 브런치는 글에 관심 있는 불특정 다수에게 내 글을 선보이는 곳 같아서 글을 쓰고 싶을 땐 이리로 달려온다. 하지만 정작 가족이나 친구 등 가까운 사람에게는 잘 보여주지 않게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브런치에 글을 올릴 때마다 가족에게도 공유를 했었던 것 같은데, 그러기엔 내가 글을 너무 자주 쓰기도 하고 세상 사람들은 내 생각보다 글 자체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내 기대가 컸던 걸 수도 있고. 나를 너무 사랑하는 엄마는 내 글도 사랑해 주지만 아무나에게 내 글이 맛스러운 건 아니겠지. 아무튼간 이런 와중에 타인이, 그것도 내가 이성적으로 호감이 있는 타인이 내 글을 읽고 좋아해 주고 더 읽어보고 싶다고 하면 이제 사랑에 빠져버리는 거다. 내 글이 좋다고? 그래! 어디 계속 읽어봐!
내게 글은 사랑이다. 사랑할수록 글을 건네주었다. 매일매일 몇 날 며칠, 몇 달을 편지를 써서 준 적도 꽤나 있다. 어딘가 내가 사랑했던 사람의 집 한 구석에는 내가 써 내렸던 사랑 시가 있겠지. 버리는 걸 잊어서 어쩌다 그 글을 다시 읽으면 우리 사랑을 그래도 한 번은 떠올리겠지. 다시 보고 싶다는 말보다는 그래도 좋은 사랑을 했지라는 생각 한 번 옛사랑에게 남겨줄 수 있다면 그걸로 글은 그걸로 제 수명을 다 한 거다. 한 번은 이런 적도 있는데, 헤어지는 마당에 네가 나에게 썼던 그 편지 좀 다시 줄 수 있겠냐더라. 그즈음에는 손글씨로 거의 책을 만들어서 줬었다. 그걸 내가 왜 줘! 귀엽고 연약하고 불쌍하리만치 사랑에 빠져있던 어린 내가 쓴 글들은 아직도 마음이 아파서 잘 펼쳐보지 못한다. 그냥 방 한구석에 두고 겉표지만 본다. 그래, 이런 사랑도 했지 한다.
아빠에게도 글은 사랑인 것 같다. 유전인가. 우리 아빠는 엄마와 연애를 할 때 거의 매일 사랑 시를 써서 주셨다고 한다. 여성 잡지에서 취재를 와서 잡지에 그 이야기가 실린 적도 있다. 그 잡지가 어디있더라. 아무튼 최근 엄마의 환갑 생신에도 아빠는 에이포용지 몇 장에 잔뜩 글을 써오셔서 식당에서 그 글을 가족 앞에서 읽어주셨다. 그 글은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 사랑스러운 아빠. 그런 아빠를 닮은 첫째 딸인 나도 끄적끄적 글에 사랑을 담아 누군가에 주곤 한다.
연애를 하면서 한 번도 편지를 받아보지 못한 적도 있다. 대체 왜 안 써주는 거야! 난 진짜 80장 정도의 편지를 줬었던 것 같은데, 대체 왜! 그에게는 내 브런치를 알려주지도 않았다. 너는 내 브런치에 들어올 자격이 없어. 한탄스럽다. 왜 사람들은 내 생각만큼 글을 쓰고 읽지 않는 거야!
나는 술 마시거나 숙취에서 벗어나지 않았을 때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항간의 소문에 의하면 알코올이 몸에서 완전히 빠져나가는 데는 뭐 며칠이 걸린다고 하던데, 그에 의하면 난 항상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겠지만. 어제도 술을 먹고 글을 쓰고 오늘도 숙취에 글을 쓰고 이따가도 술을 먹고 메모를 끄적이겠지. 조선시대에 태어났다면 나는 잘 사는 양반집에서 술 먹고 글이나 끄적이기 좋아하는 한량으로 살고 싶다. 사실 내가 진짜 원하는 건 프랑스 공주였는데, 유튜브를 보고 전생체험을 하니까 조선 시대 같은 곳에서 한복을 입은 나를 발견하고 그 사실을 부정하고 싶어서 벌떡 깼다는 잡소리를 끝으로, 글이여 영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