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는 연애

요리를 한 번도 안 해준 거지

by Lydia Youn

요리를 한 번도 안 해준 거지. 나, 고기를 잘 굽는다면서 몇 번 고기를 구워준 적은 있는 것 같은데 일 년을 넘게 만나면서 어떻게 단 한 번도 요리를 안 해줬을 수가 있지? 지금 생각해 보면 너에게 못해준 게 꽤 있는 것 같아서 약간 후회가 남아. 더 잘해줄걸. 집에서 있을 때는 내가 하고 싶어서 거의 매일 하는 게 요리인데 왜 단 한 번도 너에게 해줄 생각을 못했을까. 넌 당연한 듯이 나와 함께이지 않은 시간에도 내 식사를 챙겨주고 배달을 시켜주고 했었는데. 난 왜 더 정성을 담지 않았던 걸까. 넌 나에게 수 백번이나 밥을 사줬는데 난 왜 기념일 말고는 너에게 밥도 사준 적이 없었을까. 왜 너무 당연한 듯이 모든 걸 받았던 걸까. 지나고 보니 넌 참 나를 많이 챙겨줬구나. 내가 최선을 다하지 않아서 아직도 후회가 남는 거구나. 그냥 네가 돌아와 주길 바라는 것보다는 더 잘해줄걸 하는 마음이 너무 크네.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걸, 나도 네가 하는 만큼 더 베풀걸.


나, ~할 걸 하는 거 되게 싫어하는 사람이거든. 그냥 하면 되는 거니까. 그리고 난 항상 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어서 연애를 할 때도 뭔가를 더 주려고 노력한 적이 더 많았던 것 같은데, 사랑이든 뭐든 말이야. 너에게도 물론 사랑을 많이 줬다고 생각하지만 받는 게 더 큰 만남이 처음이어서 그냥 그렇게 받고 있었나 봐. 그런 나의 태도에도 일언반구도 하지 않고 묵묵히 나를 위해 모든 것을 주려고 했던 너에게 참 감사해. 네게 받은 사랑으로 다른 차원의 사랑을 배워가. 너도 나에게 네가 준 것과는 또 다른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거겠지? 앞으로 다른 사랑을 하게 된다면 내가 네게 받았던 사랑을 또다시 누군가에게 돌려주고 싶어. 후회가 남지 않는 사랑을 하고 싶으니까. 지금, 아직도 네 생각을 하면서 후회하고 있으니까. 미안해. 밥 한 번 제대로 차려 준 적이 없어서.


그래도 네가 아프다고 할 때마다 난 항상 약국으로 뛰쳐나가서 이것저것 약을 사들고 너에게로 갔었던 것 같아. 몇 번 그런 기억이 있는데 약국을 가다가 눈물이 괜히 난 적도 있었어. 크게 아픈 것도 아니긴 했는데 그냥 약국을 가는 내 모습에서 널 많이 사랑하는구나가 느껴졌던 걸까. 마음만은 너를 항상 많이 사랑했었다는 말이야. 너를 생각하면서 흘린 눈물이 꽤 되는데, 사랑해서, 사랑을 더 키우기 두려워서, 보고 싶어서, 증오스러워서, 허탈해서 말이야. 허탈한 눈물을 흘릴 때쯤엔 넌 나에게 뿌렸던 사랑을 거두어갔고 그렇게 작은, 아니 조금 큰 후회만 나랑 남아있어. 아직도 너를 사랑하고 있어. 뭐, 이젠 함께할 수 없는 사람이지만 증오는 희미해지고, 헤어졌던 이유들에는 날이 갈리고, 좋은 기억만 거의 남았으니까. 사랑하고 보고 싶지만 함께이고 싶은 건 아냐. 사랑하는 내 옛사랑, 이렇게 말하면 좀 웃긴가. 암튼 사랑하는 내 옛사랑아. 이미 자고 있겠지만 잘 자고 좋은 꿈 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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