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갈등은 결국 정치적 갈등이다
“맹렬 여성 팽크허스트 부인(에멀린 팽크허스트)은 두 딸 스리스타벨과 실비아의 도움을 받아가며 난폭한 노선을 취하기로 방향을 잡는다. 결국 자유 무역회관의 회의실에서 크라스타벨 팽크허스트 양이 회의를 온통 수라장으로 만들어 놓은 다음, 가엾고 헝클어진 모습으로 쫓겨나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 ‘정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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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정권을 위해 싸우는 과정에서 1천 명이 넘는 여성이 감옥에 갔다. 우리는 옳건 그르건 현재의 투쟁 방식이야말로 견딜 수 없는 끔찍한 상황을 바꿀 유일한 길이라고 확신한다” - 에멀린 팽크허스트의 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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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참정권조차 없는 약자로서 싸울 때 큰 목소리를 내며 욕을 대신 먹어주고 모욕을 당했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여성이 참정권을 얻을 수 있었다. 노예, 흑인, 장애인, 노약자, 패전국의 국민 등의 약자에 대한 인권 역시 마찬가지이다. 누군가 큰 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당대의 사람들에게 괴이한 사람들이라고 외면당했을지언정 그런 선구자들을 통해 우리의 삶은 약자의 권리를 인정받는 삶에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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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약자의 심정을 이해할 수 없다. 나는 군대를 직접 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군인이거나 군인이었던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군 가산점 제도에 대해 당연하게 찬성하며, 나는 전시에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전쟁의 피해자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친일파 청산이나 위안부 문제에 대해 피해자의 편에 서서 싸우고 싶으며, 노예였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노예였던 집안의 혹은 대대로 가난해서 삶의 터전조차 제대로 일굴 수 없는 지구 상의 어떤 곳에 사는 사람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들을 위해 돕고자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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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도 당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남자여서 피해를 보는 일들도 물론 있을 것이다. 나는 여자지만 오직 여자 편에만 서고 싶다는 것이 아니고 남녀를 떠나서 약자의 편에 서고 싶다. 만약 남자가 여자에게 성폭행을 당해서 수치를 겪었다면, 나는 당연히 남성 피해자의 편에 선다. 성별을 떠나 피해자의 편에 서는 게 당연한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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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갈등은 사실 정치적인 이슈이다. 큰 의미의 정치와 작은 의미의 정치가 있다. 작은 의미의 정치는 우리가 아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등 ‘정치인’들이 하는 정치이다. 남녀 갈등은 작은 의미의 정치에서 정치적인 이슈를 감추고 떠넘기기에 좋은 하나의 건수일 뿐이다. 큰 의미의 정치는 사회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모든 정치적 행동이다. 만약 우리가 N번방 사건의 문제를 남녀 갈등으로 몰고 간다면 싸우는 것은 죄 없는 남자들과 죄 없는 여자들이요, 이득을 보는 건 가해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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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화하지 말라’는 프레임은 가해자들이 만들어낸 프레임이다. 일반화하지 말라는 말로 남자들을 선동하면 죄 없는 남자들은 또 거기에 선동돼서 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죄 없는 여자들과 싸우게 된다. 이게 진정으로 우리가 원하는 싸움이냐는 말을 하고 싶다. 모든 남자를 죄인인 양 몰고 가는 것도 죄고, 일반화하지 말라며 범죄의 대상이 될까 두려워하는 여자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도 죄다. 왜 죄 없는 우리가 진짜 죄인들을 잡기보다는 서로 싸우고 있냐고~ 제발 많은 사람들이 읽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