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정말 좋아하고 있어

by Lydia Youn

자기야. 나는 세상 사람 누구나 다 나를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정말 그렇거든. 진짜 베베 꼬여서 세상 누군가도 믿고 싶지 않아 하는 극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나에게 호감을 가지거든. 난 건강하고 생기가 있고 옹호적이고 쾌활하고 긍정적이고 남의 이야기를 듣기를 좋아하고 잘 웃고 아름다우니까.


자기가 나에게 처음 사귀자고 한 날, 내가 부러 한 번은 더 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잖아. 나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거든. 그냥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호불호가 분명한 사람이란 말이야. 근데 자기에게는 그냥, 몰라 그냥 왠지 그렇게 말하고 싶었어. 자기 앞에서는 평소의

나답지 않게 자꾸 뭔가 부끄러워져. 아마도 이런 게 설렘이겠지.


한 번 더 보자고 하는 나에게 기어코 사귀자는 말을 반복해서 결국 첫 만남에 자기와 나를 우리로 만든 자기를 존경해. 나는 자기를 좋아하고 소중해하는 마음에 그렇게 직진할 수 없었을 거야. 나도 잘 알지 못했던 수줍음을 느낄 때 나는 사랑을 느껴. 자기를 점점 더 사랑하고 있나 봐.


언젠가 자기가 내게 너무 금사빠인 것은 아니냐고 물었지? 본인도 나를 처음 보고 반했으면서 말이야. 나는 이상을 믿는 사람이야. 사랑에 행복하기도 하고 상처입기도 하면서도 항상 영원의 짝이 어딘가에는 존재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어. 자기가 나의 그런 사람일까 상상해 보는 혼자만의 시간이 너무 좋아. 상상만으로도 얼굴이 붉어지는 이 시간이 좋아. 자기 몰래 집에서 혼술을 하고 자기에 대한 이런저런 글을 끄적이며 자기를 생각하는 이 밤과 새벽이 좋아. 자기를 정말 좋아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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