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여성의 날, 세상의 모든 여성들을 위하여

by Lydia Youn

이탈리아에서 살고 있는 한 외국인 친구가 국제 여성의 날을 축하한다며 계속 빛나며 유리 천장을 깨부수라는 말을 해줬다. 국제 여성의 날이라고? 네이버 메인에 그렇게 뜨기는 하지만 한국인인 나에게는 사실 참 생소한 날이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축하를 받는 것이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조금 씁쓸했다.


국제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an’s Day)은 1908년,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미국의 노동자들이 궐기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라고 한다. 여성의 자유, 참정권, 인권 등의 정치적 문제를 중심 주제로 삼고 있으며, 국제적인 여성들의 투쟁에서 이어지는 정치적, 사회적 자각을 잘 드러내주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많은 국가가 3월을 봄의 시작으로 여김에 따라, 세계 여성의 날은 봄철의 첫 번째 축제로 치러지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이런 날에 대해 사실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고, 누구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여성들 중 이런 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리고 해외의 꽤 다수의 국가에서 오늘 여성이 그 존재만으로 축복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씁쓸한 이야기를 더 해야겠다. 우리나라에서 페미니즘은 (꼴)페미라는 프레임에 갇혀서 성별 갈라 치기의 주요한 문제로만 거두 되고는 한다. 하지만 건강한 페미니즘은 그런 것이 아니다. 갈라 치기를 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여성만이 차별을 받으며 여성을 위해서만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여성은 정치적, 인권적, 사회적인 약자로 오랜 세월 머물렀었다. 오늘날 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나아진 것 역시 사실이지만 여성의 사회적 참여에 대한 유리천장은 아직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나의 본업은 헤드헌터이다. 회사에서 필요한 사람들을 찾아서 회사에 추천하여 이직을 시켜주는 일을 한다. 가끔씩 몇몇 회사에서는 어떤 포지션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남성 지원자만을 원한다. 내가 의뢰를 받고 이런저런 사람들을 서칭할 때 남자만 찾아야 했던 적이 꽤나 있다는 말이다. 남성이 더 잘할 수 있는 포지션인가에 대해서는 꼭 그렇다고 할 수도 없는 사무적인 일이었다. 회사에서 생각하고 있는 입장은 여성은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게 되면서 일을 오래 하지 못하거나 일보다는 가정에 더 충실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남성 지원자를 더 선호하는 것 같다. 이걸 반대로 생각하자면 꽤 다수의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이라는 삶의 과정에서 가정의 수호를 위해 본인의 커리어를 일정 부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된다.


내 주변에서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일을 아예 그만두고 육아만 전념한다거나, 아이를 키우면서도 할 수 있는 다른 직업을 찾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일을 하지 않고 집에서 있으면 좋은 게 아니냐는 말은 별 필요가 없다. 물론 집에서 가정주부가 되는 것을 선호하는 여성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에게는 그녀들만의 커리어적인 꿈도 있었을 것이다. 유리천장은 여성에게 집중된 가사와 육아에 대한 암묵적인 그 당연함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다.


언젠가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남성은 남성으로서 일을 하고 돈을 벌며, 여성은 가정을 지키는 것이 남성과 여성으로서의 자연스러운 본능인 것이라고. 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상대도 이에 동의한다면 그것이 우리가 태어난 자연스러운 본능일 수도는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가 그녀의 꿈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 또 다른 반면의 요즘 사람들은 맞벌이를 무조건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럼 육아와 집안일은? 그것도 똑같이 나눠서 해줄 자신이 있다면 맞벌이를 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맞벌이 부부 같은 경우에도 대부분 가사 역할은 여자의 전담이 되고 만다.


뭐 나는 이렇게 살고 있지 않아, 나는 그런 생각에서 벗어난 사람이야, 우리 가정은 그런 성역할에 국한되어있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정말 축하한다. 당신은 대부분의 모든 사람보다 깨어있으니 어서 당신의 소중한 여성에게 국제 여성의 날을 축하한다고 말해주는 것이 좋겠다. 당신이 나의 글을 읽고 어딘가 좀 불편해졌다면 나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당신을 불편하게 할 글을 더 많이 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오늘, 세상의 모든 여성이 여성인 그 존재만으로 빛나는 하루였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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