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가 그의 첫사랑 K를 떠나보내던 10년 전 마음은?
10년 전 그들은 미국에서 공부를 하던 한인 유학생이었다. J와 K는 거의 함께 살다시피 하면서 서로의 외로운 일상들을 공유하며 각자의 빈 부분을 채워주고 있는 것 같았다. J는 그의 첫사랑인 그녀 K를 떠났어야만 했다. 집안 사정상 한국으로 돌아왔어야만 했던 J는 그렇게 K와 몸부터 마음까지 서서히 멀어졌다.
그렇게 서로가 없으면 죽고 못 살 것 같았던 나날들도 사실은 그들이 처한 특수한 상황 때문이었을 거라고 남자는 생각했다. 한국에 돌아오니 반가운 어린 시절의 친구들도, 유학생끼리 어울려 다니게 된 새로운 무리도, 또 새로 편입한 학교의 새로운 친구들도, 새로 만나게 되는 오랜만에 보는 전형적인 '한국 스타일'의 여자들도 좋았다. 특히 어찌 됐든 '유학생' 타이틀을 가진 그는, 그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스타일의 남자를 찾는 한국의 여자들에게는 궁금증의 대상이 되기도 했으며 그건 그의 자존감을 전보다 높여줬다. 그녀가 더 이상 생각나지 않는다. J는 이제 별로 외롭지가 않다. 그는 한국에 돌아온 지 4주째가 지나자 그녀의 메일을 일부러 읽지 않았다.
어찌 보면 그녀를 사랑했던 건 같은 한국인이어서였을까?라고 생각했던 10년 전의 그는 이제 없다. 그는 이제 안다. 그가 정말 사랑했던 건 그녀였다는 것을. 그렇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는 것을. 그것이 치기 어린 나이의 눈멀어 보이는 사랑이었을지언정 그런 사랑을 한 번 더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는 앞으로 더 알아갈 것이다. 그녀여 서가 아니라 그때가 중요했다는 것을. 그 시기엔 누구를 만나도 그렇게 사랑했으리라는 것을. 사랑은 그런 것이란 것을. 배부른 지금의 그에겐 좀처럼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그는 오늘도 첫사랑 K와 닮은 또 다른 가짜 K를 옆에 두고도 한국에 돌아왔다던 진짜 K를 떠올린다. K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