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떠나야 할 시간에 떠나지 못하는가
A는 누가 봐도 참 특이하다.
그녀는 누구나가 좋아할 것 같은 옷이 있어도 그 옷보다는 후줄근한 추리닝을 입고 슬리퍼를 끌고 나다니는 것을 좋아한다. 더 예뻐 보일 수 있음에도 더 예뻐 보이는 것에 관심이 별로 없는 것이다. 그녀는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는 성격을 지니고 있음에도 그 성격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생각보다는 더 착한 사람이지만 착해 보이는 것에 별 관심이 없는 것이다. 그녀는 최신식의 전자 제품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자주 고장이 나고 말썽을 일으키는 몇 년 전에 산 구질구질해 보이는 물건들을 더 자주 사용한다.
그녀는 요즘 세상이 너무 빠르다고 생각한다.
누구나가 좋아할 것 같은 옷보다는 추리닝이 더 그녀를 편안하게 해 줬고, 누구에게나 친절하게 대하기보다는 사람을 가려서 성격을 드러내는 편이 그녀의 인생이 더 수월해지는 편이었고, 고장이 날지언정 오랜 기간 정을 쌓아온 전자제품이 사람들이 그토록 원하던 비싼 신제품보다 더 값졌던 것이다.
그녀에겐 사랑도 그렇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 빨라.
누구나 좋아할 것 같은 사람은 누구에게나 떠날 것만 같고, 누구에게나 친절한 사람은 그녀 아닌 다른 사람에게도 친절할 것이고, 누구나 갖고 싶은 남자들에게는 많은 경쟁자들이 붙을 거야.
그녀는 그래서 오늘도 혼자만의 싸움을 하고 있다.
더 좋은 것처럼 보이는 것과 나에게 더 편안함을 주는 것 같은 것들 사이에서. 더 좋아 보이는 최신식 아이폰은 결국 1-2년 뒤에 신제품에 밀려 뒤쳐지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좋아했던 그 제품이 더 이상 아니게 되는 거지. 근데 그녀에겐 작은 핸드폰마저 그렇게 쉽게 아니게 될 수가 없는 거야. 256기가의 최신식 아이폰은 너무나 쉽게 깨졌다. 어처구니가 없을 만큼. 또 엄청난 수리비용을 내야만 고칠 수 있다. 16기가의 몇 년 된 구식의 아이폰은 좀처럼 깨질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16기가는 사실 그녀를 다 품을 수가 없어서 그녀는 자꾸 자신의 데이터를 지워가며 그 핸드폰을 쓰려고 노력한다. 노력하고 노력하고 노력하고. 사람들은 고장 난 새 핸드폰을 왜 고치지 않느냐고 묻는다.
사랑도 그렇다. 그녀에게 맞지 않는 16기가의 남자를 사랑하게 된 그녀는 아이폰에 대했던 것과 같이 자신을 지우고 지워가며 끝까지 그를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노력한다. 지우는 동안 그녀 자신도 점점 사라진다. 그래도 나를 쉽게 배신한 새 핸드폰보다는 낫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외계인인 것 같은 그녀도 역시 사람이었던 걸까. 혹은 남들이 너무 빠른 걸까.